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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교자의 신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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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지성래
지성래
작성일 11-02-19 21:44 조회 13,761 댓글 0
 
지난주에 충남 합덕읍의 한 교회에서 집회를 인도하는 것을 마지막으로 올 들어 신년 첫 주일부터 매주 마다 3개 지방과 몇 몇 교회의 집회 인도 차 분주한 두어 달을 보내 왔다. 집회 둘째 날 오후에 삽교천 부근에서 몇몇 목사님들과 교제하며 점심 식사를 마친 후에 당진군 우강면 들판의 솔뫼 마을 한편에 자리 잡은 솔뫼 성지를 방문할 기회를 가졌다. 솔뫼 마을은 우리나라 최초의 신부였던 고 김대건 신부의 생가 마을이다. 그 곳은 김대건 신부 생가 주변의 15,000여 평을 천주교가 성지화한 곳이다. 복원된 생가와 성당과 기념관과 옥외 조형물들과 성모상 그리고 예수상등의 기독교 조형물들이 여기 저기 질서 있게 단장된 한 중앙에 이천여 명이 족히 둘러앉을 만한 규모의 야외무대 마무리 공사가 한창이었다. 그림 같은 숲을 이룬 아름다운 몇 백 그루의 소나무 군락이 말로 형용하기 어려우리만큼 눈길을 사로잡는 고즈넉한 분위기의 낮은 동산 언덕 전체를 병풍처럼 감싸고 있었다. 신부 김대건(金大建, 1821-1846)은 그 곳에서 1821년에 태어났다. 그의 증조부인 진후(震厚)가 천주교를 받아들여 믿는 다는 이유로 10년의 옥고를 치르던 중에 1814년에 순교하였다. 김대건이 태어나기 이미 7년 전의 사건이었다. 김대건의 아버지 제준(濟俊)도 1839년의 기해박해(己亥迫害) 때에 천주교를 믿는다는 이유로 순교 하였다. 중국의 신학교에 유학 중이던 김대건의 나이 18살 때에 겪은 일이었다. 이처럼 독실한 천주교 집안에서 태어난 김대건은 7살 때에 경기도 용인군 내사면으로 이사하여 성장기를 보냈다. 그의 나이 15살 되던 해에 프랑스의 모방(P. Maubant) 신부에 의하여 세례를 받았다. 곧 이어 예비 신학생으로 선발되어 서울 생활을 시작하게 되었다. 요즘도 자주 지나다니는 성북동 한 자락에 모방 선교회 서울 지부가 있다. 유학을 준비하며 중국어를 공부하고 중국에 건너간 김대건은 파리외방선교회의 칼레리 신부에게서 신학과 서양의 학문을 배우며 프랑스어, 중국어, 라틴어 공부에 전념하였다. 몇 해 후에 그는 이미 천주교에 대한 박해가 극심해가던 조국 땅에 밀입국을 시도하였다. 그 후 몇 차례 한국을 드나들며 감시를 피하여 복음을 전파하던 그는 1846년에 백령도 주변의 선교 비밀 항로 답사를 해 나가던 중에 체포되어 서울로 압송되었다. 그 후 6번에 걸친 혹독한 고문을 받아 오던 그는 외방선교회의 선교부와 주변 신부들에게 유서를 남기고 26살의 젊은 나이에 순교 하였다. 솔뫼 성지의 기념관에는 순교한 그의 아래턱뼈가 보관되어 있었다. 천주교는 한국 선교 200주년인 1984년에 신부 김대건을 비롯한 103명의 성인(聖人)이 시성(諡聖)되었다. 