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리아의 찬양
누가복음 1장 46-55절은 ‘마리아의 찬가’로 제목 붙여진 동정녀 마리아의 찬양이다. 46절의 “내 영혼이 주를 찬양하며”라는 고백의 ‘찬양’이란 ‘메갈뤼네이’(megalunei)라고 해서 ‘크게 기뻐하다’라는 뜻이다. 라틴어로는 ‘마그니피카트’(magnificat)이라고 한다. 요한 세바스찬 바흐의 교향곡 를 대해보면 더욱 감동적이다.
구약의 미리암의 찬가 혹은 한나의 찬가 등이 잘 알려져 있듯이 복음서의 마리아의 찬가는 그 내용이 깊고 오묘하다. 나사렛 마을의 평범한 자매 마리아에게서 어떻게 이런 역사적인 찬양의 고백이 가능했을까 하고 질문하게 된다. 그러나 대개의 유대인들은 남자이든 여자이든 그들ㅇ 살아가는 마을의 회당을 중심으로 늘 하나님의 말씀을 배우고 읽고 묵상하며 생활하였기에 이와 같은 찬양이 가능하였을 것이라고 여겨진다.
마리아는 그의 찬가에서 자신에게 임한 하나님의 축복에 대하여 감사하고 하나님께서 자신에게 베푸신 은혜를 찬양하며 권세있는 자와 비천한 자에 대한 하나님의 공평하신 심판을 노래하며 이스라엘 백성에 대한 하나님의 사랑과 언약의 성취에 대하여 찬미하고 있다. 그 내용을 좀 더 자세히 묵상해 보자.
첫째, 여종의 비천함을 돌아 보신 것을 찬양하였다.
마리아 자신의 고백처럼 그녀는 매우 평범하고 지극히 낮은 환경에서 태어나고 자라났다. 당시의 나사렛은 갈릴리의 변방에 위치한 보잘 것 없는 마을이었다. 그녀는 같은 마을의 나이 많은 목수 요셉과 약혼한 상태였다. 결혼을 기다리며 지내던 어느 날 천사 가브리엘로부터 하나님의 아들을 잉태하게 될 것이라는 통지를 받았다. 그녀는 당황하고 두려워서 멀리 산골 마을에 사는 친척 엘리사벳을 찾아갔다. 그 곳에 세 달 쯤 머무는 동안에 이런 찬양의 고백을 남겼다.
하나님이 마리아를 보살펴 주시고 돌보아 주시지 않았다면 그의 고백처럼 지극히 평범하고 지극히 보잘 것 없는 여인으로 살다가 이 세상을 떠났을 것이다. 그러나 하나님은 마리아를 하나님의 아들을 잉태하고 탄생할 여인으로 그의 태를 빌리셨다. 마리아는 두렵고 무서웠다. 그러나 하나님은 마리아를 만세에 복된 여인으로 삼으셨다.
하나님은 스스로 인간의 몸을 입고 이 땅에 오신 것이 아니셨다. 하나님은 동정녀 마리아의 몸에 아들 예수의 생명이 잉태되게 하셨다. 예수는 마리아의 복 중에 성령으로 잉태되고 자라났다. 베들레헴의 마구간에서 태어났다. 헤롯이 그곳 주변의 두 살 미만 사내 아이들을 죽이려고 하였다. 황급하게 마리아의 남편될 요셉은 마리아와 어린 아기 예수를 데리고 애굽으로 피신하였다. 그리고 나중에 고향 마을 나사렛으로 돌아가서 아들 예수를 키웠다. 예수는 마리아의 젖을 먹고 자라났다. 마리아의 남편 요셉의 무릎 위에서 사랑을 받고 커나갔다. 안식일이면 가족 모두 다 같이 나사렛의 회당에 가서 하나님께 예배드리고 하나님 말씀을 배웠다.
예수는 자라나며 키만 커간 것이 아니라 하나님 앞과 사람 앞에서 사랑을 받았다. 지혜도 점점 커 나갔다. 12살 때에는 예루살렘 성전에서 서기관들과 바리새인들과 대화할 정도의 총명한 어린 시절을 보냈다.
