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경과 그 역사의 현장-12
수요일 하루 동안에 참으로 여러 곳을 방문하였다. ‘올리브 산’(Mount of Olives)인 감람산(橄欖山)은 석회암 층으로 형성된 해발 808m이다. 1967년에 있었던 6일 전쟁 이후 이스라엘이 관할하게 되었다. 예수님께서 유월절 만찬을 마치시고 밤새도록 기도하신 겟세마네 동산은 감람산의 서쪽 자락이다. 예수님께서 승천하신 곳도 감람산이다.(행1:12) 감람산 자락에서 바라다보면 예루살렘 동편 성곽이 한 눈에 들어온다. 유대교인들은 메시아의 새 시대가 감람산에서 시작될 것이라는 전승을 믿기 때문에 그 곳을 가장 신성(神聖)시 한다. 그리하다 보니 유대인들 중에서는 감람산 자락에 묘역을 마련하는 것을 가장 큰 보람으로 여겨 왔다. 이런 신앙은 마호멧이 황금 돔이 있는 그 곳에서 승천했다고 믿는 이슬람들에게도 마찬가지란다. 감람산은 다윗 왕의 영욕(榮辱)이 배어 있는 곳이기도 하다. 사무엘 하 15장에 보면 다윗의 아들 압살롬이 아버지를 반역하였다. 다윗 왕은 급하게 왕궁을 벗어나 피신하였다. 다윗은 “일어나 도망하자...빨리 가자”고 재촉하였다. 어찐 연고인지 왕의 신하들은 왕의 피신 길을 반대하지 않고 다 같이 급하게 왕궁을 벗어나 도피 길에 올랐다. 다윗 왕의 후궁 열 명만이 남아서 불안하고 초조한 마음으로 왕궁을 지키게 되었다. 왕의 피신 길에 함께 하는 자들의 수는 적지 않았다. 신하들은 물론 그렛 사람, 블렛 사람 그리고 가드 사람 육백 명이 왕 앞에 서서 함께 피신하기 시작하였다. 그 가드 사람들 중에는 유명한 장수 잇대도 끼어 있었다. 가드 사람들은 블레셋에 속한 이들인데 저들은 어떤 연유로든 다윗의 곁으로 망명하여 지내고 있었다. 그 중의 한 사람 잇대는 블레셋에서도 소문난 장수로서 무용과 기개가 뛰어난 자였다. 제 나라에서 쫓겨난 나그네들 중의 한 사람인 잇대에게 임금 다윗은 “따라 오지 말고 돌아가라.”고 권하였다. 그러나 잇대는 “여호와의 살아 계심과 내 주 왕의 살아 계심으로 맹세하옵나니 진실로 내 주 왕께서 어느 곳에 계시든지 사나 죽으나 종도 그 곳에 있겠나이다.”(삼하15:21)고 대답하며 충성을 맹세 하였다. 잇대의 동행을 허락한 다윗 왕은 “그러면 앞서 건너라.”고 명령하였다. 그 때에 잇대와 그를 수행하는 자들과 그들과 함께 한 어린이들이 모두 다 기드론 시내를 건너갔다. 다윗 왕과 운명을 같이 하기로 한 자들이 큰 소리로 울면서 기도론 시내를 건넜다. 왕도 그 무리들 사이에서 함께 건너갔고 광야 길로 나서서 피신하기 시작하였다. 당대의 제사장이었던 사독은 레위 사람들을 앞장세우고 여호와의 언약궤를 메어다가 피신 길에 있는 다윗 왕 곁에 놓았다. 여호와의 임재의 상징인 언약궤를 왕의 곁에 모심으로 하나님께서 다윗 왕에게 환궁(還宮)의 은총을 베풀어 주시기를 염원하는 마음을 그렇게 표현한 것이었을 것이다. 그러나 임금 다윗의 생각은 달랐다. “보라 하나님의 궤를 성읍으로 도로 메어가라 만일 내가 여호와 앞에서 은혜를 입으면 도로 나를 인도하사 내게 그 궤와 그 계신 데를 보이시리라.”