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계
<공피고아>(功彼顧我)라는 제목의 책이 있다. 이는 바둑의 기본전략을 설명하는 용어이다.“상대방을 공격하기 전에 나를 먼저 생각하라”는 뜻이다. 주로 직장인들을 독자층으로 염두에 두고 쓴 책이긴 하나 배울 점은 참으로 많다. 직장에서 각자 자신이 처한 위치와 직급에 따라 각별히 고민해야 할 주제들을 모아 어떻게 처신해야 하는지를 정리한 책이다. 저명한 출판사의 편집장 출신인 저자 이남훈과 공동 저자인 장동인의 경력 또한 화려하다. 그는 서울대의 원자핵공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남가주 대학교에서 컴퓨터공학 석사를 마쳤다. 미국 비자카드, 아메리칸 항공, 독일 아마데우스(Amadeus) 등에서 근무했다. 1996년에 귀국하여 몇 회사의 요직을 맡았었고 언스트앤영 컨설팅 본부장을 역임했다. 국내 대기업 및 공공기관 등 수백 개 기업에 경영 및 IT 컨설팅을 했다. 다양한 컨설팅 활동을 기반으로 각종 컨퍼런스와 대학에서 강의를 맡기도 하였고 다양한 매체에 기고활동을 했다. 현재는 미래읽기컨설팅의 대표 컨설턴트로 활동하고 있다. 이 책에서 그는 그간의 경험을 토대로 자신이 갇혀 있다고 느끼는 답답한 상황에서 더 큰 그림을 그리며 도약하는 길과 전략을 제시하고 있다.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다.” 고대 희랍의 철학자 아리스토텔레스가 한 말이라고 기억하고 있다. 그렇다. 인간은 절대로 혼자서는 살 수 없다. 누군가와 더불어 관계를 형성하며 살아가는 것이다. 그것은 떼려야 뗄 수조차 없는 혈육 관계이든 혹은 같이 살자고 서약하고 사는 부부관계이든 혹은 사회생활 중에서 만나는 그 어느 누군가와의 관계이든 다 마찬가지이다. 씨족 사회로 하면 한 마을 사람 혹은 한 부족 간에 형성되는 남녀노유 사이에 인간관계가 반드시 존재한다. 조직이 없는 인간 사회란 없다. 옷을 입지 않고 살아가는 원시 부족 사회 안에도 추장을 비롯한 대표성을 가진 직책이 반드시 있다. 나름대로의 의사결정 구조나 생활 풍습으로 자리 잡은 질서가 있다. 부족들이 나서서 숲 속에서 야생 멧돼지 한 마리를 잡아 오면 그날 저녁에 그 고기를 통째로 구워서 마을의 어른 아이 모든 사람들이 공평하게 배분하는 나름대로의 일정한 전통과 원리가 다 있다. 현대 사회처럼 성문화된 법이 없어도 말이다. 사람은 태어나는 순간부터 그 누군가와 관계가 형성된다. 친모의 손길에 의해서 양육되든지 혹은 스티브 잡스처럼 태어나자마자 낯 설은 양모의 손길에 입양되어 양육되든 누군가와 일정한 관계를 형성하게 되어 있다. 창세기의 롯은 아버지가 돌아가신 후에 삼촌 아브라함을 따라서 타향으로 갔다. 크든 작든 롯은 숙부인 아브라함과 숙모인 사라에게서 적지 않은 영향을 받았을 것이다. 그래도 결국은 얍삽하게 눈에 보기에 좋은 땅으로 훌쩍 먼저 떠나가고 말았지만 말이다. 요셉이 배 다른 열 명의 형들에게 미움을 받고 애굽에 팔려 갔지만 그는 낯 설은 남의 나라에서 나름대로 인간관계를 터득하며 살아남아야 했다. 요셉은 갑자기 노예 신분이 되어 타국의 종살이가 시작된 불운한 운명을 딛고 절치부심 끝에 하나님의 은혜로 애굽의 총리대신에 까지 등극되었다. 에스더는 부모를 일찍이 잃고 사촌 오빠인 모르드개의 손길에 의해서 자라났다. 모르드개는 에스더를 자기의 딸같이 양육하였다. 그런 그녀는 바사 제국의 아닥사스다 왕의 새 왕비가 되었다. 에스더는 자기 자신의 신분과 입지가 화려해지고 출세한 환경에 자만하지 않았다. 아닥사스다 임금 곁의 제 2 인자였던 하만의 간계로 말미암아 에스더의 동족인 유대인이 말살 당할 위기에 처해지게 되었다. 이와 같은 소식을 알게 된 그녀는 “죽으면 죽으리이다”하고 금식을 실행하였다. 에스더는 사촌 오빠인 모르드개에게 입장을 전달하였다. 모든 유대인들에게 전하여 삼 일간 먹지도 않고 마시지도 않는 금식에 참여 하자고 제안하였고 자신도 앞장서서 그렇게 실천하였다. 다니엘은 유다 백성들이 바벨론에 포로로 끌려 갈 때에 함께 끌려간 이스라엘의 청년이었다. 