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 목욕한 자는...
아기나 병약한 노인이나 투병중인 경우가 아니면 제 몸은 자기 손으로 씻는다. 그러나 더러 남의 손길을 빌려서 자기의 몸을 씻는 경우도 없지는 않다. 세계 어느 나라를 가도 내 몸의 때를 남의 손을 빌려서 씻는 경우는 그리 흔하지 않다. 그런데 유독 우리나라는 때밀이라는 직업이 있고 그런 이들을 양성하는 기관이 있을 정도이다. 공중목욕탕에서 때를 밀어 주는 사람을 예전에는‘때밀이’라고 했지만 요즘은‘세신사’라는 말로 바꾸어 부른다. 국어사전에 보면‘세신사’(洗身師)란 “목욕탕에서 목욕하는 사람의 때를 밀어 주는 일을 직업으로 하는 사람”이라고 했다. 직업란에 ‘뻥튀기 장사’를 ‘곡물 확장업’이라고 하는 것과 비슷하다. 그 말이 그 말이 아닌가. 고대로부터 왕족과 귀족들은 마사지를 즐겼다. 동남아와 중국 등지에는 마사지 사업이 꽤 활발하다. 우리나라에도 태국이나 중국 등지에서 들어온 마사지 사업체가 점점 늘어나는 것을 본다.
최근에 대학로의 소극장에서 뮤지컬 ‘배쓰맨’(BATHMAN)이 공연 중이다. 배쓰맨은 신림동의 허름한 남성전용 목욕탕에서 일어나는 일화를 다룬 내용이다. 영어 사전에 ‘배쓰맨’이란 단어는 없다. 그러하다 보니 뮤지컬 포스터에도 영어 표기로는‘man of bath’라는 표현을 억지로 만들어 넣은 것을 본다. 대본을 쓴 작가이며 프로듀서인 엄동열은 뮤지컬의 마지막 부분에서 이런 노래 가사를 지었다. “사람들은 오늘도 목욕탕에 가네 때만 벗기는 게 아니라 묵은 맘의 때도 벗기러 사람들은 오늘도 목욕탕에 가지 모두 벗겨내다 보면 나도 모르게 맘이 후련해져 마음이 외로울 땐, 탕에 들어가 봐 따뜻한 물이 너를 감싸 줄 거야. 마음이 지칠 때, 힘껏 때를 밀어봐 살아갈 다른 힘이 샘솟을 거야. 사노라면 기쁜 일만 있는 건 아니야 기쁜 일보단 참고 견디는 세월이 더 많은 게 인생이야. 사노라면 혼자 살 수 있는 게 아냐 거부하고 도망가고 싶은 만남이 더 많은 게 인생이야 하지만 너를 믿어줄 단 한사람 만난다면 그게 바로 내 인생의 빛과 향기가 되는 거야. 마음이 외로울 땐, 탕에 들어가 봐 따뜻한 물이 너를 감싸 줄 거야. 마음이 지칠 때, 힘껏 때를 밀어봐 살아갈 다른 힘이 샘솟을 거야. 그게 바로 네 인생의 빛과 향기가 될 거야.”
작가 엄동열은 우리나라의 목욕탕 문화를 통해서 세상을 따뜻한 눈으로 바라보고 있다. 노래 가사 중에 “하지만 너를 믿어줄 단 한사람 만난다면 그게 바로 내 인생의 빛과 향기가 되는 거야.”라는 가사에서 언급하는 “그 한 사람이 누굴까?”
