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식을 낳아서 길거리에 버리는 비정한 부모가 있는가 하면 버려진 어린 아기들을 입양하여 훌륭하게 양육하는 어머니와 아버지들도 있다. 낳는 것도 은혜지만 기르는 것이 능력이며 어린 한 생명이 누군가의 손길에 의하여 돌봄을 받고 보살핌을 받으며 자라나는 것이 축복이다. 나일 강에 버려졌던 히브리 노예의 후손이 왕족이 되었다가 나중에는 민족 지도자로 40년을 하나님께 존귀하게 쓰임 받은 역사적인 인물이 출애굽기의 주인공인 모세(Moses, BC 1526-1406)다. 모세는 3,500년 전에 애굽에서 태어났다. 당시 히브리 남자 아이들은 태어나는 대로 무조건 다 죽이라는 투트모세(Thutmose, BC 1539-1524) 1세 왕의 남아살해 명령이 공포된 상태였다. 그런 명령 이전에 태어난 모세의 세 살 위인 형 아론은 잘 커가고 있었는데 모세는 참혹하게 노예의 인권을 점점 더 학대하던 시대에 태어났다. 그의 부모는 어린 모세를 삼개월간 숨겨 키우다가 더 이상 어찌 할 수 없는 슬픔 가운데 역청을 바른 갈대 상자에 담아서 나일 강에 버렸다. 그러나 하나님은 그 어린 생명을 주목하고 계셨다.
마침 나일 강에 시녀들을 데리고 목욕하려고 나갔던 바로 왕의 딸 하쳅수트(Hatshepsut)공주의 눈길은 갈대 상자에 담겨 떠내려가는 아기 모세에게로 향했다. 그 날로 모세는 애굽 공주의 양자로 입양되었고 그 후 40년간을 애굽의 왕궁에서 왕족 교육과 온갖 풍성한 혜택을 받으며 성장할 기회가 주어졌다. 그러던 어느 날 왕궁 밖에 나갔던 모세는 애굽 사람과 히브리 사람의 싸움을 말리다가 애굽 사람을 쳐 죽이는 사고 현장에 휘 말리게 되었다. 살인자가 된 것이다. 그 후 미디안 광야로 피신하여 40년간을 장인 이드로의 양떼를 치며 재야 인생으로 살아갔다. 그런 어느 날 호렙 산 떨기나무의 불붙는 환상 가운데 하나님의 부르심을 받게 되었고 동족을 출애굽 시키는 민족 지도자로 쓰임 받기 시작했다. 강물에 버려졌던 생후 3개월 된 모세! 그 어린 아기의 운명에 개입하신 하나님의 섭리와 인도하심이 그의 나중 생을 역사 속에 찬란한 주인공이 되게 하신 것이다. 이것이 입양(入養)의 은총이며 양자(養子)됨의 축복이다.
양자가 된다는 것은 무엇인가. 사도 바울은 로마서 8장 15절에서, “너희는 다시 무서워하는 종의 영을 받지 아니하고 양자의 영을 받았으므로 우리가 아빠 아버지라고 부르짖느니라.”(롬8:15)고 했다. 또한 “그 뿐 아니라 또한 우리 곧 성령의 처음 익은 열매를 받은 우리까지도 속으로 탄식하여 양자될 것 곧 우리 몸의 속량을 기다리느니라.”(롬8:23)고 교훈했다. 로마서 9장 4절에 보면 이스라엘 사람들이 하나님으로부터 받은 특별한 혜택은 하나님의 양자가 되는 축복이었다. “양자됨과 영광과 언약들과 율법을 세우신 것과 예배와 약속들이 있고”라고 했다. 그렇다. 양자가 되는 것은 나의 의지가 전혀 아니다. 절대자에게서 주어지는 일방적인 기회요 전적인 축복이다. 사람이 태어나서 길거리의 쓰레기통이나 남의 담장 밑에 버려지는 경우가 있지만 입양에 의하여 양자의 자격을 얻는 것은 전혀 예상치 못한 제 2의 새로운 생이 시작되는 경우이다. 입양이란 어느 순간에 고아의 신분에서 어엿한 부모를 만나는 부모자녀의 가족 관계가 법적으로 주어지며 실제적으로 그 양부모의 모든 능력과 사랑과 혜택과 온갖 공급이 풍성하게 제공되는 놀라운 축복의 복된 여건의 시작이다.
