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라디아서 6장 14절
지난 2월 21일에 99세를 일기로 하나님 앞으로 돌아가신 빌리 그래함(Billy Graham, 1918-2018)목사께서 평생토록 가장 좋아한 성경 구절은 갈라디아서 6장 14절이라고 한다. 그 내용이 무엇인가 궁금해진다. “그러나 내게는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 외에 결코 자랑할 것이 없으니 그리스도로 말미암아 세상이 나를 대하여 십자가에 못 박히고 내가 또한 세상을 대하여 그러하니라.”는 말씀이다.
그는 이 성경 구절을 침실과 주방과 욕실 등 집안 곳곳에 큰 글씨로 프린트해서 붙여 놓고 지냈다고 한다. 그는 1918년 11월 7일, 미국의 북 캐롤라이나 주의 샬롯테 부근 농촌에서 4형제들 중의 장남으로 태어났다. 7살 때부터 교회 생활을 시작한 그는 16살 때에 회심을 체험하였다. 플로리다 성서신학교(Florida Bible Institute)에 입학하여 신학을 공부하였다. 그 후 휘튼대학교(Wheaton College)에 진학하였다. 25살 때인 대학생시절에 만난 루스 벨(Ruth Bell, 1920-2007))과 결혼하여 두 아들과 세 딸을 낳았다. 목사 안수를 받고 일리노이주에 있는 작은 침례교회의 담임 목사가 되었다. 1950년대 복음주의 성격의 기독교잡지인 크리스처니티 투데이(Christianity Today)를 창간하였다. 이 잡지는 오늘날까지 이어지는 세계적인 기독교 전문 잡지들 중의 하나이다. 그는 185개국의 2억 명이 넘는 사람들에게 복음을 전하였다고 한다. 할아버지 때부터 삼대 째 목회자의 길을 걷는 손자인 윌 그래함 목사는 "할아버지는 이렇게 말씀하신 적이 있습니다. ‘언젠가 당신은 빌리 그래함이 죽었다는 소식을 듣게 될 것입니다. 하지만 그날 나는 이전보다 더욱 살아날 것입니다. 방금 이사를 완료했거든요.' 친애하는 여러분, 오늘은 할아버지가 이 땅에서 진짜 살아있는 땅으로 이사하신 날입니다.”
우리나라의 기독교인들 중에서 그를 모르는 이들은 거의 없을 것이다. 지난 1973년에 닷새 동안 열린 여의도 전도집회 때에는 연 인원 110만 명이 모여서 그의 복음적인 설교말씀을 들었다. 그의 복음 집회는 그 당시 한국 교회 부흥의 불씨가 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는 그 이후로도 다음 해인 1974년 그리고 1977년, 1984년 한국 선교 100주년 기념대회에 이르기 까지 한국 복음화를 위해서 크게 쓰임 받았다. 물론 6.25 때인 1952년 12월에 전쟁 중이던 한국 땅에 와서 복음을 전하고 이승만 대통령을 만난 적도 있다고 한다.
아무리 장수 시대라고는 하지만 그는 거의 100년을 이 땅에 살다가 하나님 앞으로 돌아갔다. 물론 그는 노년기를 맞으면서 폐렴, 전립선암, 뇌수종, 파킨슨병과 씨름하는 힘겨운 삶을 살아야 했다. 80대 초반에는 오른쪽 발이 부러지거나 골반과 다리가 부러지는 사고를 당한 적도 있었다. 그런 중에서도 그는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세계 여러 곳을 날아다니며 부흥 집회와 저술 활동을 왕성하게 이어 왔다. 두 살 아래였던 그의 부인 루스 벨 여사는 중국의료 선교사의 딸로 태어나 티베트 선교사를 꿈꾸고 있었다. 그녀는 10대 소녀 시절에 평양에서 3년간 공부한 적도 있었다. 그런 루스 벨은 그와 결혼한 후에 평생토록 복음 선교의 동지로 함께 살다가 88세를 일기로 주님 앞으로 먼저 돌아갔다.
