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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틀 후에 배달된 여행 가방 20161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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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최고관리자
최고관리자
작성일 16-10-15 16:22 조회 13,407 댓글 0
 
이틀 후에 배달된 여행 가방
 

 

5년 전에 세상을 떠난 작가 박완서(1931-2011)의 책 중에 잃어버린 여행가방이란 기행 산문집이 있다. 생각하여 보라. 여행 가방이란 것이 겉보기에는 화려해 보이지만 그 안에는 별의 별 잡동사니가 다 들어 있을 것이다. 물론 여행지에서 장만한 소중한 추억이 담긴 값진 물건들도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작가 박완서는 더러워진 속옷과 양말이 꾸역꾸역, 마치 죽은 짐승의 내장처럼 냄새를 풍기며 쏟아져 나올 것이다.” 라는 식으로 표현하였다.
지난 봄 요르단과 이스라엘 성지 순례를 마친 일행들이 인천 공항에 도착하였다. 20여명의 일행들이 여행 보따리를 다 찾도록 내 가방 하나만 눈에 띄질 않았다. 짐이 쏟아져 나오는 트랙이 몇 바퀴를 더 돌도록 기다리고 기다리다 지쳐서 분실신고를 하였다. 한참을 컴퓨터 자판기를 두드리던 담당자는 도착된 화물 내역에 없다. 이스라엘 텔아비브 공항에서 가방이 실리지 않은 것 같다. 확인이 되는 대로 연락해 주겠다.”고 안내해 주었다. 두 개의 여행 가방 중에 잃어버린 그 가방 안에는 노트북 컴퓨터가 들어 있었다. 여행 일정 내내 밤마다 숙소에서 핸드폰의 사진 자료를 컴퓨터에 옮겨 담고는 했다. 수 천 장의 사진이 담긴 컴퓨터를 혹시 못 찾을 수도 있겠다고 생각하니 아쉽고 허전한 마음이 밀려 왔다. 한참 기대를 하고 준비하고 방문했던 성지 순례 길의 날마다의 학습 분량과 장면마다를 담아 낸 사진들이 고스란히 사라진다고 생각하니 너무나도 아쉬움이 컸다. 그런데 잃어 버렸던 여행 가방은 이틀이 지난 한 밤중에 항공사 직원에 의해 집 문 앞에까지 배달되었다. 잃어버린 지 이틀 후에 다행히 다시 찾을 수 있었다.
매년 1월이 되면 독일의 루프트한자(Lufthansa)항공사는 여행객들이 잃어버리고 찾아 가지 않은 가방들을 모아서 경매에 부치는 행사를 벌인다고 한다. 일단 경매가 결정되고 나면 그 가방을 사들인 사람이 수많은 관중들이 보는 앞에서 가방의 내용물을 일일이 꺼내서 공개하게 되어 있다고 한다. 그 광경을 상상하여 보라. 물론 그런 가방 안에는 값비싼 물건이 들어 있거나 참으로 진기한 그 무엇이 들어 있을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 보다는 대개가 여행 기간 동안 입고 쓰고 사용하던 소소한 잡동사니들이 쏟아져 나올 것이 분명하다. 아마도 마약 밀수범들은 어떤 방법을 동원해서라도 마약을 여행 가방 안에 숨기고 싶어 할 것이다. 테러와 각종 사고의 위험으로부터 안전을 지키기 위한 수칙 중의 하나가 휴대 혹은 반입 금지 품목들인 흉기나 폭발 위험이 있는 물건들이다. 작가 박완서는 우리가 이 세상을 살다가 남기고 갈 흔적들을 잃어버린 여행 가방에 비유하였다. 그렇지 않나. 어느 날 내가 세상을 떠나고 나면 내가 생활하던 공간의 모든 살림살이들을 그 누군가가 정리하는 순간이 찾아 올 것이다. 그가 가족이든 자녀이든 그 누구이든 말이다. 그 때에 상대방이 아니 이런 별것도 아닌 것들을 버리지도 않고 왜 오늘날까지 이렇게 끌어안고 살아 온 것이지라고 탄식이 섞인 말과 함께 정리할 그런 순간을 생각해 보란 말이다. 그렇다. 때가 되면 내 인생의 여행 가방을 열어 펼칠 다른 사람의 손길이 있을 것이다. 내가 평생토록 애착과 집착을 갖고 살아 온 내 인생의 여행 가방 안에 담겨 있는 것들은 나그네 인생길을 살아 온 나의 삶의 흔적들일 테니까. 사람이 칠팔십년의 인생을 살아도 마찬가지가 아닐까.
밥 딜런( (Bob Dylan, 1941-)은 십대 초반부터 영감이 있는 시, 그런 음악과 함께 하모니카와 기타와 피아노등 악기 연주에 마음을 쏟아 가며 살아 왔다. 75세가 된 올 해 노벨상 위원회는 그의 그런 공로를 인정하여 문학상을 주는 결정을 내렸다. 그는 미국 미네소타 주에서 평범한 유대인 가정에서 태어나고 자랐다. 그런 그에게 복음을 받아들일 기회가 주어졌다. 세속적인 가사와 음악을 멈추고 기독교적인 색채가 짙은 음악을 쏟아 내면서 그의 팬들은 그에게서 고개를 돌렸다. 언론은 그런 그와 가깝게 지내던 전 미국 대통령 지미 카터의 말을 인용하였다. “나는 그와 친구다. 나와 그는 기독교 신앙에 깊이 들어 가 있을 때에 처음 만났다.” 1980년에 발표된 세이브드”(saved)라는 노래의 가사는 복음성가 수준이다. “그의 은혜가 나를 만졌네. 그의 말씀이 나를 치유했네. 그의 손이 나를 구원했네. 그의 성령이 나를 둘렀네.”(His grace I have been touched, By His word I have been healed, By His hand I've been delivered, By His spirit I've been sealed.) 밥 딜런! 그의 인생 가방 안에서는 창조주요 섭리자이신 그 분과의 깊은 영적 교제를 고백하는 시어(詩語)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그의 인생 가방 안에서는 오래도록 많은 사람들의 마음을 훈훈하게 해 줄 영감 있는 시어들과 감미로운 선율들이 이어져 나오고 있다. 모세도 그랬고 바울도 그랬다. 모세의 누이 미리암의 노래도 그랬고 사사 드보라의 노래도 그랬다. 한나의 노래, 마리아의 노래도 그랬다. 4년 전에 발표한 밥 딜런의 좁은 길에서”(narrow way)에서는 긴 길이다. 길고 좁은 길이다. 만약 내가 당신과 함께 하지 않는다면 당신은 언젠가는 나를 끌어 내리고 말 것이다.”(It's a long road, it's a long and narrow way If I cant work up to you, you'll surely have to work down to me someday)라고 고백하고 노래하였다.
성경은 우리의 인생여정이 끝나고 나의 나그넷길의 여행 가방이 공개되는 그런 순간이 있다고 말한다. 그 순간에 “...각 사람의 행위대로 심판을 받고 사망과 음부고 불 못에 던져지니 이것은 둘째 사망과 불 못이라 누구든지 생명책에 기록되지 못한 자는 불 못에 던져지더라.”(20:13-15)고 하였다. 보라 내가 속히 오리니 내가 줄 상이 내게 있어 각 사람에게 그가 행한 대로 갚아 주리라.”(22:12)라고 하였다. 시인 천상병(1930-1993)은 그의 시 귀천’(歸天)에서 인생을 소풍에 비유하기도 하였다. “나 하늘로 돌아 가리라 아름다운 이 세상 소풍 끝내는 날 가서, 아름다웠더라고 말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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