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등천에서
유등천은 대전 시내에 흐르는 세 물줄기 중의 하나이다. 갑천과 대전천을 잇는 이 세 물줄기는 금강으로 흘러들어 간다. 며칠 간 집회 인도 차 머물렀던 대전 시내의 교회 가까운 곳에는 유등천이 흐른다. 둘째 날 새벽 기도 후에 한 시간 가량 유등천을 따라 걸었다. 유등천을 옛 사람들은 ‘버드 내’ 혹은 ‘유천’(柳川)이라고 불렀다. 하천 변에 버드나무가 많아서 붙여진 이름이다. 요즘은 하천 변에 높게 지은 아파트의 이름도 ‘버드 내’ 라고 지은 것을 보았다. 유등천은 한강처럼 큰 물줄기는 아니지만 맑고 아름답다. 하천 변과 물길 중간 중간에 푸른 풀과 나지막한 나무숲이 우거져서 푸르고 좋았다. 한참을 걷다 보니 청둥오리가 여러 마리의 새끼를 부화해서 데리고 나들이 하는 장면도 눈에 뜨였다. 백로와 재두루미도 여러 마리 보았다. 아마 물속에 먹을거리들이 풍부해서인 것 같아 보였다. 이름 모를 낯 설은 새들도 몇 마리 보았다. 이른 아침에 산책하는 사람, 애완견을 데리고 다니는 사람, 부지런히 하천 뚝방길을 건너 등교하는 중학생들과 자전거 타는 사람들도 적지 않았다. 드문드문 운동 기구가 설치되어 있어서 운동하는 이들도 꽤 있었다. 과거에는 홍수가 나면 큰물의 피해를 입고 너무 가물면 하천 바닥이 드러나고는 하던 여건을 요즘은 토목 사업을 해서 많이 개선하였다.
성경에 보면 창세기 2장에 에덴에서 흐르기 시작한 네 강인 비손, 기혼, 힛데겔, 유브라데 강의 이름이 나온다. 그 강은 에덴동산을 적시고 네 줄기로 나뉘어서 흘러갔다. 비손 강변에는 순금이 많이 나왔고 진주인 베델리엄과 호마노도 있었다. 이스라엘 땅의 북쪽 헐몬 산에서 남쪽 사해까지 이어지는 강은 요단강이다. 예수는 요단강에서 세례 요한으로부터 세례를 받았다. 엘리사 선지자 때에 나병 환자 나아만 장군이 자기 나라인 아람으로부터 사마리아를 방문하였다. 엘리사는 나아만 장군을 만나 주지도 않은 채 사환을 시켜서 요단강에 몸을 일곱 번 담그고 가라고 말했다. 처음에는 불쾌해 하고 못 마땅하게 반응했으나 나아만은 요단 강 물에 몸을 일곱 번 담그고 깨끗해져서 제 나라로 돌아갔다. 그 강물에 효험이 있는 것은 아니었지만 이스라엘의 역사에 이처럼 일화가 많은 강이 요단강이다.
창세기의 야곱은 얍복 강변에서 밤새 기도한 적이 있다. 야곱이 장인 라반의 집을 떠나 고향으로 향하던 때의 일이다. 야곱은 20년 만에 고향으로 가던 중에 형 에서가 400명의 무장 세력을 앞장세우고 그를 죽이려고 한다는 소식을 들었다. 불안과 두려움 가운데 기도하던 야곱은 부인들과 아들들과 외동딸 디나와 종들과 짐승들을 두 떼로 나누어서 강을 건너게 한 후에 혼자 얍복 강 저편에 남아서 밤새 기도하였다. 그 밤에 하나님이 야곱의 이름을 ‘이스라엘’이라고 새롭게 지어 주셨다.
엘리야 때에 엘리야는 요단강의 지류인 그릿 시냇가에서 피신하며 지낸 적이 있었다. 하나님은 엘리야를 통하여 이스라엘에 임할 큰 가뭄을 예언하게 하셨다. 엘리야가 입을 열지 아니하면 앞으로 여러 해 동안 이스라엘에 비와 이슬도 내리지 않는 가뭄이 있으리라는 경고였다. 엘리야에게서 이런 예언을 들은 악한 우상 숭배자였던 아합 왕의 기분이 좋을 리가 없었다. 하나님은 급하게 엘리야를 요단 앞 그릿 시냇가에 가서 숨어 지내라고 하셨다. 그 곳의 시냇물을 마시며 지내던 엘리야에게 하나님은 날마다 아침과 저녁으로 떡과 고기를 공급하셨다. 하나님이 까마귀를 명하여 하신 일이었다. 여러 날이 지나자 더 이상 비가 내리지 않자 그릿 시내도 말라 버렸고 바닥을 드러냈다. 하나님은 엘리야를 이방 나라인 시돈 땅의 사르밧 과부의 집으로 피신하게 하셨다. 그 곳의 과부는 아들과 함께 어렵게 지내고 있었다. 하나님은 엘리야를 선대한 그 가정에 삼년 육 개월 동안 가루 통과 기름병이 마르지 않게 해 주셨다.
몹시 가물던 땅에 하늘이 다시 비와 이슬을 내기 시작한 것은 엘리야를 통한 갈멜산의 제사 대결 이후였다. 하나님은 바알 숭배자들을 모조리 기손 시내로 끌어다가 처단하게 하셨다. 그리고 하나님은 엘리야를 통하여 “이제야 큰 비가 내릴 것이라”고 아합 왕 앞에서 예언하게 하셨다. 엘리야는 갈멜 산에 올라가 머리를 무릎 사이에 넣고 기도하였다. 손만한 작은 구름의 징조는 큰 비와 구름을 몰고 왔고 해갈이 되었다. 바닥을 드러냈던 요단강과 그릿 시내에는 넘치는 물이 흐르기 시작하였다. 지난 해 보다 올해는 더 가물다. 비가 내려야 한다. 강이 넘쳐흘러야 한다. 하늘에서 은혜의 단비가 내려야 나라의 각 분야가 소성하게 된다.
에스겔은 어느 날 환상을 보았다. 하나님은 에스겔을 데리고 성전 문에 이르게 하셨다. 성전의 앞면이 동쪽을 향하였다. 그 문지방에서 물이 흐르고 있었다. 그 물은 계속하여 흘러서 사천 척의 강을 이루었다. 처음에는 발목에 겨우 차던 물이 헤엄칠 만한 물이 되었다. 강 좌우편에는 많은 나무들이 있었다. 그 때에 하나님이 말씀하셨다. “이 강물이 이르는 곳마다 번성하는 모든 생물이 살고 또 고기가 심히 많으리니 이 물이 흘러 들어가므로 바닷물이 되살아나겠고 이 강이 이르는 각처에 모든 것이 살 것이며...각종 물고기가 심히 많으려니와 강 좌 우 가에는 각종 먹을 과실나무가 자라서 그 잎이 시들지 아니하며 열매가 끊이지 아니하고 달마다 새 열매를 맺으리니 그 물이 성소를 통하여 나옴이라. 그 열매는 먹을 만하고 그 잎사귀는 약 재료가 되리라.”(겔47:9-12) 예수는 “나를 믿는 자는 성경에 이름과 같이 그 배에서 생수의 강이 흘러나오리라.”(요7:38)고 하셨다. 그렇다. 하나님이 복을 주셔야 한다. 그래야 땅도 살고 사람도 살 수 있다. 하늘에서 비가 내려야 하고 강마다 풍성한 물이 흘러가야 한다. 예수께서 말씀하신 ‘생수의 강’이란 성령을 말씀하신 것이다. 맞다. 성령을 받고 나면 인생이 달라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