그에 대한 글을 쓰는 것은 그가 대 부흥사였기 때문도 아니고 많은 사람들에게 복음을 전한 이였기 때문도 아니다. 그와 그의 가족들도 어느 가정이나 겪는 어려움을 극복하며 지내야 했다. 그는 워낙 젊은 시절부터 성령 충만한 복음 전도자로 쓰임을 받기 시작하였다. 미국 전역과 세계를 날아다니며 복음을 전하다 보니 그의 어린 자녀들의 아빠가 누구인지 잘 몰라볼 정도였다고 한다. 모처럼 가족과 함께 있는 시간에도 그를 만나기 원해서 찾아오는 이들에게 대부분의 시간을 빼앗기고는 하였다. 그러하다 보니 늘 자녀들은 아빠에 대한 그리움과 아쉬움을 갖고 자라나야 했다. 그의 큰 딸 지지는 “평범한 아버지의 딸로 자라나고 싶은 마음이 들어서 욕조에서 혼자 운적도 있다.”고 아버지에 대한 그리움을 회상하였다. 그러하다 보니 두 아들들은 십대 시절부터 음주, 마리화나, 흡연 등의 일탈 행동을 보이기도 하였다. 성인이 된 뒤에도 방황은 계속되었고 다섯 남매 중에서 세 자녀들이 이혼의 아픔을 겪기도 하였다. 빌리 그래함 목사는 국내외를 드나드는 분주한 선교 집회 일정 중에서도 틈틈이 자녀들에게 편지를 쓰는 등의 방법으로 자녀들을 향한 아쉬움과 애정을 계속 쏟아 주었다. 오늘 날 다섯 남매들은 성장기의 외로움과 고독과 불만족을 딛고 일어서서 부흥사, 작가, 치유사역자, 비영리 단체인 사마리아인의 지갑 대표, 목회자 등으로 부모의 대를 이어 충성스러운 삶을 이어가고 있다.
복음의 힘은 변화이다. 빌리 그래함 그가 평생 붙들기를 원했던 성경 말씀인 갈라디아서 6장 14절의 말씀처럼 ‘그리스도의 십자가’복음이 들어가면 누구라도 변화되게 마련이다. 아내 로라 여사로부터 “술을 선택하든지 아니면 나를 선택하든지 하라.”는 최후통첩을 받을 정도로 술을 몹시 가까이 하며 지내던 죠지 W부시(George W. Bush,1946-)는 1985년 미국 동북부의 메인 주에 있는 해변에서 빌리 그래함 목사와 대화할 기회를 가졌다. 그리고 그 날 이후 그는 생의 전환점을 갖기 시작하였다. 그날 그 해변에서의 빌리 그래함과의 만남은 죠지 W 부시로 하여금 술을 멀리하는 사람으로 변화되게 되는 계기가 되었다. 이 내용은 죠지 W 부시의 자서전, <맡아야 할 본분>에 나오는 대목이다. 예일대학과 하버드 대학원에서 공부한 그였지만 그는 늘 술로 살았다. 석유 시추 회사의 설립자요 텍사스 레인저스 구단의 공동대표이기도 했던 그였지만 언제나 해결하지 못하는 것은 술을 지나치게 가까이하는 일상이었다. 그런 그에게 변화가 시작되었고 그는 10년 후에 텍사스 주지사, 16년 후에는 미국 제 43대 대통령에 당선되는 새 사람이 되었다.
성경 즉 하나님의 말씀은 사람을 변화시키는 능력이 있다. 우리가 빌리 그래함 목사의 생을 기억하려하는 것은 그가 평생토록 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의 복음에 붙들린 하나님의 사람이었기 때문이다. 그리스도의 십자가 복음. 거기에 복음의 능력이 있고 사람을 새롭게 변화시키는 힘이 있다. 빌리 그래함 그가 늘 읊조리며 가슴에 품었던 하나님의 말씀은 이것이다. “그러나 내게는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 외에 결코 자랑할 것이 없으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