천주교에서 성인이라 함은 바티칸의 엄격한 선정 기준에 준한 순교자들을 비롯한 큰 공헌이 있는 신부나 신자들에게 붙여지는 존칭이다. 기독교에서 성인이라 함은 예수 그리스도의 열두 제자들을 비롯하여 마태, 마가, 누가, 요한, 베드로, 바울, 야고보, 유다와 같은 성서 기록자들을 말한다. 그 외에 교회 역사의 인물 들 중에는 아우구스티누스, 토마스 아퀴나스, 프란체스코, 발렌타인 데이와 관련된 주인공인 발렌타인 등이 있다. 물론 타 종교에서도 성인이라는 용어를 사용하기에 보편적인 용어이긴 하지만 그 의미로 하면 존귀한 지칭이 아닐 수 없다. 요즘처럼 개신교회의 권위와 교회 지도자들의 위상이 흔들리는 때에 순교자의 신앙과 성인의 물망에 오를만한 주인공이 과연 어떤 인물들일까 하고 생각해 보면 한 숨만 나오는 영적으로 혼미한 시대를 살아가고 있다. 대형 교회의 목회자들이 겪는 실망스럽거나 마음 아픈 사건들을 비롯하여 행정의 수장을 잃고 표류하는 교단의 혼란상을 보라. 지역 교회들이라고 해도 별 차이는 없는 것 같다. 영적 질서가 흔들리고 공의가 마비되어 가는 사역의 현장에서 볼멘소리를 하는 목회자나 신도들의 목소리가 결코 작지 않다. 미국의 대통령을 지낸 바 있는 지미 카터 대통령은 그의 취임사에서 구약 미가 6장 8절을 인용한 바 있다. “......여호와께서 네게 구하시는 것은 정의를 행하며 인자를 사랑하며 겸손하게 네 하나님과 함께 행하는 것이 아니냐” 하나님은 강포한 마음과 거짓된 말을 하며 여호와 앞에 들고 나오는 천천의 숫양이나 만만의 강물 같은 기름을 기뻐하지 아니하신다고 했다.(미6:7-12) 그래서 우리는 야고보를 비롯한 사도들의 순교신앙과 스데반 집사와 같은 순교자의 표상과 주기철 목사의 올곧고 숭고한 행적 앞에 고개를 숙이는 것이다. 이만신 목사, 김준곤 목사, 정태기 박사 등을 비롯한 각계 각 분야에서 100명이 넘는 시대적인 인물들을 배출한 그 배후에는 전남 신안군 지역의 자랑스러운 순교자 문준경 전도사의 숨은 일화가 적지 않다. 새 학년이 시작되기 전에 우리의 자녀들이 <순교자 문준경의 신앙과 삶>과 같은 책을 읽어 볼 기회를 갖는다면 얼마나 좋을까. 나 자신이 청소년 시절 겨울 방학에 읽은 <순교자 주기철 목사의 생애>를 통해서 적지 않은 영향을 받은 것처럼 말이다. 순교자의 피가 메말라 버리고 잊혀져가는 이 땅에 복음 안에서의 통일 조국과 열방 선교의 새 날을 향하여 식지 않는 가슴으로 이 길을 함께 갈 동역자들이 아쉽고 그리운 때를 살아가고 있다. 솔뫼 성지를 둘러보고 돌아 나오는 길에 바라다 본 잔뜩 흐린 뿌연 겨울 하늘 아래 저 편에서 봄의 기운을 느끼게 하는 들녘의 생기가 물씬 전해져 왔다. 주를 향한 믿음으로 살아가고자 하는 이들에게 암울한 삶의 겨울은 이렇게 가고 새로운 인생의 봄은 또 새롭게 다가 올 것이다. 얼마 있지 않아서 저 드넓은 들판에 논밭 가는 농부들의 분주한 발걸음과 아낙들의 바삐 움직이는 총총 걸음이 넘쳐 날 것이다. 돌에 맞아 죽어 가던 스데반의 순교를 마땅히 여기던 사울이 다메섹의 부르심을 체험한 후에 열방 선교의 선봉에 선 사도 바울이 되어 우리들의 곁으로 다가 온 것 아닌가. 그런 복음 전파의 열정을 품은 이들이 바다를 덮는 물과 같이 편만해 지기를 비는 마음 간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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