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갇힌 자를 위하여 05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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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최고관리자
최고관리자
작성일 18-05-13 13:35 조회 11,034 댓글 0
 
갇힌 자를 위하여


다른 나라에도 아름다운 곳이 많지만 우리나라에도 그에 견줄만한 비경(秘境)이 처처에 널려 있다. 경북 청송에 있는 교도소 수형자 세례식에 다녀왔다. 과거에는 ‘청송교도소’라고 했지만 지금은 경북 제 1, 제 2, 제 3교도소로 이름을 고쳐서 부른다. 못 마땅해 하던 지역 주민들의 의견을 수렴한 것이라고 한다. 그도 그럴 것이 그렇게 아름답고 수려한 환경의 청정지역에 수형시설이 있는 이유로 해서 지역 이름을 교도소에 붙이면 누가 좋아 하겠는가. 

청송(靑松)은 예로부터 소금강이라 불리는 주왕산을 비롯하여 그 주변이 아름답기 그지없다. <동국여지승람>에는“청송의 풍속은 검소하고 인간 도리를 잘 지키며 사람들이 순박하고 습속은 순후하다”(尙儉率,民淳俗厚)고 기록하고 있다고 한다. 

국립공원인 주왕산(周王山)은 경북 제일의 명산으로 산의 모습이 돌로 병풍을 두른 것 같다고 하여 옛날에는 석병산(石屛山)이라 하였다. 주왕산은 신라 말부터 주왕이 숨어 지내던 산이라 하여 주왕산으로 불리게 되었다. 주왕은 중국 당나라 때 주도라는 사람으로 진나라의 회복을 꿈꾸며 반역을 일으켰다가 당나라 군사에게 패한 후에 석병산까지 쫓기어 갔다. 당나라 왕이 신라왕에게 주왕을 잡아 달라고 요청하여 주왕은 이곳에서 신라장군인 마장군의 형제들에 의해 주왕굴에서 최후를 마쳤다. 주왕산은 설악산, 월출산과 더불어 삼 대 암산(岩山)중에 하나이다.

사과 맛이 좋기로 유명한 그 곳, 청송군의 주거 인구는 외국인을 포함해서 27,000여명에 불과하다. 가서 살고 싶을 정도로 아름다운 산세와 맑은 공기와 기암괴석의 산자락이 그림과 같다. 그곳은 지난해인 2017년 5월 1일에 ‘청송유네스코세계지질공원’(Cheongsong UNESCO Global Geopark)으로 인증되었다. 그 곳은 거대한 퇴적암층을 형성하고 있어서 단애와 주상절리, 폭포, 동굴 등의 천혜의 자연 조건을 간직하고 있다. 

지난 2011년에는 주왕산 주변은 국제 슬로시티 권역으로 지정되었다. 슬로 시티 운동은 1999년 10월 이탈리아 그레베 인 키안티의 파올로 사투르니니(Paolo Saturnini) 전 시장이 중심이 되어 몇몇 시장들이 모여 시작하였다.‘치따슬로’(cittaslow), 즉 ‘슬로시티’(slow city)운동이라고 불리는 이 운동은 슬로푸드 먹기와 느리게 살기(slow movement)로부터 시작되었다. 슬로시티의 철학은 크기와 량과 높이와 속도 등으로 개인이나 주변을 평가하는 무한 경쟁 사회에서 성장보다는 성숙을, 양보다는 질을, 속도보다는 깊이와 품격을 존중하는 운동이다. 이 운동을 주창한 이들이 선언한 '느림의 기술'은 ‘느림(Slow), 작음(Small), 지속성(Sustainable)’에 바탕을 둔다. 요즘처럼 도시화, 세계화, 디지털화를 중심으로 속도전이 점점 가속화 되어 가는 시대에 느린 것과 농촌과 로컬과 아날로그와의 조화(調和)를 어떻게 이루며 살아갈까를 고민하는 운동이다. 

