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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재미있어요. 06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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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지성래
지성래
작성일 11-06-19 03:47 조회 14,492 댓글 0
 
동네의 큰 길 건너편에 있는 내과에 혈압 약을 받으러 갔다. 가던 길에 보니 병원 정문 앞 화단 한 귀퉁이에 과일을 파는 리어카가 인도 한 쪽을 막고 서 있었다. 주인이 어디 갔나 하고 보니 인도 맞은편 가로수 아래 보도블록 위에다가 박스를 깔아 놓고 가로수에 잔등을 기댄 채 쭈그리고 고개를 떨어뜨린 채로 곤히 잠이 들어 있었다. 과일이 팔리든지 말든지 과일을 사려는 사람이 오든지 말든지 한 낮에 길가에 주저앉아 깊은 잠이 들어 버린 육십 대 초반의 과일 장사 아저씨가 꽤나 평화로워 보였다. 요즘 30도를 훨씬 오르내리는 대 낮의 무더위 중에도 저렇게 곤하고 편안하게 아무데서나 잠을 잘 수 있다니 참으로 행복해 보였다. 미국 같이 잘 사는 나라에도 잠이 안 와서 수면제 없이는 잠을 못 자는 이들이 수천 만 명이라는데 말이다. 걸어서 돌아오던 길에 과일과 채소를 파는 가게에 잠시 둘렀다. 요즘 그 가게의 주인이 바뀌었다. 주인아주머니에게 인사를 건넸다. “새롭게 맡아 하시는데 장사가 잘 되시나요?” “네∼ 재미있어요.” 기다렸다는 듯이 금방 대답하는 인사를 건네 왔다. 집으로 돌아오는 내내 그 아주머니의 대답이 귓가에 남았다. “네∼ 재미있어요.......” 앞치마로 두른 돈 주머니에서 잔돈을 계산하여 거스름돈을 건네는 아주머니의 손톱 끝에 흙이 잔뜩 끼어 있었다. 장사를 처음 해 보는 얼굴 표정과 몸놀림의 서투름이 엿보였지만 나름대로 열심히 친절하게 장사해 보려는 모습이 역력했다. 어떤 부인들은 요즘 같은 여름에 서늘한 에어컨 아래에 편하게 기대어 누어서 남의 손길에 자기 손톱을 내어 맡기고 매니큐어 칠하고 발 마사지 받고 페티퀴어인가 무엇인가를 칠하는 이들도 꽤 있다지만 또 이처럼 적지 않은 부인들은 생활 전선에서 하루 종일 이리 뛰고 저리 뛰며 정신없이 살아간다. 그렇게 번 돈으로 아들 딸 학원 보내고 등록금 마련하며 의식주의 문제를 해결해 나가기 위해서 분주한 나날을 보낸다. 가게의 저쪽 귀퉁이에는 시어머니인지 혹은 친정어머니인지 알 수 없는 분이 쪼그리고 앉아서 마늘 단을 작두로 다듬고 있었다. 지난 주 중에 지날 때에는 남편이 하던 그 일을 말이다. 아마도 일찍 퇴직한 가정에서 처음으로 장사를 하는 생활 전선에 온 가족이 나선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그 아주머니의 말대로 재미있다니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냥 마땅히 대답할 말이 생각나지 않아서 지나가는 말로 한 대답이 아니라면 말이다. 요즘 세상을 살아가는 재미를 잃고 사는 이웃들이 너무나 많다. 권력과 명예와 부와 힘의 중심에 서서 살아가던 인물들 중에서도 생의 의욕을 잃고 재미를 잃어서 막다른 길을 선택하거나 우울과 무기력 속에서 허우적대며 연명하듯이 그럭저럭 살아가는 이들이 적지 않다. 지난번에 교우들과 함께 영상으로 보았던 방송과 기업체와 공공 기관 등에 초일류 급 강사로 알려져 있는  모 명강사가 자기 자신이 우울증으로 고생하며 지냈던 지난날을 회상하는 간증을 들을 때에 솔직한 고백이라서 오히려 마음에 뭉클한 감동으로 다가 왔다. 너무나 얼굴이 많이 알려지고 보니 어디 신경 정신과에 상담을 받거나 문의하는 것조차 자신의 인기 관리에 영향을 미칠까봐 조심스러워서 고민해 하던 지난 시간들을 털어 놓는 진솔한 고백은 인간적이어서 오히려 좋았다. 성경에는 엘리야 같은 시대적인 영적 거인들도 갈멜 산의 영적 승리를 체험한 후에 기쁨과 재미가 사라져 버린 채 로뎀 나무 아래 누워서 우울증으로 고생한 적이 있다. 