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정 이전부터 전국의 이곳저곳에 다시 조류독감 경보가 전해졌다. 구정 날 새벽 기도를 마치고 강화도에 계신 어머니를 뵙기 위해서 출발하였다. 강화 대교를 건너자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흰 비닐 가운으로 몸을 감싸고 흰 마스크로 얼굴을 가린 방역 요원들이 모든 차량에 소독제가 분사되도록 설비를 마쳐 놓고 수고하고 있었다. 조류독감Avian Influenza은 다른 영어 표기로는 Bird Flu라고 하는, 조류 인플루엔자 또는 가금 인플루엔자이다. 이번처럼 철새나 닭이나 오리 등의 가금류家禽類에서 생기는 바이러스성 질환이다. 감염된 조류의 콧물이나 호흡기 분비물이나 대변 등에 접촉한 조류들이 다시 감염되는 형태로 전염되며 특히 철새들에 의해 많이 전염된다. 고병원성 조류 인플루엔자highly pathogenic avian influenza는 우리나라에서 법정 제1종 가축전염병으로 분류된다. 닭은 특히 감수성이 커서 일단 감염되고 나면 80% 이상이 호흡곤란으로 죽는다. 연구된 바로는 조류인플루엔자 바이러스는 HA형과 NA형이 있다. 아주 드믄 경우 말고는 원칙적으로 사람에게는 감염을 일으키지 않는다. 자료에 따르면 1997년, 홍콩에서 처음으로 인체 감염을 일으켜 6명이 사망했고, 2003년 12월부터 다음 해 4월까지 아시아 지역에서 유행하여 모두 23명이 사망했다. 올해 H7N9로 홍콩에서만 3명, 중국에서 20명이 죽었다. 조류 인플루엔자 바이러스는 75℃ 이상에서 5분 이상 가열하면 멸균되기 때문에 닭이나 오리 고기 등을 충분히 익혀 먹으면 감염되지 않는다. 조류독감에 감염되면 38℃ 이상의 고열이 나면서 기침이나 인후통이나 호흡곤란 등 감기나 독감과 비슷한 증세가 나타난다. 인류의 역사 기록에 의하면 14세기에 아시아와 유럽 지역에 흑사병이 창궐하였다. 페스트라고도 하는 흑사병黑死病은 인류 역사에 기록된 최악의 전염병으로 박테리아의 일종인 예르시니아 페스티스Yersinia pestis가 원인균이다. 1347년 이후로 유럽 지역의 인구는 흑사병으로 인해 지역에 따라 셋 중의 하나 혹은 절반의 인구가 죽어 갔다. 14세기 유럽의 흑사병 희생자는 총 7,500만 명에서 2억 여 명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 유럽 중세사를 연구하는 사학자 필립 데이리더는 "유럽에 흑사병이 창궐한 초기 4년간의 희생자는 절반에 가까웠다. 실제 유럽에서는 지역에 따라 다양한 사망률을 보였는데 이탈리아, 스페인, 프랑스 남부 등에서는 지역에 따라 인구의 80%가 죽어 갔다. 한편 북부 독일, 잉글랜드 등지에서 초기 4년 동안의 사망률은 20% 정도였다"고 했다. 한편, 흑사병은 삶에 대한 태도도 바꾸어 보카치오의 <데카메론>의 내용처럼 "지금 이 순간을 즐기자"는 사회 현상을 낳기도 하였다. 한편으로 흑사병은 유럽인들의 종교적인 사고에도 영향을 주어, 일부 사람들은 하나님이 흑사병으로 심판하니 고행을 함으로써 죄를 씻어야 한다는 주장을 하기도 하였다. 흑사병이라는 이름은 피부의 혈소 침전에 의해 피부가 검게 변하는 증상 때문에 1883년에 붙여진 이름이다. 그 증상이 더욱 진행되면 검게 변색된 부위가 썩어 들어가는 괴저壞疽가 발생하고 결국은 죽음에 이르게 된다. 중국은 원나라 때인 1334년 허베이에서 흑사병으로 지역 인구의 90%가 사망하였으며 1353년부터 2년 동안에 중국과 몽골지역에서 2,500만 명 이상의 희생자가 발생하였다. 이처럼 사람이나 새 종류에 전염되는 전염병은 생명을 죽이는 무서운 질병이다. 물론 성경 신구약에 모두 ‘염병'이란 표현이 나온다. 레위기 26장 25절부터 시작하여 구약에만도 30차례 이상의 관련 내용을 찾아 볼 수 있다. 민수기 16장 41절 이하에 보면 모세와 아론을 원망하던 백성들에게 하나님이 진노의 염병을 내리신 무서운 심판의 장면이 나온다. 두려운 마음에 휩싸인 모세는 아론에게 부탁하여 향로에 제단의 불을 담아다가 그 향불을 백성들 앞에 가지고 가서 속죄하도록 하였다. 