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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도 잠들지 말라 06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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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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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12-06-24 23:25 조회 17,941 댓글 0
 
지난 2007년 영국의 한 방송사에 출연한 폴 포츠(Paul Robert Potts, 1970-)는 푸치니의 오페라‘투란도트’(Turandot)에 나오는 아리아‘네순도르마’(Nessun Dorma)를 부르겠다고 했다. 그는 낡은 양복을 걸쳐 입고 별로 호감이 가지 않는 외모와 몹시 자신감이 없어 보이는 불안한 표정으로 부러져 나간 앞니를 드러낸 채 무대에 등장하였다. 그는 심사위원들이 던지는 몇 마디의 질문에 답하면서도 초초해하며 말을 더듬었다. 어려서부터 왕따를 많이 받고 자라난 그는 매사에 자신감이 없고 말도 어눌한 모습으로 지내 왔다. 그러나 그의 노래를 들은 심사위원들은 깜짝 놀랐고 그는 본선 진출을 거쳐 일약 유명 인사가 되었다. 양성 종양 치료와 교통사고 등의 어려움을 겪으며 병원 빚에 허덕이며 핸드폰 외판원으로 근근이 살아가던 그는 그날 이후로 세계가 주목하는 꿈의 주인공이 되었다. 그는 아마추어 성악가로 이름을 날렸고 그의 첫 음반인‘One Chance’는 일순간에 세계에서 500만장 이상이나 팔려 나갔다.

다른 사람의 사연을 좀 더 이야기하자. 아름다운 테너의 목소리를 지닌 청년 김승일은 명문음악대학에 입학하였으나 어머니가 뇌출혈로 세 번이나 쓰러지셨고 결국은 돌아가셨다. 가난한 가정형편에 3남 1녀의 막내아들이었던 그는 어머니의 장례를 마친 후에 대학을 중퇴하고 말았다. 그 후로 그는 수원에서 7년간을 택배와 야식 배달을 하며 지내왔다. 음악을 사랑했고 노래를 좋아하던 그는 깊은 밤중에 오토바이를 타고 야식 배달을 하면서도 오페라를 흥얼거리며 성악가의 꿈을 접지 못하고 추운 겨울과 무더운 여름을 이겨나갔다. 그는 그의 홈피에서 사람에게 필요한 네 가지‘금’은“황금과 소금과 저금과 지금”이라는 낙서를 남겨 놓았다. 황금(黃金)은 안정되고 풍요로운 경제생활을 대변하고, 소금(鹽)은 풍성하고 축복되게 일상적으로 주어지는 건강을 상징하며, 저금(貯金)은 불확실한 미래를 막연한 불안으로부터 건져 내 주는 작은 힘이요, 지금(只今)은 더 나은 내일을 향하여 발전해 가는 은총으로 주어진 시간이니 모두 다 소중한‘금’이 아닌가. 누군가가 썰렁하게 만든 말들이지만 그 내용은 교훈적이다. 그러나 그 모든 것들이 하나님의 손 안에 있음을 알아야 한다. 범상치 않은 목소리를 지닌 야식 배달청년 김승일의 노래 소리를 엿듣던 음식점 주인은 그에게 모 TV방송국의 연예 프로그램에 출연해 볼 것을 권유했다. 2010년 12월 6일, 성탄절을 기다리는 거리의 연말 분위기가 무르익어 가던 때에 그는 TV 앞에 앉아 있던 전국의 시청자들의 눈과 귀를 일순간에 사로잡았다. 심사 위원이었던 모 음악대학의 한 여교수는 눈물을 펑펑 쏟으며 청년 김승일이 살아온 지난날의 이야기들을 들으며 그를 어머니처럼 포옹하고 위로하며 격려하였다. 그날 밤에 부른 그의 첫 노래도‘네순도르마’였다. 그날 이후 그는 더 이상 밤을 꼬박 새워가며 몇 푼의 생활비를 벌기 위하여 허덕이는 야식배달 청년이 아니었다. 3대를 이어오는 기독교의 모태 신앙으로 성장한 그는 그날 이후로 ‘한국이 낳은 폴 포츠’라는 별명이 붙어 다니기 시작하였고 사방에서 후원을 자청하는 독지가들이 쏟아졌다. 그는 과거에 중퇴하였던 대학에 복학하여 학업을 계속하며 재능을 갈고 닦아 나가고 있다. 모 방송사는 2012년 신년음악회에 그를 특별 초청해서 100여명의 오케스트라 단원의 연주에 맞추어 자코모 푸치니(Giacomo Puccini, 1858-1924)의 유작인 오페라‘투란도트’에 나오는 아리아 ‘네순도르마’를 열창할 수 있는 무대를 마련하였다.

