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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기세심 거악작선 20191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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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최고관리자
최고관리자
작성일 19-11-03 21:47 조회 7,406 댓글 0
 
수기세심 거악작선
修己洗心 去惡作善
 

몇 주전 주일 오후에 속장 모임을 가졌다. 강화도에 도착하여 읍내의 언덕 자락에 있는 성공회 강화성당을 방문하였다. 1893년에 선교가 시작된 성공회는 1900년에 성당을 봉헌하였다. 강화성당은 겉보기에는 한옥이지만 내부는 바실리카 양식으로 지어진 동서양의 복합 건축 양식을 갖추고 있다. 국가 지정 문화재인 이 건물은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 보존되고 있는 한옥성당이다. 지금도 매 주일 예배를 드리고 있다. 봄과 여름과 가을에는 좋지만 겨울의 예배 환경은 너무 추워서 고생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고 한다. 마루바닥에서 새어 올라오는 한기(寒氣)가 매섭기 때문이다. 몇 해 전에야 겨우 별관을 건축하여 겨울철 동안의 예배처로 사용하고 있다.
 

강화읍 성 마루에 높게 자리 잡은 성당의 터는 배 모양으로 되어 있어서 구원의 방주를 상징하고 있다. 250여명이 예배할 수 있는 40칸 규모이다. 중층에는 자연채광이 가능한 유리창을 둘러서 서구 교회의 전통건축 양식인 바실리카 양식을 갖추었다. 한옥이지만 건물이 견고하고 웅장하다. 백 년 이상 자란 백두산 소나무를 조마가(3대 주교 M. N. Trollope)신부가 직접 신의주에 방문하여 구하였다고 한다. 물길 따라서 뗏목으로 운반했고 석재와 기와는 강화도에서 해결하였다. 도목수는 경복궁 중수에 참여한 도편수가 동원되었고 일 년 반 만에 완공되었다.
 

우리나라는 장로교나 감리교 등의 교세에 비하여 성공회는 수적으로 미약하다. 그러나 성공회는 교회의 전통과 성경의 권위를 균등하게 인정하는 보편적이고 개혁적인 교회이다. 초대교회로부터 이어지는 주교 제도와 성사는 물론이고 인간의 이성적 활동을 존중한다. 극단적인 의견을 배제하고 다양한 서로의 의견을 포용하며 중도의 길(via media)을 걷는 열린 교회이다.
 

예배당 안에 들어서면 가슴 높이의 큼직한 사각형 수반이 놓여 있다. 세례를 베푸는 수세대라고 한다. 그 전면에 修己洗心 去惡作善”(수기세심 거악작선)이라고 새겨 놓았다.
 

구원이란 인간의 죄를 사하시는 예수 그리스도의 대속(代贖)의 은혜로 임하는 것이다. 그러나 구원받은 성도들에게 요구되는 것은 바로 이것이다. ‘修己洗心’(수기세심)이 무엇인가. 몸을 수양하고 마음을 닦는 경건 생활을 일컫는다.‘去惡作善’(거악작선)이 무엇인가. 악을 멀리하고 거부하며 선을 행하는 성령 안에서의 신자의 모습이다.
 

몸은 마음을 담는 그릇이다. 몸을 함부로 다루는 것은 그 사람 자신의 마음가짐이 흐트러져 있기 때문이다. 몸과 마음과 영혼은 하나다. 몸은 마음과 생각과 영혼을 담고 있는 그릇이다. 사도 바울은 이 보배를 질그릇에 가졌으니”(고후4:7)라고 하였다. 인간은 살아가면서 핍박과 박해를 당할 때가 있다. “사방으로 욱여 싸임을 당하거나 답답한 일을 당하거나 박해를 받거나 거꾸러트림을 당할 때가있다. 그러나 싸이지 아니하고 망하지 아니하고 버린 바 되지 아니하고 망하지 아니하는능력은 인간의 몸에 담겨 있는 마음의 힘이다. 신자의 마음에 담겨진 것이 예수의 생명이다. 사망을 이기는 것은 생명이다. 어둠을 이기는 것은 빛이다. 인간이 몸과 마음을 닦고 수양하며 살아가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마음은 맑고 고운데 몸을 함부로 처신하며 사는 사람이란 있을 수 없다. 반대로 마음가짐이 흐트러져 있고 사악한데 그 몸을 반듯하게 살피며 살아가는 사람도 있을 수 없다. 몸과 마음은 하나다. 몸은 마음을 담은 그릇이요 마음은 몸을 다스리고 지배하는 보이 않는 힘이다.
 