하나님의 아들이신 예수 그리스도는 십자가에 달려 돌아가시기 전날 밤에 제자들의 발을 씻겨 주셨다. 예수는 유월절 만찬 중에 자리에서 일어나 겉옷을 벗고 수건을 가져다가 허리에 둘렀다. 그리고 손수 대야에 물을 떠서 제자들의 발을 씻으시고 그 두르신 수건으로 닦아 주셨다. 베드로는 “내 발을 절대로 씻지 못하시리이다.”하고 거부하였다. 그 때에 예수께서는 “내가 너를 씻어 주지 아니하면 네가 나와 상관이 없느니라.”는 대답을 하셨다. 베드로는 “주여 내 발뿐 아니라 손과 머리도 씻어 주옵소서.”라고 말씀드렸다. 그 때 주님은 “이미 목욕한 자는 발밖에 씻을 필요가 없느니라. 온 몸이 깨끗하니라 너희가 깨끗하나 다는 아니니라.”는 말씀을 하셨다. 이 말씀은 자기를 팔자가 누구인지를 이미 아시고 하신 말씀이셨다. 예수는 “너희 중 하나가 나를 팔리라.”고 말씀하셨다. 그 한 사람은 예수를 배반한 제자 가롯 유다였다. 예수께서는 제자들의 발을 씻어 주신 후에 이런 말씀을 하셨다. “내가 너희에게 행한 것을 너희가 아느냐 너희가 나를 선생이라 또는 주라 하니 너희 말이 옳도다 내가 그러하다 내가 주와 또는 선생이 되어 너희 발을 씻었으니 너희도 서로 발을 씻어 주는 것이 옳으니라 내가 너희에게 행한 것 같이 너희도 행하게 하려 하여 본을 보였노라 내가 진실로 진실로 너희에게 이르노니 종이 주인보다 크지 못하고 보냄을 받은 자가 보낸 자보다 크지 못하나니 너희가 이것을 알고 행하면 복이 있으리라.”(요13:12-17) 이어서 “택함 받는 자란 누구인가”와 “주를 영접하는 신앙이 무엇인지”에 대하여 교훈해 주셨다. 이는 제자로 부름을 받았으나 결국은 예수 그리스도를 주로 영접하지 못하고 불행한 길을 간 가롯 유다를 염두에 두고 하신 말씀이시기도 하다.
죄와 흠이 없으신 예수께서 요단강에서 세례 요한으로부터 세례를 받으시는 장면은 쉽게 이해하기 어려운 내용이다. 예수는 당황해하는 세례 요한에게 “이제 허락하라 우리가 이와 같이 하여 모든 의를 이루는 것이 합당하니라.”(마3:15)는 말씀을 하셨다. 예수께서 세례를 받으시고 물에서 올라오실 때에 하늘이 열렸다. 그리고 하나님의 성령이 비둘기 같이 내려 예수 위에 임하였다. 하나님은 “이는 내 사랑하는 아들이요 내 기뻐하는 자라.”는 말씀으로 예수께서 그리스도이심을 확증해 주셨다. 예수께서는 십자가에 달려 돌아가시기 전날 밤에 제자들의 발을 씻어 주신 후에 말씀하셨다. “너희도 서로 발을 씻어 주는 것이 옳으니라.”그리고 밤새도록 겟세마네 동산에서 기도하셨다.
“나의 원대로 마옵시고 아버지의 원대로 하옵소서.”(마26:39) 이와 같은 기도 후에 예수는 체포되었고 대제사장 가야바의 집 뜰에서 심문을 받으신 후 결박당한채로 본디오 빌라도의 법정으로 끌려 가셨다. 사형 언도를 받으신 예수는 골고다 언덕의 십자가에 달려 몸 찢겨 피 흘려 죽임을 당하셨다. 예수는 돌아가시기 전날 밤에는 물로 제자들의 발을 씻어 주셨고 죽으시는 순간에는 온 몸의 피를 다 쏟아 인간의 죄를 씻어 주셨다. 그러므로 성도(聖徒)인 우리는 예수의 피를 힘입어 성소에 들어갈 담력을 얻은 자들이다.(히10:19) 히브리서 기자는 이렇게 초청한다. “우리가 마음에 뿌림을 받아 악한 양심으로부터 벗어나고 몸은 맑은 물로 씻음을 받았으니 참 마음과 온전한 믿음으로 하나님께 나아가자 또 약속하신 이는 미쁘시니 우리가 믿는 도리의 소망을 움직이지 말며 굳게 잡고 서로 돌아보아 사랑과 선행을 격려하며 모이기를 폐하는 어떤 사람들의 습관과 같이 하지 말고 오직 권하여 그 날이 가까움을 볼수록 더욱 그리하자.”(히10:22-25)
내 몸의 때는 내가 씻거나 혹은 누군가가 씻어 줄 수 있다. 그러나 내 마음의 때와 내 영혼의 죄와 악의 때는 누가 씻어 줄 수 있을까. 히브리서는 “피흘림이 없은즉 사(赦)함이 없느니라.”(히9:22)고 했다. 그렇다. 영혼의 죄의 때를 씻는 길은 오직 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의 피의 능력을 덧입는 길뿐이다. 뮤지컬 베쓰맨의 마지막 장면에는 이런 노래가 울려 퍼진다. “...하지만 너를 믿어줄 단 한사람 만난다면 그게 바로 내 인생의 빛과 향기가 되는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