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경과 그 역사의 현장-17
성경의 내용을 잘 모르는 상태에서 이스라엘이나 예루살렘을 여행한다면 어떤 느낌일까. 드디어 우리 일행은 예수님께서 십자가에 달려 돌아가시던 날 고난당하시며 골고다를 향하셨던 그 길을 방문하였다. “슬픔의 길”(Way of Grief)이란 뜻의 라틴어 “비아돌로로사”(Via Dolorosa)라고 이름 붙여진 그 길 말이다. 예수님은 유월절 만찬 자리에서 떡(빵)과 포도주를 가져다가 먹게 하셨다. 그리고 “받아서 먹으라 이것은 내 몸이니라, 너희가 다 이것을 마시라. 이것은 죄 사함을 얻게 하려고 많은 사람을 위하여 흘리는 바 나의 피 곧 언약의 피니라.”(마26:26-28)는 말씀을 하셨다. 이는 주님의 죽으심과 이루실 대속(代贖)과 구원(救援)의 역사를 미리 말씀하신 것이다. 제자들의 발도 일일이 씻어 주셨다. 그리고 “내가 너희에게 행한 것 같이 너희도 행하게 하려 하여 본을 보였노라”(요13:15)는 말씀을 남겨 주셨다. 그리고 밤새도록 감람산에서 기도하셨다. 가롯 유다는 그 새벽녘에 예수님을 찾아 갔다. 가롯 유다 곁에는 칼과 몽치로 무장한 무리가 함께하고 있었다. 저들은 대제사장과 백성의 장로들이 보낸 자들이었다. 가롯 유다는 “랍비여 안녕하시옵니까”하고 인사하며 입을 맞추었다. 예수님은 “친구여 네가 무엇을 하려고 왔는지 행하라”고 말씀하셨다. 그 순간 무장한 무리들이 달려들어 예수님을 체포하려 하였다. 평소에 옆구리에 칼을 차고 다니던 제자 베드로는 칼을 빼어 대제사장의 종 말고의 오른쪽 귀를 베어 버렸다. 순식간에 일어난 일이었다. 예수님은 그런 베드로의 행동을 자제시키시면서 “칼을 가지는 자는 다 칼로 망하느니라.”고 경고하셨다. 예수님은 그 현장에서 얼마든지 기적을 행하시고 그 자리를 피하실 수도 있으셨을 것이다. 그러나 그렇게 하지 않으셨다. 그 때 예수님은 “너는 내가 내 아버지께 구하여 지금 열두 군단 더 되는 천사를 보내시게 할 수 없는 줄로 아느냐”는 말씀을 하셨다. 이어서 예수님은 자신을 향한 성경의 예언이 성취되는 순간이 찾아 왔다고 설명해 주셨다. 예수님은 체포되었고 지난밤에 밤새도록 예수님의 가까이에서 졸며 잠을 청하던 베드로를 비롯한 제자들은 뿔뿔이 모두 다 흩어지고 말았다. 성경은 그 순간의 장면을 “제자들이 다 예수를 버리고 도망하니라.”(마26:56)고 했다. 지난 삼년간 예수님의 제자로 부르심을 받아 주님의 곁에서 함께 먹고 자며 수많은 기사와 이적을 보았고 끝없는 천국 비유의 말씀을 들었던 제자들이 모두 다 흩어지고 말았다. 예수님은 혼자 남으셨다. 주님은 결박당하셨고 대제사장 가야바의 뜰로 끌려가셨다.