그러나 이때에 죽은 자의 숫자가 14,700명이다. 민수기 16장 49절에 나오는 기록이다. 구약에서 사용되는 대개의 경우는 질병으로서의 염병을 언급한다. 그러나 시편 91편 3절에 보면, 하나님은 하나님을 피난처와 요새로 삼고 그를 의뢰하며 살아가는 인생들을 “새 사냥꾼의 올무와 심한 전염병에서 건지시는 분”이라고 하였다. 하나님을 의지하며 살아가는 인생은 “너는 밤에 찾아오는 공포와 낮에 날아드는 화살과 어두울 때 퍼지는 전염병과 밝을 때 닥쳐오는 재앙을 두려워하지 아니하리로다 천 명이 네 왼쪽에서, 만 명이 네 오른쪽에서 엎드러지나 이 재앙이 네게 가까이 하지 못하리로다.”(시91:5-7)라고 하였다. 신약 성경에서 말하는 전염병은 사람을 죽이는 전염병이 아니라 살리는 전염병이다. 신약에서는 사도행전 24장 5절에 단 한번 ‘전염병’이란 표현이 나온다. 복음을 전파하다가 붙잡힌 사도 바울은 가이사랴의 총독 앞으로 끌려 나갔다. 바울은 이때에 헤롯 궁에 갇혀 있었다. 닷새가 지난 후에 대제사장 아나니아가 어떤 장로들과 한 변호사 더둘로와 함께 총독 앞에 내려와서 바울을 고발하였다. 그 때에 변호사 더둘로가 고발장에 쓴 내용이 이것이었다. “우리가 보니 이 사람은 전염병 같은 자라 천하에 흩어진 유대인을 다 소요하게 하는 자요 나사렛 이단의 우두머리라 그가 또 성전을 더럽게 하려 하므로 우리가 잡았사오니 당신이 친히 그를 심문하시면 우리가 고발하는 이 모든 일을 아실 수 있나이다.”(행24:5-8) 대제사장 아나니아가 앞장서고 유대인들이 적지 않게 동조하여 처단해 없애 버리고 싶어 하던 사도 바울에게 쓰인 죄목은 이것이었다. 첫째, 천하에 흩어져 사는 유대인들을 소요하게 하는 자다. 둘째, 나사렛 이단의 우두머리다. 셋째, 성전을 더럽게 하려 한다. 이와 같은 엉터리 고발에 대한 사도 바울의 변증은 분명하였다. “나는 그들이 이단異端이라 하는 도道를 따라 조상의 하나님을 섬기고 율법과 선지자들의 글에 기록된 것을 다 믿으며 그들이 기다리는바 하나님께 향한 소망을 나도 가졌으니 곧 의인과 악인의 부활復活이 있으리라 함이니이다 이것으로 말미암아 나도 하나님과 사람에 대하여 항상 양심에 거리낌이 없기를 힘쓰나이다.”(행24:14-16) 오늘 날 세계 처처에 교회와 성도가 존재하는 목적이 바로 이것이다. 사도 바울이 벨릭스 총독 앞에서도 담대하게 증언하던 이 부활 복음의 본질에서 벗어나면 희망이 없다. 사도 바울은 다메섹에서 그의 이름을 부르시는 부활 예수 그리스도를 체험한 후에 줄 곧 한 길을 달려서 여기까지 왔다. 그는 로마에까지도 이 복음이 전파되어야 한다는 일념 밖에는 없었다. 주 예수 그리스도와 하나님 아버지를 믿는 성도라면 그가 어떤 직임으로 부르심을 받았든지 이 부활의 복음을 전파하여야만 한다. 이 복음 전파를 위해서라면 “때를 얻든지 못 얻든지 항상 힘쓰라”(딤후4:2)는 주의 명령에 순종하여야만 한다. 이 복음 전파를 위하여 시간과 건강과 재물과 경험과 지식과 그 모든 것을 총동원하여야만 한다. 지난 1월 27일 저녁에 광림교회의 원로목사요 교단의 감독회장을 지낸 장천杖泉 김선도 목사의 자서전 <5분의 기적> 출판예배에 참석하였다. 그는 1930년생이다. 선교 초기에 동양의 예루살렘이라 불리던 평북 선천에서 태어난 그는 18살 때에 신의주 의학 전문학교에 다니고 있었다. 그 때는 이미 남과 북이 갈린 상황이었다. 20살에 해주의학전문학교를 졸업하였다. 공산당이 무엇인지를 알게 된 그는 큰 고민에 빠져 괴로워하고 있었다. 그를 6. 25 전쟁 중에 공산당 의무관 신분에서 국군 의무관이 되게 한 것은 하나님의 전적인 구원의 섭리攝理였다. 전쟁 후 그는 남한에서 목사가 되었다. 그의 목회 사역 55년! 그는 이 땅과 열방에 예수 그리스도의 부활의 복음이 전염병처럼 번져 가게 하는 메신저의 삶을 84년 여간 쉼이 없이 달려온 이 시대에 살아 있는 복음 전파의 열정가요 사도 바울과 같은 전도자가 아닌가. 기독교의 복음 전파가 점점 위축되어 가고 오히려 이단과 사이비에 점령되는 이때에 성도聖徒된 우리 모두가 부활 복음의 전염병 같은 자가 되어야 하지 않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