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경과 그 역사의 현장-27
텔아비브 공항에서
성지순례를 마치고 밤 비행기로 귀국하기 위하여 이스라엘의 국제공항인 텔아비브 공항을 향하였다. 공항 건물 내부로 이동하는 널따란 통로의 한쪽 벽면을 도배하듯이 차지하고 있는 대형 인물 사진들이 눈길을 끌었다. 역대 이스라엘이 배출한 노벨상 수상자의 사진과 업적을 소개하는 내용들이었다. 1901년 노벨상이 제정된 이후로 이스라엘은 12명이 수상하였다. 평화상 셋, 화학상 여섯, 경제학상 둘 그리고 문학상 한 사람이다. 115년이 지나도록 대한민국은 평화상을 한 번 받은 것이 전부이다. 노벨상을 가장 많이 탄 나라는 미국이다. 지난해까지의 통계로 357명이다. 미국의 유수한 대학들 중에서 노벨상 수상자를 가장 많이 배출한 곳은 시카고대학교로 70명을 넘어 섰다. 이는 세계적으로 비교해도 경쟁 대학이 없을 정도의 압도적인 기록이다. 시카고 대학 연구팀은 세계 최초로 원자탄 이론을 완성시킨 것으로도 유명하다. 이 시카고대학은 1892년에 존 록펠러의 의하여 설립되었다. 시카고 대학의 특징은 매년 4학기제로 운영한다는 점이다. 미국의 뒤를 이은 나라들은 영국과 독일과 프랑스이다. 118, 102, 67명이다. 우리나라의 주변 국가들 중에는 러시아가 27명, 중국이 12명, 일본이 24명이다. 노벨상 수상자를 발표하는 계절이 되었다. 평화 회복을 위해 평생을 바친 후안 마누엘 산토스 콜롬비아 대통령이 올해의 노벨 평화상 수상자로 발표되었다. 22만 명 이상이 죽은 내전을 종식시키기 위한 평화 협정을 이끌어 낸 그의 공로가 인정된 것이다. 노벨상을 어느 나라 사람이 받느냐에 관심을 갖는 것 자체가 지극히 편향적이고 편협한 생각일 수 있다. 그러나 그래도 여전히 미련이 남는 것은 “왜 우리나라의 그 많은 학자들과 세계에서 활동하는 한국계 학자들은 아직 노벨상을 받을 정도의 경지에 이르지 못할까” 하는 아쉬움이 있기 때문이다. 이호왕(李鎬汪, 1928-) 박사는 세계 최초로 유행성출혈열의 병원체와 진단법과 백신을 개발한 한국을 대표하는 노학자이다. 그는 대한민국학술원 원장, 대한백신학회 초대 회장 등을 역임했다. UN산하 국제백신연구소(IVI)의 한국후원회장과 한탄생명과학재단 이사장 등으로 활동하였다. 그는 노벨생리의학상 부문의 추천 과정에 참여했던 경험도 갖고 있는 석학이다. 그는 미국 NIH(미국국립보건원) 초청으로 미국 내 유명연구소에서 왕성한 초청강연활동을 한 적도 있다. 그는 자신이 만나 본 노벨상 수상자들 중에서 막스 테일러(Max Theiler) 박사와의 대화를 소개한 바 있다. 막스 테일러 박사는 황열병백신을 만든 공로로 1951년에 노벨의학상을 받았다. 황열병은 열대지방에서 모기에 물려 생기는 열병으로 간장이 손상되어 황달이 생기는 열병이다. 오늘 날도 여행객들은 아프리카나 남미에 갈 때에 반드시 그가 만든 백신을 맞아야만 한다. 그는 남아프리카 태생으로 미국에서 연구생활을 하였다. 그는 절족동물매개바이러스의 항혈청을 복수종양을 가진 생쥐에서 만들어 냈다. 그는 노벨상을 받은 학자임에도 다른 그 어느 누구의 도움도 받지 않고 직접 자기 혼자서 모든 연구 과정을 다 맡아 하고는 했다. 그는 “황열병예방백신을 어떻게 만들었느냐”는 질문에 “우연이었다.”(It was an accident.)고 답하였다. 그는 “내가 하고 있는 연구는 바닷가의 모래알같이 작은 것이고 우리들의 제일 큰 문제는 인구증가다.”