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경과 그 역사의 현장-13
하루 종일 감람산과 그 맞은편의 예루살렘 성 안과 밖을 이 곳 저곳 둘러보았다. 감람산은 여러 날 더 머물며 산허리마다 걸어보고 언덕마다 앉아 보고픈 곳이었다. 감람산은 예루살렘 성이 있는 성전산보다 100여 미터 더 높은 830미터이다. 예수님은 감람산에 앉으셔서 제자들에게 세상 끝 날의 징조에 대하여 말씀해 주셨다.(마24:3, 막13:3) 산의 이름이 그러하듯이 올리브 나무가 참으로 많았다. 만국 교회의 정원에 있는 수 십 그루의 올리브 나무들은 가히 천년은 되었을 법한 것들이었다. 장정 둘이 마주 잡기에도 어려울 만큼 굵은 나무의 몸통이 세월의 풍상을 버티며 자라온 역사를 말해 주듯이 뒤틀려 있었다. 예수님이 나귀 새끼를 끌어 오게 하신 벳바게도 감람 산 자락에 있는 마을이다. 예수님이 친구처럼 지내시던 나사로의 삼 남매가 살던 베다니 마을도 감람 산 허리에 있다. 예루살렘 성벽의 동쪽에 있는 ‘황금 문’에서 바라다 볼 때에 동쪽에 있는 높은 산이 감람산이다. 감람산의 정상에 예수님이 승천 하신 곳이라고 알려진 ‘승천 교회’가 있다.(행1:1-12) 이처럼 감람산은 예수님이 십자가에 돌아가시고 부활 승천하시기까지의 마지막 생애와 관련이 깊은 산이다. 열왕기하 23장에 보면 남 왕국 유다의 제 16대 요시야(재위, BC640-609)왕이 선조들 때로부터 내려온 우상을 철폐하는 장면이 나온다. “또 예루살렘 앞 멸망의 산 오른쪽에 세운 산당들을 왕이 더럽게 하였으니 이는 옛적에 이스라엘 왕 솔로몬이 시돈 사람의 가증한 아스다롯과 모압 사람의 가증한 그 모스와 암몬 자손의 가증한 밀곰을 위하여 세웠던 것이며 왕이 또 석상들을 깨뜨리며 아세라 목상을 찍고 사람의 해골로 그 곳에 채웠더라.”(왕하23:13-14) 이처럼 솔로몬의 때로부터 감람산은 각종 우상을 만들어 세워 놓았던 곳이다. 열왕기상 11장에 보면 솔로몬 왕의 악행에 대한 내용이 나온다. 여호와의 말씀을 떠난 솔로몬 왕은 모압과 암몬과 에돔과 시돈과 헷 여인들을 첩으로 맞아들였다. 솔로몬은 후궁이 칠백 명이요 첩이 삼백 명이었다. 그 여인들은 각기 자기들이 섬기는 우상 숭배를 요구하였다. 시돈 사람은 자기들의 여신 아스다롯을 따르고 암몬 사람은 그들의 가증한 밀곰을 따랐다. 솔로몬은 예루살렘의 앞산인 감람산에 모압의 가증한 그모스 신당을 지었고 암몬 자손이 숭배하는 밀곰 신당도 세웠다. 하나님은 두 번이나 솔로몬에게 나타나셔서 우상 숭배를 경고하셨으나 그는 듣지 않았다. “네게 이러한 일이 있었고 또 네가 내 언약과 내가 네게 명령한 법도를 지키지 아니하였으니 내가 반드시 이 나라를 네게서 빼앗아 네 신하에게 주리라.”(왕상11:11) 이처럼 아름다운 감람산은 ‘멸망의 산’(왕하23:13)이란 이름이 붙여지기 까지 우상 숭배의 본거지로 변하여 멸망을 자초하던 산이기도 하였다. 그 주변에서 가장 높은 산인 감람산의 정상에 올라서면 동쪽으로 광활한 유대 광야가 한 눈에 들어오고 서쪽으로는 예루살렘 성전이 있었던 성전산이 내려다보인다. 