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승전은 이겼나요
유태인의 탈무드에는 “마지막에 웃는 자가 진정으로 웃는 자이다.”(He who laughs last laughs best.)라는 잠언이 있다. 그렇다. 사람이 한 평생을 살아가다 보면 얼마나 많은 희로애락을 경험하게 되는가. 그 모든 경험들 중의 대개는 상대적인 것들이 적지 않다. 가령 공부라는 것도 그렇다. 일정한 문제를 제시하고 그 답을 얼마나 잘 썼느냐에 따라서 성적이 주어지고 등수와 우열이 가려진다. 그래서 누구는 일등이 되고 누구는 꼴등이 된다. “인생은 성적순이 아니쟎아요.”라는 말처럼 어디 인생이 생활 기록부에 실린 기록이나 성적표에 실린 성적대로 그렇게 술술 풀려져 가는가. 물론 공부를 열심히 잘해서 국가에서 고시(考試)하는 각종 시험에 합격하면 일정한 자격이 주어지고 그 신분과 사회적인 입지가 보장 되는 것이 맞다. 최근에 어느 모임에 갔더니 자기 조카가 국내 모 항공사 여승무원 채용 시험에 합격했다고 기뻐하는 얘기를 들었다. 120명을 뽑는데 1만 명이 넘는 지원자가 모여 들었다고 했다. 난이도가 높고 경쟁이 심한 국가고시도 그렇다. 기술고시, 의무고시, 사법고시, 행정고시, 외모 고시 등등 세분화된 국가고시의 분야가 한두 가지가 아니다. 너도 나도 공무원 시험 준비에 열심을 갖는 청년들의 세태는 우리에게 무엇을 말해 주는가. 각 분야마다 좀 더 창의적이고 도전적인 자세를 갖고 살아가는 젊은이들이 많아지는 사회가 되면 얼마나 좋을까. 언제부터인가 우리나라는 스포츠 강국이 되어 가고 있다. 축구, 야구, 골프, 수영, 양궁, 태권도, 씨름, 유도, 체조 등의 분야에서 세계적으로 두각을 나타내는 선수들이 대를 이어 배출되고 있다. 종목에 따라서는 그들의 몸값도 대단하다. 그러나 간혹 그 어려운 훈련과 등용 과정을 거쳐서 세계적인 선수로 이름을 날리던 그 어떤 선수가 스캔들에 휘 말려서 부끄러움을 당하는 뉴스를 접하면 마음이 씁쓸해지고 만다. 해외에서 활동 중이던 그 같은 선수가 최근에 국내에서 음주 운전을 하다가 사고를 내고 뺑소니를 쳤던 사건이 뉴스에 소개 된 적이 있다. 각 분야에서 잘 나가고 유명해지고 인기를 누리고 권력과 부와 명예의 중심에 서서 세상에 큰 소리 치면서 살기를 원하는 것이 한 시대를 살아가는 범인(凡人)들의 모습이 아닌가. 그러다가 문제가 생기면 법의 심판 앞에 “모르쇠”로 일관하면 그뿐이라는 식의 사고방식을 가진 이들이 나라 살림을 맡고 있으니 국가의 꼴이 무엇이 되겠는가. 물론 모든 사람들이 다 그런 것은 아니지만 말이다. 인생은 끝까지 잘해야 하고 마지막 까지 잘해야 한다. 요즘 국가적으로 나라의 기강을 어지럽힌 이들로 인해서 온 국민이 얼마나 우울해 하고 분노하고 있는가를 보라. “믿는 도끼에 발등 찍힌다.”는 속담처럼 되어 버린 나라의 형편을 보며 우리는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가. 그 신분이 시골 마을의 살림살이를 맡아 보는 이장이냐 혹은 국가를 대표하는 대통령이냐의 문제가 아니다. 자신에게 주어진 신분과 책무를 어떻게 제대로 잘 감당해 나가느냐가 숙제이다. 