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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두산 천지의 맑은 물 09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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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최고관리자
최고관리자
작성일 18-09-22 22:39 조회 10,501 댓글 0
 
백두산 천지의 맑은 물


삼일 간 남북 정상회담이 북한에서 있었다. 주로 평양에 체류하는 일정 중에 두 정상은 마지막 날 오전에 출발해서 백두산 천지를 방문하였다. 남한의 정상이 제주도의 삼다수 물통의 물 절반을 천지에 쏟아 붓고 빈 공간에 천지 물을 채우는 장면이 뉴스에 전해졌다. 발표된 성명서의 내용과 쏟아져 나오는 사설만 가지고는 다 헤아릴 수 없을 정도의 일들이 남북간에 벌어지고 있는 것이 분명하다. 해방과 6. 25 이후 이전과 뭔가 다른 남북관계의 개선 조짐이 보이는 것이 사실이다. 

천지(天池)는 어떤 곳인가. 백두산 천지는 세계에서 가장 깊은 화산 호수이다. 아시아에서는 가장 크고 세계에서는 가장 높은 위치의 화구호(火口湖)이다. 둘레는 14. 4km이고 너비는 3.6km이다. 가장 깊은 곳은 384m이다. 평균 깊이는 214m이고 천지 수면의 해발 고도는 2,194m이다. 연평균 수온은 10℃내외이고 20m 깊이에서의 수온은 3.5~4℃이다. 초록색을 띠는 천지 물의 투명도는 19m이다.

칼데라(caldera)호인 천지 둘레에는 장군봉(將軍峰)을 비롯한 화구벽(火口壁)의 다섯 봉우리가 병풍처럼 둘러서 있다. 이 화구벽에서는 남쪽의 불목이라고 하는 화항(火項)의 파극(破隙)을 통해서만 호반으로 내려갈 수 있다. 그 파극이 위치한 곳이 북한 땅이어서 두 정상과 일행들이 그 곳으로 천지의 물가에까지 접근할 수 있었던 것이다. 

여름철에는 물가에 수달이 보이기도 하고 사슴이나 곰 등의 동물이 물을 마시기 위해 그곳으로 모여들기도 한다. 그 곳 이외에는 깎아지른 절벽이어서 걸어서는 접근이 불가능하다. 빈영양호(貧營養湖)이기에 식물성 부유생물이나 작은 곤충류 혹은 물속 이끼류가 살고 있으나 어류나 파충류는 서식하지 않는다. 그러나 1960년대와 1980년대에 북한에서 수많은 산천어 치어를 백두산 천지에 넣어서 현재는 산천어가 서식한다.

백두산 천지가 언제 형성되었는지에 대하여는 견해가 다양하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후기 플라이스토세와 12,000년 전 사이에 형성되었을 것이라고도 말한다. 학자들의 의견에 의하면 “천문봉기에 백두산이 강렬히 분출하여 화구가 형성되고, 그 후에 물이 고여 최초의 화구호가 형성되었다. 빙하기에 백두산 화구에 얼음이 차고 이후에 얼음이 녹아 화구호가 형성되었다. 빙하기 이후 백두산이 수차례 분출한 후 화구에 온천수가 솟아 나와 화구호가 형성되었다. 1,000년 전에 7개의 화구에서 화산이 분출한 후 함몰작용에 의해 오늘의 화구호가 형성되었다.”는 주장이다.

오래도록 동족 간에 원수처럼 적대시하던 남북관계에 변화가 시작되고 있다. 그 동안 금강산 관광이 시작되었다가 중단된 상태이다. 지금의 분위기로 가면 다시 금강산 관광이 가능해질 것이다. 뿐만 아니라 백두산의 천지를 중국을 통해 접근하는 장백산 등정이 아닌 북한 내륙을 통한 관광길이 열릴 날도 다가 올 것이다. 

관광으로 드나드는 북한 땅이 아닌 남북이 평화롭게 하나로 통일되는 날이 오길 바라는 마음은 너무 성급한 바람일까. 동독이 서독에 흡수 통일 될 당시의 독일 상황과 남북한의 상황은 많이 다르다. 그러나 동서독 간에 어느 날 갑작스런 통일의 순간이 찾아 왔다. 바벨론의 포로 생활 중에 있던 이스라엘 백성들에게 유다 땅으로 돌아가고 예루살렘 성으로 돌아갈 수 있는 날이 온 것처럼 우리에게도 그런 날이 오지 말란 법이 없다.

