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깨어진 유리 2015.1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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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최고관리자
최고관리자
작성일 15-10-19 23:46 조회 15,978 댓글 0
 

깨어진 유리

 

 

여름이 지나고 나면 천장의 전등들마다 커버 안 쪽에 하루살이와 작은 벌레들이 들어가서 쌓인 쓰레기들이 눈에 거슬리고는 한다. 그래서 해마다 이맘때쯤에는 여러 전등의 커버 안 쪽을 청소하는 일을 계절의 일상처럼 하게 된다. 올해도 모처럼 천정의 전등 커버 청소를 하다가 유리를 떨어트리고 말았다. “쨍그렁하는 아주 큰 굉음과 함께 순식간에 응접실 바닥에 크고 작은 유리 조각 수 백 개가 박살이 난 채로 흐트러지고 말았다. 쨍그렁하는 소리도 오랜 만에 들어 본 소리이지만 그렇게 난장판이 된 유리 파편들을 구경한지도 참으로 오랜 일 중의 하나였다. 긴 시간 동안 정리하고 꼼꼼하게 청소기를 돌리고 나니 아랫집에 미안한 생각이 들었다. 세대 간 전화로 상황을 설명하고 저녁 시간에 시끄럽게 해 드려 죄송하다.”고 사과 전화까지 정중하게 하였다. 전등의 유리커버가 깨져서 속상하기도 했지만 한 편으로는 묘한 감정이 들었다. 그 깨진 유리 조각들의 반짝거리는 영롱함이 한 눈에 작품처럼 빛났기 때문이다. “... 이래서 작가 활동을 하나 보다.”하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미국에서 활동하는 사진작가 빙 라이트(Bing Wright)는 깨지거나 몹시 금이 간 유리창이나 유리 조각을 섬세하게 관찰하여 찍은 사진들을 작품화 하여 전시하는데 탁월한 재능을 가진 작가 중의 한 사람이다. 물론 이미 깨어진 유리창이나 이미 금이 간 유리창으로 세상을 바라보거나 아니면 작품을 찍기 위해서 일부러 유리창에 금이 가도록 한 후에 작품을 찍을 수도 있겠지만 말이다. 그 상황이 의도적이든 우연이든 작가들의 관찰이 남다른 점은 인정해 주고 높이 사야 하지 않겠는가. 2015년 중국 최초로 노벨 생리 의학상을 받은 수상자의 연구 업적과 관찰이 그러한 것처럼 말이다. 85세의 여성 교수인 투유유(屠呦呦,1930-)1955년에 베이징대학 의과대학 약학과를 졸업하였다. 그 후 중국전통의학연구원에서 평생토록 전통의학연구에 몰두해 온 인물이다. 그 개똥 쑥은 시골에 가면 어디서나 흔하게 볼 수 있는 국화과에 속하는 1미터 정도 자라나는 일 년 생의 풀이다. 그녀는 45년 전 어느 날 고대로부터 전해오는 한의서를 접하게 되었고 개똥 쑥 한 움큼을 2()의 물에 끊여 즙을 내어 마시면 말라리아를 치료할 수 있다.”는 내용을 보았다. 그리고 평생을 한 가지 연구에 몰두하여 오늘 날의 결과를 맺게 된 것이다. 개똥 쑥을 53도의 물에 데워 즙을 짜내면 효과가 최고로 높은 말라리아 치료약이 축출되는 원리를 발견하여 말라리아 치료신약을 개발한 것이다. 그녀는 오늘 날까지 190번의 실험에 실패하였고 191번째에 성공적인 결과를 얻게 되었다고 한다. 그녀는 남들이 갖고 싶어 하는 박사 학위도 없고, 해외 유학파도 아니며 그 동안 무슨 상을 제대로 받아 본 적도 없는 평범한 연구원 중의 한 사람이었다. 그런 그녀가 올해 노벨 생리 의학상을 받게 되면서 중국인의 노벨상 수상 역사에 새로운 문을 열게 된 영광스러운 주인공이 되었다. 스웨덴의 노벨상위원회는 노벨생리의학상 공동수상자로 선정된 세 과학자가 모두 보건의료 수준이 떨어지는 저개발 국가를 시달리게 하는 감염 병 퇴치 분야에서 획기적인 치료제를 개발한 공로가 인정됐다.”고 밝혔다. 투유유 교수는 개똥 쑥인 칭하오’(青蒿) 추출물에서 신형 항말라리아제 아르테미시닌’(artemisinin)을 개발하였는데 이는 앞으로 말라리아 환자의 사망률을 획기적으로 낮추는 데 크게 이바지하게 될 것이라고 한다. 개똥 쑥이 말라리아에 효험이 좋다는 기록은 허준의 <동의보감>에도 이미 나온다고 한다. 투유유 교수는 깨진 유리 조각들과 같은 무료하기 까지 한 날마다의 시간 앞에서 45년의 긴긴 세월을 한 가지 일에 한 결 같이 몰두하여 신약 개발 분야에 길이 빛나는 열매를 받아 드는 주인공이 되었다. 