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부 밥 아저씨
연이어 대기업 총수들이나 혹은 대형 병원 원장의 일탈(逸脫)행위 소식이 전해지고 있다. 국가적인 양대 항공사의 회장뿐만 아니라 사교육기관으로 굵직하게 자리매김한 회사의 회장도 언론의 뭇매를 맞고 있다. 저들을 위한 기쁨조 운영은 듣는 이의 마음에 설마하고 쉽게 받아들여지지 않는 실망감을 깊게 드리우게 한다.
삶은 연극이 아니다. 그러나 의외로 인생을 무대 위에서 펼쳐지는 연극처럼 살아가는 이들이 적지 않다. 아리스토텔레스는 “연극은 즐거움을 주는 동시에 교육적 기능과 사회적 효용성을 가진 예술이다.”라고 정의하였다. 소위 출세한 사람들은 세상 사람들에게 타산지석(他山之石)의 교훈을 남기려고 일부러 그런 식의 일상을 살아가지는 않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생각보다 꽤나 떱뜨름하고 씁쓸한 얘깃거리의 주인공으로 거론되는 이유가 무엇일까.
영국의 사상가이자 극작가였던 조지 버나드 쇼(George Bernard Shaw, 1856-1950)는 연극을 통한 이상적인 사회 건설을 꿈꾸었다. 그 당시는 빅토리아 여왕 시대였다. 조지 버나드 쇼의 <워렌 부인의 직업>은 매매춘과 자본주의와 성직자들의 도덕적 타락과 이권을 둘러싼 귀족들의 허위와 위선을 파헤친 보고서에 가깝다. 연극은 그 대사와 장면들이 관객들에게 시대정신과 문제의식을 던져 주는 역할을 한다.
독일에서 태어난 베르톨트 브레히트(Bertolt Brecht, 1898-1956)와 요제프 괴벨스(Joseph Goebbels, 1897-1945)역시 연극을 통하여 세상을 바뀔 수 있다는 신념을 갖고 세상의 양극단에서 살았던 인물들이다.
베르톨트 브레히트는 아돌프 히틀러(Adolf Hitler,1889-1945)의 나치 정권이 점점 잔혹해져 가고 제 2차 세계대전의 전운이 감돌던 1941년에 <억척어멈과 그의 자식들>을 무대에 올렸다. 주인공 억척어멈은 30년 전쟁 중에 군인들을 상대로 마차를 끌고 다니며 행상을 해서 돈을 벌어들인다. 그런 생활을 계속하는 것은 배고프고 불쌍한 자식들을 먹여 살려야겠다는 한 가지 목표에서이다. 30년 전쟁이란 1618년부터 30년간 계속된 독일의 개신교와 구교 사이의 종교 전쟁을 말한다. 그녀는 눈앞에 전개되는 목숨을 앗아가는 전쟁을 비난하면서도 은근히 전쟁이 끝나지 않기를 바란다. 왜냐하면 전쟁이 끝나면 그나마 자기가 하고 있는 밥벌이가 사라질까봐 불안하기 때문이다. 작가인 베르톨트 브레히트는 계속되는 전쟁 중에 세 자식을 차례대로 잃고 나중에는 홀로 남은 자기 목숨이라도 지켜 내기 위해서 마차를 끌고 또다시 군대의 뒤를 쫓는 억척어멈의 모습을 통해서 인간의 끝없는 이기심과 탐욕이 빚어낸 전쟁의 참상과 재난에 대하여 경종을 울리고자 하였다.
요제프 괴벨스의 무대는 국가였다. 그는 히틀러에게 발탁되어 히틀러를 영웅으로 보이도록 연출하는데 매진하였다. 그는 대중들을 선동해서 현실 정치에 대한 불만을 유대인에 대한 증오로 몰아갔고 광기어린 분노를 퍼붓도록 이끄는 광란의 선동정치를 무대에 올렸다. 요제프 괴벨스는 가난한 노동자 계층 출신의 소아마비라는 한계를 뛰어 넘기 위해 억척같이 노력하여 하이델베르크대에서 박사학위까지 받았다. 그는 사회적 편견으로 가려져 지내던 그의 천재성을 알아 본 히틀러에게 발탁돼 독일 나치 정권의 국가대중계몽선전장관직을 맡게 되었다. 그는 “선전은 일종의 예술이다”라고 주장하며 언론 통제와 대중을 선동하는 일에 앞장서서 히틀러가 야욕을 달성하려는데 충성을 다하였다. 1945년 4월 30일, 56살의 히틀러는 베를린의 총통 관저 지하에서 음독자살하였다. 다음 날인 5월 1일, 48살의 괴벨스는 베를린의 포위된 벙커 안에서 아내와 6명의 아이들을 데리고 동반 자살하는 것으로 자신마저도 잔혹한 인생의 연출을 마쳤다. 죽기 전날 그는 히틀러의 뜻에 따라 제국의 총리로 임명되었다. 그의 총리직은 캄캄한 지하 벙커에서 단 하루 만에 끝났다.