사실 우리나라는 동서남북 그 어디를 가나 참으로 아름다운 자연과 봄, 여름, 가을, 겨울의 완연한 계절의 변화 속에 천혜의 자연 조건을 가진 반도 국가이다. 이 아름다운 땅에서 나서 자란 이들 중에 죄를 짓고 수형 생활하는 이들이 적지 않은 것을 그들 곁에 가까이 다가가서 보면 마음이 아프기 그지없다. 저들도 어느 가정에선가 사랑 받고 태어났을 텐데 어찌하다가 갇힌 자로 지내게 되었나 하는 불쌍하고 안타까운 마음이 들지 않을 수 없다. 몇 차례 수형자들을 방문한 적이 없지 않지만 이번에 만난 수형자들의 모습 속에 드리워 있는 무표정하고 소망을 잃어버리고 살아가는 듯한 얼이 나간 표정들을 대하며 마음이 몹시 아프고 안타까웠다. 

최근에 함께 참여한 성도들과 더불어 묵상했던 빌레몬서의 교훈들이 마음 한 편에 생생하게 남아 있어서 더욱 더 그러했는지도 모른다. 물론 사도 바울도 갇혀 지내는 신세였고 오네시모도 갇혀 지내던 형편이었다. 그러나 사도 바울은 언제나 주 예수 그리스도의 복음을 전파하는 이유 때문에 갇히고는 하였다. 갇힌 사연과 이유가 다르기는 하지만 갇혀 지내기는 마찬가지가 아닌가. 

열 명의 배 다른 형들에 의해서 애굽의 노예 시장에 팔려간 요셉은 13년은 노예로 지내야 했다. 그 나중 2년은 억울한 누명을 쓰고 감옥에 갇혀 지낸 적도 있다. 언약의 조상 아브라함의 증손자가 노예로 전락했던 것이다. 그런 요셉을 감옥에서 임금 바로의 곁으로 불러낸 것은 술 맡은 관원을 통한 하나님이 섭리였다. 요셉은 갇혀 지내던 노예의 환경을 극복하고 애굽의 제 2인자가 되었다. 30살에 애굽의 총리가 된 요셉은 110살에 눈을 감기까지 총리직을 이어 갔다. 성경은 그의 생애를 “여호와께서 요셉과 함께 하시므로 그가 형통한 자가 되어”(창39:2)라고 평가했다. 살인한 모세는 미디안 광야에 갇혀서 40년을 지냈다. 그런 그를 불러서 그의 생애 나중 40년을 붙들어 120살까지 쓰신 분은 하나님이셨다. 

사람들은 누구나 그 무엇엔가 갇혀 산다. 중요한 것은 내가 갇혀 사는 그 환경을 어떻게 극복하며 살아가느냐는 것이다. 교도소에 갇힌 것은 아니나 스스로 미움, 원망, 불평, 탄식, 절망, 포기, 우울, 낙담, 시기(猜忌), 저주(咀呪) 가운데 갇혀 산다면 감옥에 갇혀 사는 자보다 더 나은 것이 무엇인가. 

존 버니언(John Bunyan, 1628-1688)은 감옥에 갇혀 지내는 12년 동안에  <천로역정>을 썼다. 영국의 왕 찰스 2세는 국교였던 성공회 이외의 개신교 운동에 앞장서던 이들을 몹시 핍박하던 때의 일이다. 대장장이의 아들로 태어나 대를 이어 대장장이로 일하던 그는 겨우 초등학교를 졸업하였다. 그런 그의 책 <천로역정>은 성경 다음으로 역사에 큰 영향력을 미친 기독교의 명저로 꼽히고 있다. 

남아공의 족장의 아들로 태어난 넬슨 만델라(Nelson Mandela), 1918-2013)는 인권 운동에 앞장서다가 붙잡혀 27년간의 감옥 생활을 했다. 그것도 독방 생활로 이어 왔음에도 자신의 몸과 마음을 지키고 72살에 세상에 나와서 존경 받는 대통령을 지냈고 노벨 평화상까지 탔다. 

갇혔으나 사도 바울 곁의 오네시모처럼 변화될 자를 만나고 싶은 마음이 간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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