역사란 그렇게 흘러가는 것이다. 애굽에서 13년째 노예 생활을 하던 요셉이 애굽의 총리대신이 될 줄을 미리 알았겠는가. 이방 땅에서 다니엘이 존귀하게 쓰임 받은 일이나 바사 왕 아하수에로 때에 히브리인의 딸 에스더가 왕비가 된 일이 어찌 그들 자신의 노력이나 계획으로 가능한 일이었겠는가.

430년 동안 노예생활을 하던 이스라엘 백성들이 모세 때에 출애굽한 것이 꿈과 같은 일이듯이 꿈  꾸는 것 같은 일들이 우리 시대에 계속되기를 간절히 염원한다. 시편 126편은 이렇게 시작된다. “여호와께서 시온의 포로를 돌려보내실 때에 우리는 꿈꾸는 것 같았도다.”(시126:1)

봄의 기운이 찾아오면 겨우내 꽁꽁 얼어 있던 대지가 겨울잠에서 깨어나 용틀임을 시작한다. 백두산 천지의 물은 11월에 얼기 시작하면 6월이 되어서야 다 녹는다고 한다. 그 얼음의 두께도 1미터에서 3미터 까지 차이가 크다. 봄이 오고 여름이 되면 아무리 두껍던 얼음도 물로 변하고 만다. 천지의 물은 20여 미터를 들여다 볼 정도로 맑은 명경지수(明鏡止水)이다. 

미리 생각해 두었던 말이겠지만 북한의 김정은 국무 위원장은 천지에서 이런 말을 하였다. "백두산 천지에 새 역사의 붓을 담가서 북남 관계의 새로운 역사를 우리가 계속 써내려가야 한다.”그의 마음에 들지 않으면 그 누구이든 수용소에 가두고 혹은 죽이고 고모부라도 처형하며 형제라도 독살하고 언제라도 도발하며 폭격을 퍼붓고도 몰라라 하던 호전적(好戰的)인 과거의 모습에서 완전한 변화가 일어나서 남북 관계에 영구적인 새 봄이 찾아오기를 소원하고 또 소원한다. 

지난 2003년 여름에 중국의 한족 교회 봉헌식을 마치고 선교단 일행들과 함께 밤새도록 산속 길을 헤매어 백두산을 찾아갔다. 안내자가 길을 잃는 바람에 밤을 꼬박 새우고 새벽녘에 도착한 연변의 연길 숙소에서 두 세 시간 눈을 붙인 기억이 새롭다. 고단한 꿀잠을 이기며 일찍 일어나 조선족 교회의 주방에서 무교병을 굽고 미리 준비한 포도주를 갖고 장백산(중국에서는 백두산을 장백산이라고 부른다.) 정상에 올라 천지에 도착하였다. 우리 선교단 일행은 중국 공안원의 눈을 피하여 천지를 내려다보면서 조국의 평화와 통일을 간절히 기원하며 찬송을 부르고 기도하고 성찬식을 행하였다. 백두산 천지는 ‘백번 올라가도 두 번쯤 천지를 볼 수 있는 산’이라고 말한다는데 우리 일행이 도착했던 그날 그 시간 즈음에는 그림 같이 맑은 하늘과 천지를 볼 수 있었다. 탄성을 지르며 감탄하고 기도하며 찬송하고 성찬을 마칠 즈음에 다시 짙은 안개가 천지를 뒤 덮으며 시야에서 그 모습을 감추기 시작하였다. 그야말로 신비한 광경인 비경(祕境)을 보았던 기억이 새롭다. 

모처럼 걷히기 시작한 남북 관계의 먹구름과 짙은 안개가 평화를 비는 8,000만 겨레의 기도 가운데 사라져 가고 화창한 평화의 새날이 다가오기를 고대한다. 시편 126편의 기자는 이런 고백도 하였다. 

“여호와께서 우리를 위하여 큰일을 행하셨으니 우리는 기쁘도다.”(시12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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