  ‘투란도트’는 푸치니가 66살에 인후암으로 세상을 떠나기까지 미완성의 유작으로 남긴 오페라의 명작 중의 한 작품이다. 그 중 한 대목의 아리아인‘네순도르마’는‘공주는 잠 못 이루고’라고 이름 붙이지만‘아무도 잠들지 말라’는 뜻으로서 타타르의 왕자인 칼라프가 부르는 장면이다. 그 내용은 이렇다.“아무도 잠들지 말라 아무도 잠들지 말라 당신도, 공주여 당신의 차가운 방에서 별을 바라보네 별은 사랑으로 떨고 희망으로 떠네 부드럽게 하지만, 나의 비밀은 내게 있으니 아무도 나의 이름을 모르네...밤이여! 희미해져라, 별이여! 희미해져라, 별이여! 새벽이 되면 나는 이기리! 이기리! 이기리!”이 노래가사의 의미를 이해하려면 투란도트의 줄거리를 먼저 알아야 한다. 중국 북경의 성벽 앞 광장에 포고문이 나붙었다. 내용은 “황제의 딸 공주가 내어 놓는 세 가지 수수께끼를 알아맞히는 왕가 혈통의 구혼자와 결혼 할 것이다. 그러나 수수께끼를 풀지 못하면 참수형에 처할 것이다. 이미 페르시아의 왕자가 도전했지만 못 맞추었기에 달이 떠오르면 그의 목은 망나니의 칼에 떨어져 나갈 것이다.” 이때에 군중에 떠 밀려서 쓰러진 노인 한 사람을 지나가던 젊은이가 부축해 주었다. 그 노인은 타타르 왕국에서 추방된 티무르요 그 젊은이는 아들 칼라프 왕자였다.

티무르는 망명 생활 중에 자신을 돌봐 준 여자몸종 ‘류’를 아들 왕자 칼라프에게 소개해 주었다.‘류’는 이미 이전부터 남들 몰래 칼라프 왕자를 사모해 오고 있었다. 그런데 칼라프는 투란도트 공주의 아름다움에 매료되어 그녀가 내어 놓은 수수께끼 3개를 모두 다 맞추었다. 첫 번째 수수께끼는“어두운 밤을 가르며 무지갯빛으로 날아다니는 환상, 모두가 갈망하는 환상, 그것은 밤마다 새롭게 태어나고 아침이 되면 죽는 것이 무엇인가.”이다. 칼라프 왕자는 그것은‘희망’(La Sprenza)이라고 대답한다. 두 번째 수수께끼는“불꽃을 닮았으나 불꽃은 아니며, 생명을 잃으면 차가워지고, 정복을 꿈꾸면 타오르고, 그 색은 석양처럼 빨간 것이 무엇인가.” 왕자는 그것은‘피’((Il Sangue)라고 또 알아맞힌다. 세 번째 수수께끼는“그대에게 불을 주며 그 불을 얼게 하는 얼음, 이것이 그대에게 자유를 허락하면 이것은 그대를 노예로 만들고, 이것이 그대를 노예로 인정하면 그대는 왕이 되는 것이 무엇인가.”라고 묻자. 왕자는 그것은 바로 당신,‘투란도트’(Turandot)라고 대답한다. 그러나 공주 투란도트는 자신을 그 누구에게도 내어 줄 수 없다고 왕에게 항변한다. 이에 칼라프는 내일 아침까지 자신의 이름을 알아맞히면 목숨을 바치겠다고 답한다. 투란도트는 즉시 그의 이름을 알아맞히기 전에는 내일 아침까지 ‘아무도 잠들지 말라’고 명령한다. 칼라프의 이름을 아는 사람은 그의 아버지 티무르와 여자몸종‘류’뿐이다.

공주 투란도트에 대한 사랑을 확신한 칼라프 왕자는 자신이 넘치는 노래를 부른다. 바로 그 노래가 ‘네순도르마’이다. 핑, 팡, 퐁이란 이름의 세 대신이 칼라프의 이름을 알아내려고 애쓰지만 소용이 없었다. 그 때에 칼라프 곁에 함께 있었다는 제보를 들은 군인들이 티무르와‘류’를 끌고 온다.‘류’는 티무르를 보호하기 위해 칼라프의 이름을 아는 자는 자기뿐이라고 말한다. 혹독한 고문이 계속되지만‘류’는 절대로 칼라프의 이름을 알리지 않는다. 오히려 지쳐 버린 공주 투란도트가‘류’에게“너를 굴복하지 않게 하는 힘이 무엇이냐”고 묻자 사랑’이라고 대답한다. 이때에 비통한 마음으로 부르는‘류’의 노래가‘얼음장 같은 공주님의 마음도’이다. 그리고 순식간에 위병의 단검을 빼앗아서 자신의 가슴을 찌른다. 티무르의 왕자 칼라프를 살리기 위한 몸종‘류’의 마지막 선택은 온 관객을 충격과 감동에 빠지게 한다. 1926년 4월 25일,‘투란도트’가 밀란의‘라 스칼라’극장에서 초연된 날은 푸치니가 세상을 떠난 지 이태 후의 일이었다. 지휘를 맡았던 토스카니니는 이 장면을 끝으로 관객에게 돌아서서 인사했다.“여기서 오페라는 끝입니다. 작곡가께서 돌아가셨기 때문입니다.” 순식간에 온 관객들은 숙연히 고개를 숙였고 무대의 커튼이 내려오고 있었다.‘네순도르마’, 아무도 잠들지 말라! 그렇게 칠년을 하루같이 잠을 이루지 못하던 야식 배달 청년 김승일은“모든 것이 하나님의 은혜입니다. 늘 감사하는 마음으로 살아가고 있습니다.”하는 인사말과 함께 드디어 올 여름 캐나다와 미국의 북미주 순회공연의 대 장정에 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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