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씀이 육신이 되어 오신 예수
여러 해 전에 몽골 선교 현장을 방문한 적이 있다. 돌아오는 날 비행기를 타기 전에 몇 시간의 여유가 있어서 일행들과 자연사 박물관을 방문하였다. 크기가 어마 어마한 화석을 발굴하여 세워 놓은 공룡의 모습을 그 곳에서 처음으로 보았다. 몽골 땅에는 공룡 화석이 흔하게 발견된다고 한다. 우리는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의 영화 “쥬라기 공원”을 통해서 공룡들의 일상을 실감나게 느껴 본 적이 있다. 공룡은 중생대에 퍼져 살다가 지구에서 자취를 감춘 파충류의 한 무리이다. 중생대란 약 2억 5,000만 년 전에서 6,500만 년 전까지의 시대를 구분하는 용어이다. 중생대에는 기온이 높고 기후 변화가 크지 않아서 나무와 풀이 우거졌었다. 그런 환경은 몸집이 큰 파충류가 살기에 알맞아 많은 종류의 공룡이 서식하였다. 그때에는 물고기 모양의 어룡, 뱀처럼 긴 공룡, 새처럼 하늘을 날아다니는 익룡(翼龍)따위의 공룡이 거북이나 암모나이트 등과 함께 살았다. 공룡은 몸집보다 머리가 매우 작다. 공룡의 화석은 미국과 영국과 독일과 중국과 몽골 그리고 인도나 호주나 아프리카 등지에서 골고루 발견된다. 공룡 가운데 가장 큰 것은 ‘브라키오사우루스’인데 몸길이가 27m나 되고 큰 것은 몸무게가 100톤이나 되었다. 중생대에 오랫동안 크게 번성하였던 공룡은 지금으로부터 약 6,500만~6,400만 년 전에 바다의 파충류와 익룡, 암모나이트 등과 함께 지구에서 사라졌다. 공룡의 멸종 원인은 ‘운석설’이나 ‘포유류 번식설’ 등으로 추측한다. ‘운석설’이란 커다란 운석이 지구와 충돌하여 지구의 기온이 빠르게 변화하였기 때문에 이에 적응하지 못하고 멸종했을 것이라는 학설이다. ‘포유류 번식설’은 알을 먹는 포유류가 크게 퍼져서 공룡 알을 마구 먹어 치웠기 때문에 멸종하였을 것이라는 학설이다. 그 밖에도 ‘기후 변화설’과 새로 땅 위에 나타난 식물의 독(毒)을 먹은 초식 공룡이 죽어가자 초식 공룡을 먹고 살던 육식 공룡도 자연히 사라졌을 것이라는 학설이 있다. 우리나라에는 약 1억 년 전 중생대에 많은 공룡이 번성하였다. 경상도에는 공룡이 살던 중생대 지층이 넓게 분포되어 있다. 1970-1980년대에 경북 의성과 경남 하동과 고성에서 공룡의 갈비뼈와 넓적다리와 알의 화석이 발견되었다. 공룡이 지구상에 실존하였던 동물인 것처럼 역사 중에는 그 시대를 배경으로 하는 역사적인 사실들이 적지 않다. 그 중에 가장 위대한 사건이 하나님이 인간의 몸을 입고 이 땅에 오신 성육신(成肉身, Incarnation) 사건이다. 인간은 대개 직접 눈으로 보지 않은 것은 잘 믿으려 하지 않는 성향이 강하다. 그러나 예수 그리스도께서 이 땅에 육신의 몸을 입고 보냄을 받아 인자의 삶을 사시다가 붙잡혀 십자가에 처형당하신 것과 죽음과 부활과 승천은 이천 년 전에 있었던 역사적인 사실이다. 이처럼 예수께서 나사렛 마을의 요셉과 약혼하고 결혼을 기다리던 마리아의 태를 통하여 이 땅에 육신으로 오신 것도 사실이다. 이와 같은 예수 탄생의 역사성을 가장 수려한 문장의 신학으로 승화시켜 기록한 복음서가 요한복음이다. 사도 요한은 예수 그리스도의 탄생을 “말씀이 육신이 되어 우리 가운데 거하시매 우리가 그의 영광을 보니 아버지의 독생자의 영광이요 은혜와 진리가 충만하더라.”