예수님은 감람산에서 예루살렘 성을 가까이 바라다보시며 우시면서 말씀하셨다. “너도 오늘 평화에 관한 일을 알았더라면 좋을 뻔하였거니와 지금 네 눈에 숨겨졌도다 날이 이를지라 네 원수들이 토둔을 쌓고 너를 둘러 사면으로 가두고 또 너와 및 그 가운데 있는 네 자식들을 땅에 메어치며 돌 하나도 돌 위에 남기지 아니하리니 이는 네가 보살핌 받는 날을 알지 못함을 인함이니라.”(눅19:42-44) 누가복음 11장에 보면 제자들에게 기도를 가르쳐 주신 곳도 감람산이다. 우리가 ‘주기도문’이라고 하는 기도 말이다. 우리 일행은 일일이 설명을 들으며 사방을 바라다보기도 하고 직접 방문하기도 하였다. 서울은 과거에 난지도에 시민들의 생활 쓰레기를 갖다 버렸듯이 예루살렘 성 안의 오물을 내다 버리는 곳이라서 분문(糞門)이라 불리는 문도 예루살렘 성벽의 동쪽 한편에 보였다. 그곳을 돌아서 남 유다 제 11대 요담 왕의 때에 건축 된 오벨 성벽(대하 27:3-4)을 따라 내려다보면 엄청나게 많은 대리석 석관들이 산허리를 덮고 있다. 거기서 시작되는 기드론 골짜기로부터 여호사밧 묘(욜3:1-2), 압살롬의 묘(삼하13-19장), 스가랴, 학개, 말라기 선지자의 무덤 등을 가리키는 안내자의 손끝을 따라 주변의 지형을 익힐 수 있었다. 순교자 스데반을 기념하는 교회와 러시아 황제였던 알렉산더 3세가 자기 어머니 마리아 막달리아를 추모하여 1885년에 건축하였다는 러시아 궁전처럼 대단히 화려한 황금 돔의 마리아 막달리아 기념 러시아 정교회도 그 곳에 있었다. 그 교회를 돌아 언덕을 올라가면 예루살렘의 멸망을 예언하시며 눈물을 흘리시던 것을 기념하는 눈물교회가 있다. 안타깝게도 내부 수리 중이어서 교회 마당만 밟고 예배당 내부에는 들어가 볼 수가 없었다. 주기도문 교회를 둘러보는 기회도 인상적이었다. 그 곳에는 세계 각국의 수십 개의 언어로 주기도문을 써서 타일 벽화로 장식하였다. 한글 주기도문 장식은 어디쯤 있을 까하고 이 곳 저 곳을 둘러보는 가운데 익숙한 한글 장식을 찾았다. 얼마나 반가웠는지 모른다. 우리가 긴 시간 기도하고, 많은 기도를 드리고, 이것저것 늘 기도 드리며 살지만 사실 주님께서 가르쳐 주신 기도 가운데 기도의 그 모든 것들이 모두 다 담겨 있지 않나. “그러므로 너희는 이렇게 기도하라.”(마6:9)고 교훈하시며 가르쳐 주신 주기도문의 내용을 생각하며 기도 해 보자. 우리가 어렸을 적에는 주일마다 시골의 교회 학교 예배 시간에 주기도문과 십계명과 사도신경을 외우고는 하였다. 창호지에다 먹물로 써서 궤도 걸이에 매어 달고 가느다란 막대기로 넘겨 가며 따라 외우던 주기도문 말이다. “하늘에 계신 우리 아버지여 이름이 거룩히 여김을 받으시오며 나라가 임하시오며 뜻이 하늘에서 이루어진 것 같이 땅에서도 이루어지이다. 오늘 우리에게 일용할 양식을 주시옵고 우리가 우리에게 죄 지은 자를 사하여 준 것 같이 우리 죄를 사하여 주시옵고 우리를 시험에 들게 하지 마시옵고 다만 악에서 구하시옵소서 나라와 권세와 영광이 아버지께 영원히 있사옵나이다 아멘.”(마6:9-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