도망갔던 베드로는 혼자서 멀찍이 뒤 쫓아 가서 주님이 당하시는 결말을 보려고 대제사장의 뜰에까지 들어가서 하인들이 있는 곳에 함께 앉아 있었다. 이른 새벽 시간이지만 대제사장들과 온 공회원들이 다 모여 있었다. 그들은 예수님을 죽일 거짓 증인을 찾고 있었다. 여러 거짓 증인들이 나섰지만 마땅한 내용이 없었다. 시간이 얼마 지나고 두 사람이 나서서 예수님을 고발하였다. “이 사람의 말이 내가 하나님의 성전을 헐고 사흘 동안에 지을 수 있다 하더라.”(마26:61) 이 말을 들은 대제사장이 일어서서 예수님께 물었다. “아무 대답도 없느냐” 예수님은 아무 대답도 하지 않으시고 침묵하셨다. 답답해진 대제사장이 다시 물었다. “네가 하나님의 아들 그리스도인지 우리에게 말하라.” 그 때에야 예수님께서 입을 여셨다. “네가 말하였느니라 그러나 내가 너희에게 이르노니 이 후에 인자가 권능의 우편에 앉아 있는 것과 하늘 구름을 타고 오는 것을 너희가 보리라.”(마26:64) 예수님의 이 말을 들은 대제사장은 자기 옷을 찢으며 말했다. “그가 신성모독 하는 말을 하였으니 어찌 더 증인을 요구하리요 보라 너희가 지금 이 신성 모독하는 말을 들었도다. 너희 생각은 어떠하냐” 그 때에 대제사장들과 공회원들이 일제히 소리쳤다. “그는 사형에 해당하니라.” 그 순간에 저들은 예수님의 얼굴에 침을 뱉기도 하고 주먹으로 치기도 하고 어떤 이는 손바닥으로 때리기도 하였다. 그리고는 “그리스도야 우리에게 선지자 노릇을 하라 너를 친 자가 누구냐.”하고 말하며 예수님을 조롱하였다. 그 현장에서 한 여종에게 신분이 노출된 베드로는 예수님을 모른다고 맹세하고 부인하며 저주하고 도망쳐 버렸다. 그 곁의 또 다른 사람들이 베드로가 누군지를 알아보고 “너도 진실로 그 도당이라.”고 말을 건넸다. 베드로는 다시 저주하고 맹세하며 자신은 예수님을 모른다고 말했다. 그 순간에 닭이 울었다. 베드로는 평소에 주님께서 그에게 말씀하신 “닭 울기 전에 네가 세 번 나를 부인하리라.”는 말씀이 생각나서 뜰 밖으로 나가서 심히 통곡하였다. 예수님 주변에 둘러섰던 대제사장들과 백성의 장로들과 공회원들 중에서 예수님을 살려 주자고 이견을 주장하는 이들은 단 한 사람도 없었다. 예수님은 결박 되었고 빌라도 총독의 관저로 끌려가기 시작하였다. 우리 일행은 비가 쏟아지기 시작하는 시간에 그 곳, 빌라도의 법정이 있던 장소에 도착하였다. 지금은 이슬람의 영역으로 이슬람 초등학교가 들어서 있다. 비를 피하여 운동장 한 귀퉁이의 긴 옥외 복도에 둘러서서 성경 말씀을 찾아 읽고 기도하였다. 그런데 어느 순간에 물병 몇 개가 날아들었다. 우리를 구경하던 이슬람 어린이들 중에서 누군가가 우리 일행을 조롱하고 경멸하는 행동을 한 것이다. 마태복음 27장을 읽어보면 빌라도의 법정으로 끌려가시는 예수님, 목매어 죽은 가롯 유다의 죽음, 빌리도의 재판, 희롱을 당하시는 예수님 그리고 십자가를 메고 골고다를 향하여 가시며 넘어지고 쓰러지시는 예수님의 모습을 소상하게 소개하고 있다. “비아돌로로사”길은 예수님께 사형 언도를 내린 빌라도의 법정으로부터 시작하여 골고다 언덕과 예수님을 장사 지냈던 무덤까지 14 개의 지점으로 나뉘어져 있다. 그 첫 장소를 방문하고 이동할 즈음에 주님께서 당하신 고난과 아픔과 수치와 모멸감과 고통을 생각하게 하는 적지 않은 비가 계속하여 쏟아졌다. 그 순간 찬송의 가사가 떠올랐다. “얼마나 아프셨나 못 박힌 그 손과 발 죄 없이 십자가에 달리신 주 예수님....오 놀라운 사랑 크시고 끝 없도다 오 주님사랑에 구원의 강물 넘치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