(요1:14)고 하였다. 그렇다. 예수 그리스도의 영광은 “아버지 하나님의 독생자의 영광”이다. 뿐만 아니라 예수 그리스도는 “은혜와 진리”가 충만하신 충만으로 그를 믿는 백성들 가운데 거하신다. 이것이 성육신의 신비이다. 그 분이 부활 하신 후에 엠마오로 가는 두 제자와 이십 오리를 동행하면서 함께 대화를 나눈 적이 있으셨다. 글로바라는 제자와 또 다른 한 제자였다. 그런데 저들은 자기들 곁에서 이런 저런 대화를 계속하시는 분이 부활하신 주님이신 것을 모르고 있었다. 저들 일행이 엠마오 마을에 도착한 시간은 이미 해가 뉘엿뉘엿 기울어 가고 어둠이 깔리기 시작한 저녁나절이었다. 저들 두 제자는 예수를 강권하여 함께 집 안에 들어갔다. 시장한 저녁 식탁의 감사 기도를 주님께서 드리셨다. 그리고 떡을 떼어 두 제자들에게 나누어 주었다. 그런데 그들의 눈이 밝아져서 비로소 그 분이 부활하신 예수이신 것을 알아보게 되었다. 그러나 그 순간 예수께서는 홀연히 그들의 곁을 떠나 어디론가 사라지시고 말았다. 그 순간 그들 두 제자는 낮에 있었던 경험을 서로 이야기 하였다. “길에서 우리에게 말씀하시고 우리에게 성경을 풀어 주실 때에 우리 속에서 마음이 뜨겁지 아니하더냐”(눅24:32) 그 순간 그들 두 제자는 예루살렘으로 되돌아갔다. 그리고 그 밤중에 열 한 제자가 숨어 있던 곳을 찾아가서 예수께서 부활하신 사실을 알렸다. 그리고 이천년이 지나도록 복음으로 인해서 마음이 뜨거워진 그 누군가는 오늘날도 지구의 어느 한 구석에서 누구에겐가 부활하신 예수 그리스도의 소식을 전파하고 있다. 이것이 말씀이 육신이 되어 이 땅에 오신 예수 그리스도의 말씀인 복음 전파의 힘이다. 성탄절이다. 이 절기는 말씀이신 하나님께서 인간의 육신을 입고 이 땅에 오신 것을 누군가에게 전하는 때이다. “크리스마스”(Christmas)란 사랑하는 사람에게 선물을 주고받는 때가 아니라 예수 그리스도를 경배하는 때이다. “크리스마스”란 ‘그리스도’를 뜻하는 ‘Christ’와 ‘경배, 예배’를 의미하는 ‘Mass’의 합성어이다. 그러므로 말씀이 육신이 되어 우리 가운데 오신 하나님의 아들이신 예수 그리스도께 황금과 유향과 몰약을 드려 경배하던 동방의 박사들처럼 예수를 경배하는 예배가 없는 성탄절이란 주인공이 빠진 생일잔치와 같다. 더 엄격히 말하면 “영접하는 자 곧 그 이름을 믿는 자들에게는 하나님의 자녀가 되는 권세를 주셨으니”(요1:12)라는 말씀처럼 “주 예수 그리스도의 이름”을 믿는 “하나님의 자녀”가 아닌 상태에서의 성탄절이란 그냥 먹고 마시고 흥청거리는 송년의 때에 찾아오는 세상 명절일 뿐이다. 말씀이 육신이 되어 우리 가운데 오신 하나님의 아들 예수 그리스도를 생명의 구주로 영접하고 죄 사함 받고 거듭나서 주님의 자녀의 권세를 누리고 증거 하는 구원의 증거는 수 없이 많다. 구원의 감격을 갖고 감사와 기쁨과 치유와 회복의 은혜를 나누고 돌보고 베풀고 섬기며 살아가는 이들에게서 우리는 예수 그리스도의 영원한 현현(顯現)을 본다. “지극히 높은 곳에서는 하나님께 영광이요 땅에서는 하나님이 기뻐하신 사람들 중에 평화로다.”(눅2:14)라는 말씀의 주인공이 되는 것이다. 메리 크리스마스 Merry Christma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