그런 그가 바벨론의 느브갓네살 왕이 하사하는 산해진미를 거부하고 채소와 맹물만 마시고 열흘을 버텼다. 시간이 지난 후에 보니 당대에 최고의 음식을 끼니마다 배 터지게 먹었던 다른 동료들 보다 그 얼굴이 더욱 아름답고 살이 윤택하여 훨씬 더 건강하고 좋아 보였다. 요셉이나 에스더나 다니엘은 인간관계도 탁월하였지만 눈에 보이지 않는 하나님과의 관계가 심오하였던 역사적인 인물들이 아닌가. 엘리어트 에런슨(Elliot Aronson)의 책, <인간, 사회적 동물>이란 책에 보면 우리가 생각해 본적도 없는 역사 속의 세상 구석구석에서 일어났던 크고 작은 사건과 인간관계를 중심으로 인간이 얼마나 대단한 사회적 동물인가를 구체적으로 언급하고 교훈하는 내용들이 넘쳐 난다. 저자는 미국의 심리학회의 긴긴 역사 가운데 대표적인 상을 세 가지나 석권한 미국을 대표하는 저명하고 다재다능한 심리학자 중의 한 사람이다. 인간관계처럼 소중한 것은 없다. 그러므로 누구와 만나느냐, 누구와 사귀느냐, 누구와 주로 시간을 갖느냐, 누구에게서 영향을 받느냐가 곧 그 사람을 형성한다. 지난 두 세기에 걸쳐서 인간 경영과 자기 계발 분야 최고의 컨설턴트는 역시 데일 카네기(Dale Carnegie,1888-1955)가 아닌가. 그의 <카네기의 인간관계론>(How to Win Friends & Influence People)은 인간관계가 좌우하는 인생의 성공과 행복, 그리고 그 본질에 대한 날카로운 통찰을 담고 있다. 책의 원 제목은 <친구를 만들고 사람들을 설득하는 법>(How to win friends and influence people)이다. 이 책은 6천 만 권 이상이 팔리는 대단한 관심을 불러 왔다. 사실 그 내용도 원제목을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인간관계의 핵심이 무엇인가. 다양한 사람을 대하는 법, 주변 사람에게 환영 받고, 호감을 얻고, 상대방에게 변화가 가능하게 하고, 행복한 삶을 가꾸어 가는 비결 등을 구체적으로 언급한다. 그는 “다른 사람들과 사이좋게 지낼 줄 아는 능력”(ability to get along with other people)이 곧 그 사람 자신이라고 강조한다. 그는 1888년 미주리 주의 한 농장에서 태어났다. 사범대학을 졸업한 후 네브래스카에서 교사와 세일즈맨 등으로 사회생활을 하면서 수많은 실패를 경험했다. 1912년 YMCA에서 성인을 상대로 하는 대화 및 연설 기술을 강연하게 되면서 그는 유명인사가 되기 시작하였다. 그는 나중에 카네기 연구소를 설립해 인간 경영과 자기 계발 강좌를 개설했다. 그는 최고의 처세 컨설턴트로서 복잡한 인간관계에서 나타나는 심리와 스트레스를 분석하여 인간 관계론과 자기관리론을 체계화시킨 인물이다. <데일카네기 1%성공습관> 같은 책을 보면 인간관계의 사소한 차이가 성공과 실패로 삶을 나눈다고 언급한다. 기독교 베스트셀러 저자이고 216개국에 방송되는 TV 프로그램인 <메신저>의 공동 진행자인 존 비비어의 책, <관계>(The Bait Of Satan)에 보면 많은 사람들이 상처를 해결하지 못해서 인간관계가 무너지는 것을 안타까워하면서 묵상한 참신한 글들로 가득 차 있다. 다섯 살짜리 어린 아들에게는 아버지의 사업이 문을 닫고 경제적인 실의에 빠져서 밤잠을 설치는 아버지에 대한 관심보다는 낮에 놀다가 넘어져서 무릎이 깨지고 제 무릎에 피가 난 그 상처가 훨씬 심각하게 느껴지는 것처럼 상처라는 것은 지극히 개인적이고 이기적인 것들이 대부분이다. 예수께서 붙잡히셔서 가야바의 뜰과 빌라도의 법정을 거쳐 온갖 심문을 당하시고 골고다에 끌려가서 비참하게 십자가에 달려 운명하시던 그 날, 베드로를 비롯한 모든 제자들은 제 살길을 찾아서 비겁하게 모두 다 도망가 버린 것을 보라. 이처럼 관계라는 것은 지극히 이기적이고 개인적이다. 예수 부활과 승천 후 성령 받고 달라진 제자들처럼 그러므로 성령을 받아야 관계도 달라진다. 예수는 관계의 바탕을 이렇게 말씀하셨다. "화평케 하는 자는 복이 있나니 그들이 하나님의 아들이라 일컬음을 받을 것임이요.”(마5: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