닭들의 수난
우리나라에는 1억 5천만 마리 정도의 닭들이 있다고 한다. 남한 인구가 5천 만 명이니 사람 수보다 3배나 많다. 그 중에 금번 AI 바이러스로 죽은 닭의 수가 3000만 마리가 넘는다. 아직도 사태가 진정되지 않은 상태이다. 달걀 공급이 원활하도록 안정을 되찾으려면 앞으로 일 년의 기간이 걸릴 것이라고 한다. 소비자들이야 달걀 값이 오른 것을 실감하고 상인들은 공급이 딸리는 것을 안타까워하겠지만 양계업자들은 말로 다 설명할 수 없이 마음이 상하고 우울한 년 말과 새해를 맞이하였을 것이다. 지구상에 있는 닭은 250억만 마리 정도라고 한다. 닭들의 수난이 말이 아니다. 우리가 어렸을 적 시골집에는 별의 별 가축들이 다 있었다. 소, 돼지, 염소, 개, 거위, 닭, 토끼, 고양이, 앵무새 등등 동물 농장을 방불케 하였다. 겨울철이면 시골 집 천장 위에서 쥐들이 달리기 경주를 하고는 하였다. 닭장에 들어가면 낳은 지 얼마 되지 않은 따뜻한 달걀을 꺼내오고는 하던 기억이 생생하다. 닭은 알을 품고 3주 만 있으면 노랑 병아리가 부화되어 나온다. 라디오나 TV가 없던 시절에 병아리가 태어나는 광경은 구경거리 중의 하나였다. 십여 마리의 노랑 병아리들이 어미 닭을 따라 다니며 모이를 쪼아 먹고 ‘삐약 삐약’ 거리는 광경은 한 폭의 그림과도 같다. 알을 품고 지내는 동안의 어미 닭은 많이 수척해 진다. 알을 품고 홰 위에서 지내던 어미 닭은 잠시 잠깐 안 마당에 내려와서 모이와 물을 먹고 날개 짓을 하며 맨손체조를 한 후에 금방 다시 둥지로 돌아가서 알을 품고 지낸다. 증조할머니와 할아버지 할머니 등 대 가족이 살아가던 우리 집에는 달걀이 넉넉하지는 않았다. 요즘 같은 추운 겨울철에 떡국을 끓이면 그 위에 곱게 썰은 달걀의 지단을 노랗게 얹어 주시고는 하였다. 지단이란 달걀의 흰자위와 노른자위를 따로 풀어서 번철에 얇게 부친 것을 말하는데 채를 썰어 고명으로 사용하였다. 고명이란 음식의 모양과 맛을 더하기 위하여 음식 위에 뿌리거나 얹는 것을 통틀어 이르는 말이다. 달걀을 얇게 부쳐 잘게 썬 지단이나 버섯, 실고추, 대추, 당근, 파 따위를 고명으로 사용하기도 한다. 우리나라 음식들 중에서 정성이 깃 들여져서 품위 있는 모양을 더하게 하는 것 중의 하나가 고명이다. 초등학교 때에는 체육 선생님께서 달리기부 선수들에게 짚으로 엮은 달걀 꾸러미에서 흰 달걀 한 개씩을 나누어 주시고는 하였다. 톡톡 한 귀퉁이를 깨트려서 날달걀을 벌컥 벌컥 삼키던 날이 있었다. 그 시절에 날달걀이란 아주 훌륭한 간식이었고 영양 공급원이었다. 지구상의 그 많은 나라들 중에 닭이 없는 나라는 한 나라도 없을 것이다. 그처럼 닭은 사람들의 일상에 매우 가까운 가축들 중의 대표이다. 철학 중에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는 명제는 널리 알려져 있는 토의 주제 중의 하나이다. 2010년 8월 14일, AFP통신 등 외신들은 잉글랜드 소재 셰필드 대학과 워릭 대학 공동 연구진의 연구결과를 인용해 닭이 없으면 달걀이 존재할 수 없다고 발표했다. 공동 연구진은 영국 정부의 슈퍼컴퓨터 ‘헥토르’로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라는 오랜 의문을 푸는 데 도전했다. 열쇠는 달걀 껍데기에 있었다. 달걀 껍데기를 형성하는 닭의 단백질 ‘오보클레디딘-17’(OC-17)에 주목한 것이다. 