사울은 왕이었지만 그의 말년에 그 마음가짐이 하나님 앞에서 바르지 못하고 지극히 교만하였다. 그런 사울 왕의 나중은 참담하였다. 그 원인이 무엇인가. 몸보다 마음가짐이 먼저다. 마음가짐이 흐트러지고 진실하지 못하면 선지자라도 속이고 하나님 앞에서라고 어리석고 경솔하게 된다. 보이는 육체의 삶을 지배하고 다스리는 힘은 마음가짐으로부터 나온다. 그러므로 신앙으로 산다는 것은 몸과 마음을 다스리는 생활이다. 이것이 나실인의 삶이며 이것이 성령 충만한 성도의 삶이다. 그러므로 거듭난 성도는 주님의 은혜 안에서 자신의 몸과 마음을 씻고 닦는修己洗心’(수기세심)의 나날을 살아가야만 한다.
 

하나님 안에서 주님의 자녀되어 살아가는 성도들은 악을 멀리하고 선을 추구하여야 마땅하다. 그것이 去惡作善’(거악작선)이다.
 

가인과 아벨은 하나님께 제사 드리던 형제였지만 형 가인은 제사 후에 자신의 마음 속에 일어나는 분노와 악을 다스리지 못하였다. 하나님이 자신의 제사를 받지 않으셨으면 그 이유와 원인을 찾기 위해서 고심하고 다음 제사 때에는 반드시 하나님이 받으실만한 제사를 준비하여 드리는 정성과 진지함이 있어야 했다. 그러나 가인은 제사 후에 일어나는 감정을 다스리지 못하고 동생 아벨을 쳐 죽였다.
 

선과 악은 열린 창문을 통해서 바람이 집안으로 들어오는 것처럼 사람의 마음속으로 들어온다. 그러므로 악을 받아들이면 악하게 되고 선을 받아들이면 선하게 되는 법이다. 사도 바울은 이런 고민을 진솔하게 피력한 바 있다. 로마서 7장의 내용이다.
 

원하는 바 선은 행하지 아니하고 도리어 원하지 아니하는 바 악을 행하는도다 만일 내가 원하지 아니하는 그것을 하면 이를 행하는 자는 내가 아니요 내 속에 거하는 죄니라 그러므로 내가 한 법을 깨달았노니 곧 선을 행하기 원하는 나에게 악이 함께 있는 것이로다 내 속사람으로는 하나님의 법을 즐거워하되 내 지체 속에서 한 다른 법이 내 마음의 법과 싸워 내 지체 속에 있는 죄의 법으로 나를 사로잡는 것을 보는도다 오호라 나는 곤고한 사람이로다 이 사망의 몸에서 누가 나를 건져내랴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로 말미암아 하나님께 감사하리로다 그런즉 내 자신이 마음으로는 하나님의 법을 육신으로는 죄의 법을 섬기노라.”(7:19-25)
 

하나님이 에덴 동산에 지으신 아담과 하와는 하나님의 형상을 닮은 존재로의 창조였다. 그러나 불순종으로 인한 타락이 에덴에서 추방되는 심판과 불행을 불러오고 말았다. 인간이 선행을 통해서 구원 얻을 수 있는 길이란 없다. 그러나 구원의 복음을 깨닫고 영접한 하나님의 자녀라면 악을 멀리하고 선을 행하는 것이 마땅하다. 이것이 去惡作善’(거악작선)의 생활이다.
 

사람은 심은대로 거둔다. 선을 심으면 선을 거두고 악을 심으면 악을 거둔다. 예수는 열매를 보아 그 나무를 안다고 교훈하셨다. 좋은 나무는 아름다운 열매를 맺고 못된 나무는 나쁜 열매를 맺는 법이다. “이러므로 그들의 열매로 그들을 알리라.”(7:20)고 하셨다.
 

아름답고 좋은 결실의 계절이다.
믿음으로 살아간다는 것은 무엇인가. 이 글귀가 그 대답이다.
 

修己洗心 去惡作善
(수기세심 거악작선)
 

이 땅에 하나님을 경외하고 주 예수 그리스도를 생명의 구주로 영접하는 신자의 수가 점점 늘어나기를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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