라는 말도 남겼다. 과연 그의 연구 결과가 우연일까. 결코 그렇지 않다. 비록 학자 한 사람의 연구 생활이 바닷가의 모래밭에 떨어져 있는 바늘 한 개를 찾는 것 같은 어려운 노력일 수 있다. 그러나 인류는 그들의 연구 업적에 의한 결과를 구체적인 혜택으로 누리며 살아가고 있지 않는가. 포럼의 초청연사로 한국에 다녀간 적이 있는 이스라엘의 벤처 사업가 도브 모란(Dov Moran)은 코미고의 CEO이다. 그는 2000년에 컴퓨터를 쓰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하나 이상씩 들고 다닐 정도로 대중화된 ‘휴대용 저장장치’(USB)를 발명하여 노벨상을 받은 학자이기도 하다. USB를 발명해 낼 당시의 엠시스템스(M-Systems)의 창업가인 도브 모란은 이 기술을 샌디스크에 넘기면서 16억 달러(약 1조8000억원)를 벌었다. 그가 일순간에 많은 돈을 벌었기 때문에 노벨상을 탄 것은 아니다. 그는 그 수익금을 가지고 또 새로운 벤처 사업을 시작하였다. 그는 한국을 방문하였을 때에 “당신은 충분히 실패할 수 있다. 그러나 한 가지 명심해야 할 것은 실패를 두려워하는 일을 멈춰야 한다는 것이다. 우리는 실패로부터 성공보다 더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으며 많은 경험과 노하우를 얻을 수 있다. 지금 하는 일을 계속 하라.”고 충고하였다. 또 “한국의 기업가들에게 내가 하고 싶은 말은 내가 이스라엘, 미국 그리고 유럽 기업가들에게 하고 싶은 것과 매우 다르다. 실패에 대한 두려움이 유독 심한 한국의 문화와 이 때문에 실패가 두려워 도전하지 못하는 것이 한국인의 문제점이라고 본다.”고 지적하였다. 그리고 그는 이스라엘어의 ‘후츠파’(חוצפה)라는 의미를 설명하였다. “뻔뻔하다거나 철면피라는 뜻이지만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고 떳떳하게 인정하는 이스라엘 고유의 정신인 용기, 배포, 도전성을 말한다. 이 정신 하나를 밑천 삼아 전 세계적으로 큰 성공을 이끌어내는 사람이 모여 사는 곳이 바로 이스라엘이다. 후츠파 정신은 그 어떤 자금이나 정책의 지원보다 벤처기업가들에게 우선돼야 한다, 후츠파 정신은 아직 도전 해보지 않은 것들에 대해 용기를 불어넣어주는 것이다. 주변의 다른 사람들이 성공하지 못할 것이라고 비웃고 말려도 그것에 개의치 않는 정신이 후츠파 정신이다.”라고 이스라엘 사람들의 도전정신을 소개하기도 하였다. 세계 100대 첨단 기업 중 75개가 이스라엘이 있고 세계 벤처 투자금의 35%가 이스라엘에 몰려 있다. 이스라엘의 벤처 기업은 유럽의 30배, 중국의 300배라고 한다. 이것이 황량한 불모지를 천국으로 가꾸며 살아가는 이스라엘 사람들이 ‘후츠파’ 정신이다. 동양에는 ‘칠전팔기’(七顚八起)라는 말이 있다. “일곱 번 넘어져도 여덟 번 일어난다.”는 속담이다. 아시아 동쪽의 작은 반도 국가 그것도 허리가 잘린 분단의 땅 남한, 대한민국에서 세계를 향하여 나아가는 분야별 인재들이 끊임없이 배출되기를 소원하는 마음이 간절하다. 성경에도 그런 말씀이 나온다. “대저 의인은 일곱 번 넘어질찌라도 다시 일어나려니와 악인은 재앙으로 인하여 엎드러지느니라.”(잠24: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