사람은 이 세상을 살아가다가 보면 이런 일로 깨어지고 저런 일로 금이 가고는 한다. 인간의 몸과 마음은 연약한 질그릇과 같다. 그러나 그 인생의 상처가 영광스러운 별이 되게 하는 것은 자기의 선택이며 끊임없는 노력의 결과이다. 여러 해 전에 인천의 어느 교회를 탐방하다 보니 교회의 곳곳에 있는 유리문에다가 상처가 별이 되게 하라.”(Turn your scar into a star)는 글을 새겨 넣은 것을 본 적이 있다. 그렇다. 어차피 인생은 누구나 세상을 살아가면서 이리 치이고 저리 부딪쳐서 금이 가고 깨어지게 마련이다. 그러나 문제는 그런 수 없이 겪게 되는 상처들을 어떻게 긍정적으로 소화해 내고 이겨 나가느냐는 것이다. 사도 바울도 그런 사람들 중의 하나였다. 그는 고린도 교회에 편지하면서 우리가 사방으로 우겨 싸임을 당하고 답답한 일을 당하고 박해를 받고 거꾸러뜨림을 당할 지라도 싸이거나 낙심하거나 버린바 되거나 망하지 아니하는 비결”(고후4:8-9)에 대하여 교훈하였다. 사도 바울은 그 이유를 심히 큰 능력의 공급자이신 하나님 아버지 안에서 보배를 질그릇에 가지고 살아가는 것이 인생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렇다. 창조주 하나님은 각 인생들에게 자기만의 아름답고 영롱한 색깔을 가지고 살아가도록 만드셨다. 이것을 성경은 그리스도의 영광의 복음의 광채”(고후4:4) 안에서 공급 받는 은사’(恩賜)라고 한다. 그 은사의 조각들을 퍼즐을 맞추듯이 잘 주워 맞추면 인생은 참으로 아름다워지게 되는 것이다. 스테인 글라스가 통유리가 아닌 것처럼 말이다. 크기와 두께가 서로 다르고 형형색색의 그 색상과 빛깔이 서로 다른 상태에서 결합되고 조화를 이루어 아름다운 스테인 그라스가 탄생하는 것처럼 말이다. 아브라함은 아내를 누이라 속이던 심약한 인물이었고 그의 아들 이삭도 아버지와 똑 같은 실수를 범하던 나약한 자였다. 야곱은 출세와 성공을 위해서 아버지라도 속이고 형이라도 이용하던 교활한 인생이었고 유다는 며느리를 통하여 아들을 낳는 패륜(悖倫)한 노인이었다. 그런 유다의 혈통에서 다윗이 탄생하고 그런 혈통을 빌려서 메시아이신 예수께서 탄생하신 것은 전적인 하나님의 은총이 아닐 수 없다. 모세는 살인자였고 다윗은 부하의 아내를 간음하고 그녀의 남편을 의도적으로 죽음의 땅으로 몰아낸 심각한 범법자였다. 다윗의 고조모인 라합은 몸을 팔던 기생이었고 다윗의 증조모인 룻은 남편을 사별하고 모압 땅에서 베들레헴에 이주해 온 후에 새 남편 보아스를 만나 가정을 이룬 불운한 이주 여성 출신이었다. 베드로는 예수를 부인하고 저주하고 배반하고 도망가 버렸던 배신자였다. 사도가 된 바울은 변화 받기 이전에 살기등등하여 예수 믿는 이들을 박멸하려던 유대교의 광신자였다. 살다 보면 이처럼 깨지고 금이 가는 스스로의 인생을 어떻게 다루며 살아가느냐는 것은 신중한 자기 선택이며 하나님의 부르심이 아닐 수 없다. 이란의 테헤란에는 골로스탄 사원이 있다. 왕의 방문 날짜를 기다리며 분주하게 마무리 공사를 하던 중에 대형 유리를 깨트리는 사고가 일어났다. 유리 공예 기술의 최상국인 프랑스에서 특수 주문 재작하여서 설치하려던 통유리인데 그만 실수로 깨트리고 만 것이다. 왕의 방문일은 다가오고 어찌할 수 없이 당황스러워하던 건축가는 며칠간 고민하던 끝에 그 깨어져 조각 난 유리 조각들을 일일이 이어 붙여서 모자이크 벽을 장식하기로 마음먹었다. 깨어진 유리의 모자이크 장식이 완성되자 햇빛을 받은 그 영롱함이 가히 찬탄을 금할 길이 없을 정도로 아름답고 눈이 부셨다. 통유리와 비교할 수 없는 위대한 작품이 탄생하게 된 것이다. 인생도 그러하지 않나. 깨어지고 금이 가고 얼 먹고 조각나고 모가 난 유리 조각 같은 나날에 그 상처가 아물고 그 아픔에 진액이 붙고 그 슬픔 위에 눈물이 고여서 고난의 창밖으로 내다보이는 인생살이가 더 숙연해지고 가치가 있게 되는 것이 아닌가. 처절한 고난 극복의 사람 욥은 부인조차 이해하지 못하는 남 다른 영적 세계를 경험한 후에 이런 고백을 남겼다. “그러나 내가 가는 길을 그가 아시나니 그가 나를 단련하신 후에는 내가 순금 같이 되어 나오리라.”(2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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