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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들이 살아가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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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지성래
지성래
작성일 11-02-05 12:42 조회 13,949 댓글 0
 
이번 구정 연휴 기간에 양가의 가족들을 골고루 만날 수 있었다. 요 며칠 동안 가장 많이 생각한 단어가 ‘가족’이란 말이다. 아버지가 주님 품으로 돌아가신 이후에 처음 맞는 구정의 시골 집 아침 풍경은 또 다른 감회로 다가왔다. 구정 오후에 다시 먼 길을 가서 올해 팔순을 맞으신 장인에게서 그의 청년기에 대한 간증을 들을 기회가 있었다. 육이오 전쟁에 홀로 남쪽으로 피난을 오던 길에 우연히 우리 국군인 1사단 12연대 3대대 부대대장을 만나게 되셨단다. 그는 당시에 스무 살 청년이던 장인을 보는 순간 장인의 선친 모습을 표정에서 읽어 내고는 절친했던 친구의 아들이라고 반기며 국군과 함께 피난하도록 배려 해 주었다는 것이다. 그야말로 천사를 만난 것이다. 피난길에 생사의 고비 고비를 넘어 서던 날들의 간증은 오늘 날 가족이 열일곱 식구로 늘어난 전쟁 피난민의 한 사람이신 장인의 이야기보따리를 술술 풀어 놓으시게 하였다. 전쟁으로 인하여 가족을 잃어버리고 살던 외톨이 청년이 결혼과 후손의 탄생을 통해서 다시 가족이 이루어진 것이다. 구정 전 날에는 뇌출혈로 병원에 입원해 계신 팔십대 중반의 큰고모님을 문병하였다. 왼손과 왼발에 마비가 오고 말씀이 오락가락하셨다. 구정 다음 날 오후에는 두 곳의 노인 요양 병원에 문병하는 기회도 가졌다. 손 위 동서 댁 부모님 내외분이 나란히 입원해 계신 병원에 문병을 갔더니 형님 아우 내외 네 분이 나란히 휴게실의 원탁에 둘러 앉아 계셨다. 살다보면 이처럼 희한한 경험도 다 하게 된다. 치매 초기, 인공 골반 수술, 당뇨 등등의 사연으로 한 병원의 각기 다른 병실에 입원해 계신 팔십대 중반부터 구십대 중반까지의 장수 노인 어르신들을 뵙게 된 것이다. 사람이 한 평생을 살아가려면 누구나가 피할 수 없는 노년기의 모습을 뵌 것이다. 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단어 중의 하나가 ‘가족’이 아닐까 싶다. 가족이란 한 울타리 안에 살아야만 가족인 것은 아니다. 집을 떠나 살아도 가족이고 군대에 가서 있어도 가족이다. 먼 나라에 가서 지내는 가족이라도 있으면 그 애틋함이란 집안에 함께 살 때보다 훨씬 더하다. 가족 중에 그 누군가가 병을 얻어 병원에 입원이라도 하게 되는 날이면 모든 가족들의 일상생활에 비상등이 켜지기 시작한다. 투병생활을 하는 가족의 건강 회복을 위하여 모든 다른 가족들이 마음을 쏟고 정성을 기울인다. 아들딸이 장애를 갖고 태어나는 경우에는 평생토록 그의 부모들이 고난의 짐을 지고 살아간다. 이것이 가족이란 이름의 운명이다. 지난해의 천안함 피격사태와 같은 갑작스런 가족의 죽음은 남아 있는 가족들 모두를 말로 다 설명할 수 없는 참담한 늪으로 빠져들게 한다. 이처럼 사람들은 가족이란 이름의 한 지붕 아래서 온갖 기쁨과 슬픔과 즐거움과 아픔을 함께 나누며 살아간다. 새옹지마(塞翁之馬)란 말이 있다. 중국 회남자(淮南子) 인간훈(人間訓)에 나오는 이야기다. 중국 북방의 국경 마을에 살던 점쟁이 노인의 말이 도망을 갔다. 마을 사람들이 위로하자 ‘이게 복이 될지 누가 아오.’하고 대답했다. 얼마 후에 집 나갔던 말이 돌아오면서 다른 말 한 필을 데리고 돌아 왔다. 마을 사람들이 축하한다고 말하자 ‘이게 화가 될지 누가 아오.’하고 말했다. 그런데 그 집의 젊은 아들이 말을 타다가 떨어져서 다리가 부러졌다. 마을 사람들이 위로하자 ‘이게 복이 될지 누가 아오.’하고 대답했다. 얼마 후에 오랑캐들이 쳐들어 와서 마을의 젊은이들이 전쟁터에 끌려가고 죽어 돌아오는데 이 집의 아들은 불구인지라 집안에 남아 있게 되었다. 이처럼 가족들이 모여서 살아가다 보면 예상치 않은 일들을 겪게 마련이다. 