사실 과학자들은 OC-17의 존재를 이미 알고 있었다. OC-17은 달걀 껍데기 형성에서 매우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는 단백질이다. 연구진은 이번에 헥토르까지 동원해 OC-17이 어떻게 달걀 껍데기를 형성하는지 정확하게 알아냈다. 슈퍼컴퓨터 시뮬레이션 결과 OC-17은 일종의 촉매로 달걀 껍데기의 주재료인 결정체 형성을 유발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탄산칼슘 입자를 방해석 결정체로 전환시켜 달걀 껍데기가 형성되도록 도와주는 것이다. 결정체 핵이 스스로 성장할 수 있을 만큼 커지면 OC-17은 달걀 껍데기 형성 과정에서 이탈해 떨어져 나와 같은 과정을 되풀이한다. 이런 과정이 단기간에 여러 차례 지속되면서 달걀 껍데기는 완벽하게 형성되는 것이다. 연구팀은 이번에 OC-17을 닭의 난소에서 발견해 달걀이 닭의 난소에서만 만들어진다는 사실도 알아냈다. 닭 난소에 OC-17이 없으면 달걀은 만들어지지 않는다. “닭 없이 달걀이 존재할 수 없다.”는 뜻이다. 연구를 이끈 셰필드 대학의 존 하딩 교수는 “달걀 껍데기의 형성 과정이 밝혀진 게 매우 흥미롭지만 이번 연구결과가 새로운 인공물질 설계 등에 활용될 수 있다는 게 더 고무적인 일이라.”고 말했다. 하나님은 인간도 지으셨지만 닭도 지으셨다. 금번에 닭들의 수난을 보면서 14세기 유럽 전역에 번졌던 흑사병에 대한 두려운 역사가 생각났다. 1347년부터 유럽 전역으로 번져간 흑사병(黑死病)으로 유럽 인구의 삼분의 일 가량이 죽었다. 흑사병은 쥐와 같은 설치류에 접촉된 사람에게 번지는 전염병이다. 1400년 영국 인구는 1300년 인구의 절반가량이었으며, 영국에서만도 약 1,000개의 마을에서 인구가 감소했거나 마을 전체가 사라졌다. 그 당시 유럽에서 2,500만 명이 흑사병으로 사망했다. 서유럽의 인구는 16세기가 되어서야 1348년 이전 수준을 회복했다. 흑사병은 1664년과 그 다음해에 런던에서 다시 크게 번져서 46만 명의 도시 인구 중에서 7만 명이 사망했다. 중국의 광동지방과 홍콩에서는 1894년에 흑사병으로 죽은 이들의 수가 10만 명에 달했다. 그 이후 20년 동안 중국 남부지역의 항구를 통해 전 세계로 퍼져나가 모두 1,000만 명 이상이 사망했다. 이 무서운 재난은 많은 결과를 낳았다. 전쟁이 멈추었고 무역이 부진해졌다. 경작지는 감소했고 인구가 감소해서 노동자를 구할 수가 없었다. 지주들은 파산했고 기술자와 노동자의 임금은 급상승하였다. 사람들은 죽음에 대한 공포가 극심해져 갔다. 사람들은 미신에 의존하였고 다양한 병리 현상이 번져 갔다. 14세기의 기독교는 위협을 받았고 미신과 이단이 횡횡하였다. 유럽 전역을 저주의 영이 누르고 있는 것만 같았다. 우리는 닭들의 수난을 보며 생각하여야 할 것이다. 전염병은 무섭고 두려운 것이다. 하나님이 이 땅에 복을 내려 주셔야 한다. 식물과 동물을 비롯한 자연계가 복을 받아야 한다. 그래야 인간이 인간다운 복을 누릴 수 있다. 베드로가 듣고 통곡을 시작했던 닭의 울음소리를 들어야 한다. 배반당하시고 심문 받으시던 예수께서 이미 말씀하셨다. “닭 울기 전에 네가 세 번 나를 부인하리라.”(마26:75) 닭의 해 벽두에 우리 민족은 주 앞에서 통곡하며 회개해야만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