우상을 숭배하던 바알 선지자들이나 아세라 선지자들을 척결한 영적 거장이 그처럼 나약하게 누워 있는 모습은 처량하기 보다는 안타깝게 여겨지는 장면이 아닐 수 없다. 엘리야는 그 우울의 동굴을 벗어나서 하나님의 사자와 까마귀가 마련해 다 건네주는 떡과 물을 마시고 새 기운을 차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일어나서 40주야를 걸어서 호렙 산에 이르렀다. 다시 사명이 불 붙여지던 엘리야의 재활 모습이다. 살아가는 기쁨과 재미가 다시 회복되기 시작한 것이다. 하는 일이 재미가 있으면 100년이라도 훌쩍 지나갈 수 있다. 창세기의 방주를 건설하던 노아가 바로 그런 주인공이었다. 당시에 노아의 하는 일을 이해하는 사람들은 거의 없었다. 그러나 노아 자신은 달랐다. 그래서 한 가지 일에 즐겁고 재미있게 몰두 할 수 있었던 것이다. 재미가 있기 위해서는 자신이 하는 일에 대한 분명한 부르심과 사명자로서의 확신이 있어야 한다. “난 이런 일이나 하고 있을 사람이 아니다.”라고 생각하면 항상 자기가 하는 일이 재미가 없을 수밖에 없다. 가정생활도 재미가 있어야 하고, 학교생활과 직장 생활과 밤을 새워 하는 장사와 쉴 틈이 없는 사업과 일터에서의 일상생활이 재미가 있어야 한다. 재미가 있어야 신명나게 일할 수 있는 것이다. 놀아도 화끈하게 놀고 공부를 하든지 일을 하든지 무엇을 하든지 화끈하게 할 줄 알아야 한다. 기독교적으로 해석하면 부르심인 소명감과 사명감이 분명할 때에 재미도 있게 되고 기쁨도 있게 되는 것이다. 깨닫지 못했을 때에는 예수 믿는 이들을 핍박하던 사울이 다메섹에서 변화를 받은 이후에 그 자신이 예수의 복음을 전하다가 매를 맞고 빌립보 감옥에 갇히는 신세가 되었다. 바울은 그 감옥 안에서도 기뻤고 그런 생활이 재미가 있었다. 바울이 예수께 붙들린 이후의 생은 예수로 인해서 재미있게 살다가 순교한 영적 거장의 삶이었다. 누구든지 자신의 일을 옛 사람들 하던 말처럼 처삼촌의 묘 벌초 하듯 하면 안 된단다. 매사를 기쁜 마음과 즐거운 마음과 행복한 마음과 마땅히 할 일이라고 여기는 마음으로 하면 재미가 있게 되는 것이 아니겠는가. 전해져 내려오는 이야기 중에 베드로 대 성당을 건축하던 현장을 둘러보던 주임 신부가 만난 석공들에게 “지금 무슨 일을 하고 있느냐”고 물었더니 “마땅히 할 일이 없어서 힘들지만 이 일을 하고 있다.”, “처자식 먹여 살리기 위해서 이 일이라도 안 할 수가 없다.”, “하나님께 예배드릴 성전의 한 귀퉁이를 건축하고 있다.”는 각기 다른 반응의 대답이 나오더란 이야기이다. 그렇다. 이왕 하는 일이라면 제대로 잘하고 기쁘고 즐거운 마음으로 보람이 있고 재미있게 해야 하지 않겠는가. <노는 만큼 성공한다>는 책을 쓰고 그런 강의로 유명한 김정운 교수는 공부와 일을 노는 것처럼 재미있게 할 줄 아는 민족이 되어야 지금보다 더욱 뛰어 나게 될 것이라고 주장한다. ‘여가학’(餘暇學)이란 낯 설은 학문으로 학위를 마친 그는 오란 곳이 너무 많은 명강사가 되어 정작 자신은 놀 시간이 없어져 버리고 말았다고 한다. 최근에는 골프여왕인 박세리도 이처럼 재밌게 놀며 골프하는 생활에 대하여 고민하기 시작했다고 한다. 골프 자체가 생의 목적이 되어서는 안 될 것이니 말이다. 하루 종일 허리도 안 펴고 일만하는 농부보다 틈틈이 쉬며 놀며 일한 농부가 훨씬 일도 많이 하고 더 효율적으로 일을 잘하더란다. 무슨 일을 하든지 재밌게 하자. 나쁜 일이나 악한 일이 아니라면 말이다. 점점 재미가 사라져 가고 반대로 걱정, 근심, 염려, 불안, 질병, 두려움이 넘쳐나는 치열한 경쟁 사회 속에서 “항상 기뻐하라”(살전5:16)는 성경 말씀을 “항상 재미있게 살라”고 바꾸어 묵상하면 어떨까. ‘재미’라는 말의 사전적인 의미는 아기자기하게 즐거운 기분이나 느낌 혹은 일의 좋은 성과나 보람을 일컫는다. 서민들이 살기 좋은 세상, “네∼ 재미있어요.” 이렇게 말하는 이웃들이 넘쳐 나는 평화로운 세상이 되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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