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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만 20180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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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최고관리자
최고관리자
작성일 18-02-17 20:23 조회 12,358 댓글 0
 
충만
 

사회에서는 충만’(充滿)이란 단어를 거의 사용하지 않는다. 그런데 아파트 단지 쓰레기 분리 수거시설의 전광판에 쓰레기충만이란 빨강색 글씨와 함께 시설 작동이 멈추어 있는 것을 발견하였다. 이 단어는 기독교의 전유물처럼 여겨진다. 엄밀히 말하면 비우는 것과 채우는 것은 연속적인 영적 체험의 과정이다.
 

채우기 위해서는 비우는 작업이 우선되어야 한다. 그릇에 원하는 그 무엇인가를 채우려면 이미 담겨 있는 것을 비워내야만 한다. 사람의 몸도 평소에 무엇으로 가득 채우느냐에 따라서 그 사람의 체질과 영양 상태 그리고 건강이나 수명에 지극히 큰 영향을 받게 된다. 그처럼 한 사람의 마음속에 무엇으로 가득 차 있느냐에 따라서 그 가득 찬 것이 그 사람을 지배하게 마련이다. 사람은 그 마음속에 가득 차 있는 느낌이나 감정이나 생각이나 지식이나 주장이나 견해나 입장이나 관심사를 말로 표현하거나 행동으로 옮기게 마련이다. 가령 십계명 중의 일부분인 살인, 간음, 도둑질, 거짓 증거 혹은 남의 것을 탐내는 행위 등 그 모든 것의 시작은 눈에 보이지 않는 생각 혹은 마음의 상태로부터이다.
 

신앙생활이란 것도 마찬가지이다. 비움의 과정을 거치지 않고는 결코 원하는 것들로 채울 수도 없고 채워지지도 않을뿐더러 채운다는 행위 그 자체가 별 의미가 없다. 기독교적인 거룩한 명제들로 채우고 넘쳐나게 하는 충만을 위해서는 반드시 먼저 비우는 작업이 우선되어야만 한다. 그 비우는 과정을 기독교에서는 회개’(悔改)라고 말한다. 회개란 인간 자신이 죄인임을 깨닫는 것이며 지난 날 살아오며 지은 죄를 토설(吐說)하는 지속적인 영적 경험이다. 부패한 음식물을 섭취한 것이 원인이 되어서 탈이 나면 토하든지 혹은 관장을 해서라도 속을 말끔히 비워야 하는 것처럼 말이다.
 

기독교인들이 사순절 기간 동안에 기도, 금식, 침묵, 자선 등의 수행(修行)을 위하여 마음을 모으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가령 성경에 등장하는 여성들 중에서 예수의 어머니 마리아의 생을 귀하게 여기는 이유가 무엇인가. 마리아는 남편 요셉의 도움을 받아 갓 태어난 하나님의 아들을 품에 안고 애굽 피신, 나사렛 정착, 남편 요셉과의 사별, 그리고 나이 삼십이 된 아들 예수 그리스도와의 작별의 시간에 이르기까지 어느 한 순간도 천사 가브리엘을 통해서 말씀하신 하나님의 말씀을 잊을 수가 없었다. 그것이 바로 충만의 상태이다. 이는 곧 거룩하신 하나님 안에서 부르심과 사명으로 이어지는 한 사람의 엄숙한 변화이며 평생토록 이어지는 순명(順命)의 과정이기 때문이다.
 

어느 날 마리아를 찾아 온 천사 가브리엘은마리아여 무서워하지 말라 네가 하나님께 은혜를 입었느니라. 보라 네가 잉태하여 아들을 낳으리니 그 이름을 예수라 하라. 그가 큰 자가 되고 지극히 높으신 이의 아들이라 일컬어질 것이요 주 하나님께서 그 조상 다윗의 왕위를 그에게 주시리니 영원히 야곱의 집을 왕으로 다스리실 것이며 그 나라가 무궁하리라.”(1:30-33)고 말해 주었다.
 

장차 나의 태에서 태어날 아들은 하나님의 아들이며 그 아들이 커서 큰 자가 될 것이고 그는 장차 영원무궁한 나라를 다스리실 자라는 주님의 말씀을 받았다고 생각해 보라. 요즘도 나라 안팎에 자신이 그런 부르심을 받은 메시아라고 자처하고 나서서 혹세무민하는 이단의 교조들이 여전히 없지 않지만 말이다.
 

당황한 마리아는 천사에게 이렇게 대답하였다. “나는 남자를 알지 못하니 어찌 이 일이 있으리이까.” 그 때 천사는 곧 이어 이렇게 설명해 주었다. “성령이 네게 임하시고 지극히 높으신 이의 능력이 너를 덮으시리니 이러므로 나실 바 거룩한 이는 하나님의 아들이라 일컬어지리라...대저 하나님의 모든 말씀은 능하지 못하심이 없느니라.”(1:35, 37) 그 때에 마리아가 대답하였다. “주의 여종이오니 말씀대로 내게 이루어지이다.”(1:38) 때가 되어 마리아는 하나님의 아들 예수 그리스도를 베들레헴 마구간에서 낳았다.
 

예수께서 고향 나사렛을 떠난 후에 요단강에서 세례 요한으로부터 물로 세례를 받았다. 그리고 광야에서 사십 일간 금식 하였다. 그 후로 예수는 가는 곳곳마다에서 온갖 기사와 이적을 행하였다. 그 소문을 들은 어머니 마리아는 예수를 수태할 당시에 천사를 통해서 들은 하나님의 말씀으로 더욱 더 충만해졌다. 몇 차례 아들 예수를 찾아가 만난 적이 없지는 않았다. 삼년 후에 예수는 모든 대제사장들과 백성의 장로들에 의해서 로마의 총독 본디오 빌라도에게 넘겨졌다. 사형 언도를 받은 예수는 골고다 언덕에 끌려가서 십자가에 달려 처형되었다. 그 날 그 자리에 베드로를 비롯한 제자들은 어디론가 도망가서 숨어 버리고 나타나질 않았다. 그러나 어머니 마리아는 그 자리에 있었다. 왜냐하면 마리아는 천사 가브리엘을 통한 하나님의 말씀을 절대로 잊을 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하나님의 하신 말씀을 마음에 품고 살아가는 그 일상이 곧 충만이다. 믿음의 사람이 하나님의 말씀을 떠나면 세속의 것들로 채워지고 만다. 주를 믿는다고 하면서 하나님의 말씀을 멀리하면 그 마음과 생각의 빈자리에 죄와 악이 스며들어와 독버섯처럼 자리 잡고 만다. 부르심과 사명이 흔들리면 역사적으로 결정적인 순간에 비겁해 지고 만다.
 

러시아의 작가 도스토에프스키가 <죄와 벌>, <백치>,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 등과 같은 그의 작품에서 일관되게 주장하려고 했던 것은 바로 이 비움충만을 주제로 한 것들이었다. 그는 일반적으로 소설을 써내려 가는 그 자체보다도 자신의 기독교적인 사상과 신념을 독자들에게 제대로 전달하려는데 더 큰 관심을 지닌 저술가였다. 그는 작품마다에서 성경을 통한 하나님과 그리스도를 믿는 믿음에 기초한 기독교인의 윤리와 사회관을 전파하는데 주력하였다.
 

쓰레기충만’...전광판의 작지만 선명한 빨강색 글씨가 한 동안 뇌리에서 지워지질 않고 있다. 생각하여 보라. 요즘 당신의 생각은 그 무엇들로 가득 차 있는가. 그 가득 찬 생각들이 곧 지금의 당신 자신임이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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