그런 예수의 성장기를 지켜보는 마리아의 기쁨과 보람은 말로 다 설명할 수 없었다. 마리아는 미리 예견하기라도 한 듯이 이렇게 고백한 것이다. “하나님이 여종의 비천함을 돌보셨습니다.”
그렇다. 하나님은 비천한 여인 마리아를 돌보셔서 하나님의 아들 예수 그리스도를 낳아 양육하는 역사적인 여인이 되게 하셨다. 이런 앞날을 미리 알기라도 한 듯이 마리아는 큰 소리로 기쁘게 하나님을 찬양하고 또 기뻐하였다. 그 찬양의 가사는 마리아의 생애와 아들 예수 그리스도의 생애를 통해서 역사 한 가운데 빛으로 드러났다. 마리아의 고백처럼 마리아는 후대에 두고 두고 복이 있다고 여김받는 존귀한 여인이 되었다.
아들 딸을 낳는 것은 복 중의 복이다. 아들 딸을 하나님의 사람으로 키우는 것은 더욱 더 큰 복이다. 아들딸의 생명은 하나님이 주시는 것이다. 아들딸을 잘 낳아서 하나님을 경외할줄 아는 사람으로 키워 내는 일은 나라를 구하는 일보다 귀하고 전쟁에 이기는 일보다 귀한 일 중의 일이다.
둘째, 도우사 긍휼히 여기시고 기억하심을 찬양하였다.
어린 나이의 마리아가 믿고 섬기던 하나님 신앙은 어떠하였는가를 알게 하는 찬양의 내용이 그의 찬가의 가사에 담겨 있다. 예수 그리스도를 잉태할 당시의 마리아의 나이는 13살에서 15살쯤이었을 것이라고 전해진다. 왜냐하면 그 나이에 부모가 동의하면 결혼 할 수 있었던 것이 당시의 유대 여성들의 결혼 문화였으니 말이다.
마리아는 하나님께 대하여 아래와 같은 신앙을 고백하고 있다.
전능하신 하나님
큰 일을 행하시는 하나님
거룩하신 이름의 하나님
그를 두려워하는 자에게 대대로 긍휼을 나타내 보이시는 하나님
그의 팔로 힘을 보이사 교만한 자를 흩으시는 하나님
권세있는 자를 내리 치시는 하나님
비천한 자를 높이시는 하나님
주리는 자에게 좋은 것으로 배불리시는 하나님
부자를 빈 손으로 보내시는 하나님.
우리는 마리아에게 찾아 오시고 만나 주시고 아들을 잉태하여 탄생하게 하심으로 예수의 어머니라 칭함받게 하신 하나님 아버지를 나의 아버지로 믿고 찬양하며 살아가고 있다.
하나님은 나사렛의 비천한 여인 마리아에게 은혜를 베푸셔서 하나님의 아들을 낳은 영광스러운 여인이 되게 하셨다. 뿐만 아니라 하나님은 그의 택한 종 이스라엘을 도우시는 하나님이시다. 택함 받은 백성들을 긍휼히 여기시는 사랑의 아버지이시다. 하나님이 택하신 백성 이스라엘 백성들이 어떤 형편, 어떤 처지에 처하든지 기억하시고 돌아 보아 주시는 아버지이시다.
과거에는 아브라함의 후손이 이스라엘이었다. 그러나 오늘 날은 하나님의 언약의 말씀을 지켜 행하는 자라야 아브라함의 후손이며 참 이스라엘 백성이다. ‘그 종 이스라엘’이란 그런 뜻을 포함하고 있다. 하나님은 하나님의 종 이스라엘을 통하여 하나님의 도우심과 긍휼히 여기심을 드러 내 보이시고 택한 백성들을 잊지 않고 기억해 주기실 원하신다.