우리 사회는 무엇이 되려는 데는 열심인데 어떻게 살아갈까에 대해서는 매우 등한시하는 것이 사실이다. 십계명은 성경을 읽다 보면 어느 한 지면에서 접하고 그냥 덥고 잊어버리고 지나칠 사안이 아니지 않는가. 성경 히브리서에는 “한 번 죽는 것은 사람에게 정해진 것이요 그 후에는 심판이 있으리니.”(히9:27)라는 말씀이 있다. 그렇다. 사람이 공부 잘하고 재주가 뛰어나고 성공하고 출세하고 돈 잘 벌고 남들보다 잘 나가고 떵떵거리고 잘 먹고 잘 입고 잘 사는 것을 누가 무엇이라고 말하랴. 그러나 사람이 최소한 사람답게 살려면 인륜(人倫)에서 벗어나지는 말아야 하지 않겠는가. 그 인륜이란 것을 동양에서는 삼강오륜(三綱五倫)으로 강조해 왔다. 그러나 요즘처럼 국가 최고 권력자가 범국민적으로 백성들에게 이처럼 큰 실망을 안겨 주는 시대에는 온 국민들이 엄청난 혼란에 빠지고 말게 되지 않는가. 이번 사태를 중심으로 잘잘못의 실마리를 찾아서 엄벌하고 국가 기강을 튼튼하고 건강하게 세워가는 타산지석(他山之石)의 교훈을 삼아야만 할 것이다. 이는 개인, 가정, 단체, 기업, 국가 다 마찬가지일 것이다. 지난 11월 29일에 브라질 ‘샤페코엔시’축구팀 전세기 추락사고로 22명의 선수들 중에서 19명이 숨지는 안타까운 사고가 있었다. 창단 이후 최초로 남미 클럽 대항전 ‘코파 수다메리카나’ 결승에 진출해 우승을 눈앞에 뒀던 샤페코엔시 축구단이었다. 한창 고무된 마음을 안고 결승전을 치르기 위해 콜롬비아행 비행기에 올랐던 저들 대부분이 불행한 죽음을 맞고 말았다. 올해 31살인 잠피에르 네토는 기적처럼 생존했지만 머리와 폐와 팔과 다리 등 전신에 심각한 부상을 입고 2주 가까이 혼수상태에 빠져있었다. 그는 여러 차례의 수술을 받은 끝에 혼수상태에서 기적적으로 깨어났고 스스로의 힘으로 호흡을 할 수 있게 됐다. 그는 금번 12월 13일에 깨어나자마자 “결승전은 이겼나요”라고 말하여 주변 사람들의 눈시울을 적시게 하였고 마음을 뭉클하게 하였다. 남미축구연맹(CONMEBOL)은 결승전 상대였던 ‘아틀레티코 나시오날’팀이 양보함에 따라 샤페코엔시가 2016년 코파 수다메리카나 챔피언에 등극했다고 발표했다. 의료진에 따르면 이제 겨우 혼수상태에서 깨어난 잠피에르 네토 선수는 자기와 동료들이 당한 비행기 사고 상황도 아직 잘 모르는 상태라고 한다. 아마도 경기 도중에 부상을 당해서 병원에 누워 있는 것으로 착각하고 있는 것 같다고 했다. 동료들 대부분이 숨진 사실조차도 아직 모르고 있다고 했다. 현재 그는 간단한 의사소통 정도만 가능한 상태인 것으로 전해진다. 그런 그가 겨우 깨어난 의식으로 질문한 말이 이것이다. “결승전은 이겼나요.” 그렇다. 남아 있는 결승전이 중요하다. 과거의 화려한 경력만 자랑하지 말고 다음 경기를 준비하는 마음으로 운동화 끈을 조여 매는 선수의 마음을 갖자. 아직 인생의 결승전은 끝나지 않았다. 또 다른 새로운 경기가 우리를 기다리고 있다. 심판과 상급에 대하여 언급한 성경 마지막 부분인 요한 계시록의 마지막 장에 보면 이런 내용이 나온다. “보라 내가 속히 오리니 내가 줄 상이 내게 있어 각 사람에게 그가 행한 대로 갚아 주리라.”(계22: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