1973년 어느 날, 서울에서 태어난 지 3-4일 정도 되어 보이는 여자 아이가 길거리에 버려진 채 발견되었고 인근 고아원에 보내졌다. 그는 김종숙이란 이름이 주어졌고 6개월 후에 프랑스로 입양되어 떠나갔다. 그녀의 프랑스 이름은 플레르 펠르랭(Plaire Pellerin, 1973-)이다. 올해 나이 39살이다. 그녀의 양 아버지는 작은 사업체를 운영하는 기술자였고 어머니는 공부를 별로 해 본 적이 없는 이였다. 양 어머니는 그런 자신의 신분에 대한 깨달음이 있어서였는지 양녀인 김종숙이 열심히 공부하기를 기대하였다. 플레르 펠르랭은 어려서부터 사랑을 흠뻑 받으며 열심히 공부하였다. 유럽 최고 상경계 명문으로 꼽히는 에섹(ESSEC)에서 무역학을 공부했고 파리정치대학(IEP)에서 정치학을 공부했다. 그리고 국립행정학교(ENA)에서 행정학을 공부하는 전형적 엘리트 코스를 밟았다. 이후 프랑스 법원재정담당 감독관과 경영전략연구소 이사와 회계 감사원 고문으로 일하다 2002년 사회당 대선 캠프에서 연설문안 작성에 참여하며 정치와 인연을 맺기 시작했다. 지금은 문화와 방송과 디지털경제와 커뮤니케이션 전문가로가 알려지기 시작했고 프랑스 최고 여성 엘리트 정치인들의 모임으로 알려진 ‘21세기 클럽’의 회장도 맡고 있다. 르 피가로 매거진에 따르면 플레르 펠르랭은 지금 대통령 후보 선두 주자인 프랑수아 올랑드가 프랑스의 대통령에 당선될 경우 디지털경제장관 제 1 순위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고한다. 물론 양자로 입양되었다고 해서 모든 것이 저절로 쉽게 다 잘 되는 것은 아니다. 낯 설은 환경에 적응하며 극복해 나가는 본인 스스로의 성실한 노력과 배후에 끝없는 하나님의 축복이 필요하다. 운명적으로 주어진 환경에 잘 적응하는 탁월한 의지와 노력 그리고 꿈을 실현해 나가는 인내와 정열이 반드시 필요하다. “하늘은 스스로 돕는 자를 돕는다.”고 했다. 생명이 생명을 낳는 가정의 계보 안에는 거룩한 하나님의 창조와 보존의 손길이 섬세하게 관여하시는 것이다.
마태복음 1장의 예수 그리스도의 족보에도 보면, 여리고 성의 기생이었던 라합이 장탐꾼 중의 한 사람이었던 살몬의 아내가 되어 베들레헴의 대 지주 보아스를 낳고 나이 많이 들어가던 보아스가 모압의 이방 여인 과부 룻을 아내로 맞아 오벳을 낳아 양육하는 가계의 신비를 소개한다. 그리고 오벳이 이새를 이새가 다윗을 낳았다. 아니, 이것은 엄격히 말하면 아버지가 아들을 낳는 것이 아니라 하나님 아버지가 이 땅의 어느 가정인가에 새로운 생명을 입양시켜 가시는 거룩한 생명의 계승이다. 이 같은 원리는 하나님 아버지의 창조와 섭리의 연속성으로 역사 속에 이어지고 또 이어져 가는 것이다. 예수 그리스도는 나사렛의 정혼한 처녀 마리아의 태를 빌려 입양되어 태어나신 하나님 아버지의 독생자이시다. 예수님의 어린 시절은 태어나자마자 마리아의 남편 될 요셉의 도움을 받아 애굽으로 피신해야 했고 나중에 나사렛에 들어가서 조용한 성장기를 갖기까지 그 배후에는 매 순간마다 예수님을 인류의 구세주로 양육해 가시는 하나님의 아버지의 섬세하신 섭리와 손길이 계속되었다. 하나님의 아버지의 아들이신 예수 그리스도도 어찌 보면 양아버지인 나사렛의 목수 요셉의 손길과 도움을 톡톡히 받으며 어린 시절을 지내야 했다.
<해외입양과 한국민족주의>라는 책이 있다. 그 저자인 토비아스 휘비네트는 스웨덴에 입양되어 성장한 한국인이다. 그의 본명은 이삼돌이다. 1971년 9월, 여수를 출발하여 서울로 향하던 호남선 기차에 1개월 된 사내 아기가 버려졌다. 그는 다음 해 3월에 스웨덴의 한 가정에 해외 입양되었다. 이런 식으로 해외에 입양된 한국인 입양아의 숫자만도 6.25 전쟁고아의 입양을 시작으로 통계상으로 15만 6,000명을 넘어섰다. 우리나라는 매년 2천명 이상의 고아들을 해외에 입양하는 참으로 특이한 나라이다. 해외 입양 순위 단연 제 1위 국가 중에 하나이다. 입양아의 애환 속에 자라난 이삼돌은 스톡홀름 대학에서 동양어와 한국학을 연구하여 박사 학위를 받았다. 그의 연구 논문은 한국의 입양 문제와 민족주의에 관한 것이었다. 그는 오늘 날 스웨덴의 다문화 센터에서 연구원으로 왕성하게 활동하고 있다. 입양! 그것은 낳은 자녀를 길거리에 버리는 부모의 무책임과 범죄행위로부터 비롯된다. 그러나 그런 아픔의 현장에도 하나님의 뜻과 섬세하신 섭리의 손길은 미치기 시작한다. 하나님은 인간의 실수나 악행이라도 돌이켜 좋게 하시고 온전하게 하시는 사랑의 주님이 아니신가. 양자(養子)의 영(靈)! 거기서 시작해서 하나님을 아빠 아버지라고 부를 수 있는 특권인 영원한 구속(救贖)이 주어지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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