하나님이 도우시니 노아의 여덟 식구가 홍수 중에서도 구원을 받았다. 하나님이 도우시고 긍휼히 여기시니 100세된 아브라함이라도 90세된 사라를 통하여 아들 이삭을 낳았다. 하나님이 기억하시니 430년 버려진 것 같던 노예의 땅 애굽에서 출애굽하는 영광스러운 순간을 경험하게 되었다. 하나님이 기억하시니 나이 80세가 된 호렙산 떨기 나무 앞에서의 모세라도 하나님의 부르심 앞에 응답하고 동족을 구원하는 민족 지도자의 새길을 가게 되었다. 하나님이 도우시니 울며 탄식하며 기도하던 한나가 아들 사무엘을 낳아 하나님께 바치는 역사적인 여인이 되었다.
성탄절은 하나님의 도우심과 긍휼히 여기심과 기억해 주시기를 간구하는 절기이다. 하나님이 도우시고 긍휼히 여기시고 기억해 주시니 나사렛의 비천한 여인 마리아가 역사적으로 복되다 칭함 받는 존귀한 하나님의 사람이 되게 해 주셨다.
셋째, 조상에게 말씀하신 것을 영원히 이루심을 찬양하였다.
구약 시대 마지막 선지자인 말리기를 끝으로 하나님은 더 이상 선지자를 이 땅에 보내지 않으셨다. 그 시대를 살아가던 400여년 간의 이스라엘 백성들은 어둡고 답답한 세월을 보내야 했다. 그런 긴긴 침묵의 시절을 뒤로 하고 어느 날 하나님이 천사 가브리엘을 나사렛의 마리아에게 보내셨다. 그리고 말씀하셨다.
“은혜를 받은 자여 평안할지어다 주께서 너와 함께 하시도다.”(눅1:28),“마리아여 무서워하지 말라. 네가 하나님께 은혜를 입었느니라. 보라 네가 잉태하여 아들을 낳으리니 그 이름을 예수라 하라.”(눅1:30-31),“성령이 네게 임하시고 지극히 높으신 이의 능력이 너를 덮으시리니 이러므로 나실 바 거룩한 이는 하나님의 아들이라 일컬어 지리라.”(눅1:35)
생각하여 보라. 400여년 동안 침묵하시던 하나님이 천사 가브리엘을 통하여 이처럼 상세하게 말씀하시고 또 말씀하셨으니 말이다. 그리고 이 모든 말씀은 하나님이 택하신 동정녀 마리아를 통하여 온전히 이루어지게 하셨다. 그렇다. 하나님은 조상 때에 하신 언약의 말씀을 때가 되면 그 언약을 믿고 따르는 자손들을 통하여 성취하시는 하나님이시다.
하나님은 마리아를 그런 역사의 주인공으로 택하셨다. 마리아는 하나님의 자신을 향하신 언약을 온전히 순종함으로 성취한 믿음의 주인공이 되었다. 하나님은 천사 가브리엘을 통하여 마리아에게“대저 하나님의 모든 말씀은 능하지 못하심이 없느니라.”(눅1:37)고 말씀하셨다. 이 말씀을 들은 마리아는 누가복음 1장 38절에 보면 “주의 여종이오니 말씀대로 내게 이루어지이다.”라고 고백하였다.
하나님의 아들 예수 그리스도는 십자가에 달려 죽임 당하심으로 온 인류를 죄와 사망에서 구원하시기 위해서 보냄을 받으셨다. 예수께서는 그를 통해서 이룩하시려는 하나님의 뜻과 분부하신 사명을 온전히 순종함으로 이룩하신 구세주이시다. “아들을 낳으리니 그 이름을 예수라 하라 이는 그가 자기 백성을 그들의 죄에서 구원할자이심이라.”(마1:21)
예수의 다른 이름은 ‘임마누엘’이시다. 그 뜻은 “하나님이 우리와 함께 계시다.”는 의미이다. 임마누엘이신 예수 그리스도 안에서 세상과 죄와 나 자신의 욕망을 다스리는 복음의 사람답게 살아가자.
이 글은 2020. 12. 20. 주일
설교문을 요약한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