(삼하15:25) 다윗은 “하나님께서 자신을 기뻐하지 아니하신다고 할지라도 오직 여호와께서 선히 여기시는 대로 주의 뜻이 이루어 질 것이라”는 믿음이 있었다. 사독과 아비아달은 임금 다윗의 명령을 따라서 다시 언약궤를 메고 성안으로 되돌아갔다. 그 후에 다윗 왕이 감람 산(삼하15:30)길로 올라 갈 때에 그의 머리카락으로 얼굴을 가리고 갔다. 다윗 왕은 신발도 신지 못하고 맨발로 울며 가고 있었다. 성경을 읽을 때마다 가슴이 울컥하게 되는 장면이 바로 그 내용이다. 어쩌다가 임금 다윗에게 그런 날이 왔는가. 왕의 곁을 따르는 모든 백성들도 제 각기 머리카락으로 얼굴을 가리고 울면서 감람 산길을 따라가고 있었다. 시간이 흐르고 다윗 왕의 세력이 압살롬의 군대를 진압하는 순간이 찾아 왔다. 그 때에 가드의 장수 잇대는 다윗왕의 진압군대 삼분의 일을 통솔하는 임무를 맡을 정도로 신임이 두터웠다.(삼하18:1-2) 잇대는 망명한 신분으로 요압 장군이나 아비새 장군과 격을 같이 하며 군대의 요직을 부여 받았다. 스가랴 14장에 보면 세상의 끝 날에 심판주께서 이 땅에 오시면 “그 날에 그의 발이 예루살렘 앞 곧 동쪽 감람산에 서실 것이요...”라는 예언의 말씀이 나온다. 이처럼 감람산은 구약과 신약에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예수님께서 마지막 유월절을 지키기 위해서 예루살렘에 가까이 가셨을 때에 감람산 벳바게에서 마련한 새끼 나귀를 타시고 입성하셨다.(마21:1, 막11:1, 눅19:28,요12:12) 예수님은 감람산에서 밤새 기도하셨고 그 곳에서 붙잡히셨고 부활 후에 그 곳에서 승천하셨다. 감람산은 예수님께서 습관을 따라서 기도하시던 기도 동산이었다.(눅22:39) 예수님의 그 모든 흔적이 배어 있는 감람산의 곳곳마다 기념 교회들이 세워져 있다. 눈물교회와 만국교회와 승천교회가 그곳이다. 만국 교회라고 이름 붙여진 겟세마네 교회(Gethsemane Church of the Agony)에 방문하였다. 예배당 내부 전면 중앙 바닥에는 크고 평평한 바위가 있다. 예수께서 최후의 만찬을 마치시고 밤 새 기도 하시던 곳이 바로 그 바위라고 한다. 세계에서 찾아 온 순례객들이 그 바위 가장 자리에 무릎을 꿇고 엎드려서 기도하고 있었다. 우리 일행도 그들 사이에 끼어 엎드려 기도하는 시간을 가졌다. 내 곁에는 덩치가 커다란 흑인 중년 여성이 얼마나 슬프게 울면서 기도하던지 나도 덩달아 그 곁에 엎드려서 마음이 뭉클한 기도 시간을 가졌다. ‘겟세마네’란 ‘기름틀, 착유기’라는 뜻이다. 마치도 그 이름처럼 예수님께서는 그런 기도를 그 곳에서 드리셨다. 예수님께서 “아버지여 만일 아버지의 뜻이거든 이 잔을 내게서 옮기시옵소서 그러나 내 원대로 마시옵고 아버지의 원대로 되기를 원하나이다.”(눅22:42)하고 기도하실 때에 주님의 이마에서 땀이 땅에 핏방울같이 되어 떨어졌다. 예수님은 그 날, 밤새도록 힘쓰고 애써 더욱 간절히 기도하셨다. 그 곳이 감람산, 그 곳이 겟세마네 동산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