가정과 가족은 언제나 위험과 유혹에 노출되어 있다. 창세기의 서두에 보면 창조주 하나님은 엿새 동안의 천지 창조 마지막 날에 인간을 만드셨다. 인간은 하나님의 형상대로 지음을 받은 최고의 피조물이다. 하나님이 인간을 자신의 형상대로 지으셨다는 것은 인간의 외모에 관한 말씀은 물론 아니다. 타락하기 이전의 인간 성품이 하나님을 닮게 창조 되었다는 뜻이다. 하나님의 온갖 좋은 성품이 불순종하므로 범죄하고 타락하기 이전의 인간실상인 것이다. 그렇게 시작된 첫 인간 ‘아담’의 일상생활이 하나님의 눈에 외롭게 비추어졌다. 하나님은 아담을 잠들게 하고 그의 갈비뼈 하나를 취하여 그의 아내인 ‘하와’를 만들어 그의 곁에 두셨다. 그리하여 부부가 탄생되고 가정이 형성되고 가족이 생겨난 것이다. 가족을 통한 가정의 탄생은 교회나 민족이나 국가보다 더 먼저다. 이처럼 가족은 하나님 안에서 생겨난 최초의 공동체이다. 그러므로 이 ‘가족’ 이란 말보다 더 좋은 말은 없다. 가족을 가족답게 하는 바탕은 사랑이다. 가족 구성원들 간에 갈등과 불화가 일어나는 원인은 사랑의 결핍이다. 여기서 사랑이란 이해하고 받아 들여 주고 덮어주고 가려 주고 눈 감아 주고 모른 척 해주고 참아주고 기다려주고 한 번 더 생각해 주고 양보하고 손해보고 너그럽게 용납해 주는 그런 넉넉한 마음을 말한다. 그런데 인류 첫 가족들 간에 불화가 일어났다. 아담의 가정에서 벌어진 두 아들, 가인과 아벨 간의 형제 살해 사건의 뿌리가 그런 악에 깊게 자리 잡고 있다. 사랑이 가득해야 하는 가족들 간에 미움이나 시기심이나 경쟁심이나 불만족이 바이러스처럼 번져 가면 구제역으로 소와 돼지가 죽어 넘어가듯이 가족들 간에라도 찬바람이 불고 폭풍한설이 휘몰아치고 만다. 그러므로 가족의 사랑이 병들고 무너지게 하는 여우의 침입을 막아야만 한다. 아가서 2장 15절에 보면, “우리를 위하여 여우 곧 포도원을 허는 작은 여우를 잡으라. 우리의 포도원에 꽃이 피었음이라”고 했다. 여기서 언급하는 여우란 무엇을 말할까? 가족 구성원들의 다양한 인생살이에 따라서 포도원을 헐고 침입해 들어오는 여우의 사건은 천차만별일 것이다. 우리가 어렸을 적에 듣던 라디오의 매일 아침 가족 드라마, ‘즐거운 우리 집’의 주제가 중에는 “가지 많은 나무에 바람 잘날 없어도 우리들은 언제나 웃으며 산다...........” 이런 내용으로 되어 있는 밝고 경쾌한 가사의 노랫말이 있었던 것을 기억한다. 그렇다. 가족을 지키는 힘은 감사와 즐거움과 기쁨과 웃음과 행복이어야 한다. 그래야 불행을 이겨내고 고난도 이겨 낼 수 있게 될 것이다. 가족이 가족에게 서로를 격려하고 위로하고 용기를 주고 감싸주고 인정해 주고 용납해 주는 힘이란 이 세상 그 어디에서도 얻을 수 없는 특별한 혜택이 아닌가. 우리 속담에도 “손은 안으로 굽는다.”든지 “피는 물보다 진하다.”는 말이 있지 않은가. 가족 간에 가장 소중하게 지켜 나가야 하는 것은 화목이다. 가화만사성(家和萬事成)이라고 했다. 가족 간에 화목하면 모든 일이 잘 이루어져 간다는 뜻이다. 가족과 가정을 잘 지켜 나가는 모습은 나라를 살림하는 것 이상으로 소중한 것이다. 최근에 세상을 떠난 작가 박완서 선생을 비롯한 스무 명이 공동 집필한 책, <가족, 당신이 고맙습니다>에는 가족이란 이름으로 지지고 볶는 가족들의 정과 끈끈함과 감사가 배어나는 가슴 훈훈하고 찡한 이야기로 가득하다. 성경은 “마른 떡 한 조각만 있고도 화목 하는 것이 고기와 생선이 집에 가득하고도 다투는 것보다 나으니라.”(잠17:1)고 했다. “다투며 성내는 여인과 함께 사는 것보다 광야에서 사는 것이 나으니라.”(잠21;19)는 말씀과 “다투는 여인과 함께 큰 집에서 사는 것보다 움막에서 혼자 사는 것이 나으니라.”(잠25:24)는 말씀에 보면 화목의 소중함을 강조하고 또 강조하였다. 여호와께서 집을 세우지 아니하시면 세우는 자의 수고가 헛되다고 하였다.(시127:1) 그러므로 집 안의 가족을 결실한 포도나무와 같게 하시고 어린 감람나무와 같게 축복하는 분은 하나님 아버지이시다. 가족이라는 이름의 지붕 아래서 자식의 자식을 보게 하는 평강의 힘 또한 그 분에게서 공급되는 것이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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