토드 홉킨스와 레이 힐버트의 책, <청소부 밥>은 청소부인 밥 아저씨가 젊은 CEO에게 한 마디씩 던져 주는 지혜의 말들을 담아 엮어 내는 형식으로 되어 있다. 토드 홉킨스는 미국의 전문청소업체인 ‘오피스 프라이드’를 설립한 경영인이다. 그의 회사는 미국 10여개 주의 2,000곳이 넘는 빌딩에 청소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신실한 기독교인인 그는 플로리다 기독실업인회인 펜서콜라 CBMC의 회장이기도 하다. 그는 사업가의 생존전략, 성공적인 세일즈기법, 효과적인 커뮤니케이션 등을 강연하는 명연사이기도 하다.
저자는 책, <청소부 밥>에서 잘 생기고 젊은 사장과 그의 회사 빌딩 청소부인 밥 아저씨와의 만남과 대화로 내용을 전개하고 있다. 사실은 밥 아저씨도 한 때는 탄탄하게 발전해 가던 사업가였다. 그러나 하던 일에서 손을 떼고 청소 일을 시작하였다. 이미 다 장성한 두 아들과 딸의 가정을 통해서 세 명의 손자 손녀도 태어났다. 그는 이년 전에 아내 엘리스가 세상을 떠난 후에 힘겨운 시간을 보내 왔다. 그러던 중에 생활의 활력을 얻기 위해서 시작한 일이 빌딩 청소이다. 밥의 아내 엘리스는 잠언 31장의 주인공과 같은 여성이었다. 밥은 아내 엘리스에 대한 아름답고 아련한 좋은 추억들을 많이 간직하고 있었다. 이 책에서는 평소에 아내 엘리스가 남편 밥에게 자주 해 주던 이야기 여섯 가지를 교훈으로 담고 있다.
그 큰 주제는 “지쳤을 때는 재충전하라. 가족은 짐이 아니라 축복이다. 투덜대지 말고 기도하라. 배운 것을 전달하라. 소비하지 말고 투자하라. 삶의 지혜를 후대에 물려주라.”이다. 젊은 나이에 CEO가 된 로저는 겉으로 보기엔 부러워 보이지만 회사는 경영 위기에 처해있고 아내와 아이들과 함께 할 시간조차 없이 하루하루를 보낸다. 이런 그의 앞에 청소부 밥이 나타난 것이다. 주인공 밥은 오로지 성공을 위해 앞만 보고 달리다 지쳐버린 현대인들에게 진정한 삶의 행복이 무엇인지 또 인생에서 정말 소중한 것이 무엇인지를 젊은 CEO에게 말해 준다.
성경에 보면 삼손은 뛰어난 사사였지만 자기 절제에 실패한 그 나중이 불행해 지고 말았다. 이스라엘의 초대 임금 사울은 외모와 역량과 자질에 있어서 그를 따를 자가 없었다. 하나님께서 40살의 사울을 이스라엘의 첫 임금으로 택할 정도였으면 꽤 괜찮은 사람이 아니었겠나. 그런데 사울의 나중은 너무나 참담하고 불행해 지고 말았다. 사위로 삼은 어리고 젊은 다윗에 대한 시기심과 경쟁심으로 인해서 스스로 왕 자신이 점점 무너져 가고 있었다.
사람이 스스로 자기 안에 있는 자신의 한계를 극복하지 못하면 얼마나 그 나중이 비참해 지는가를 교훈하는 대표적인 성경 안의 인물이 사울 왕이다. 성경은“무릇 지킬만한 것 중에 더욱 네 마음을 지키라 생명의 근원이 이에서 남이니라.”(잠4:23) 고 교훈하였다. “노하기를 더디하는 자는 용사보다 낫고 자기의 마음을 다스리는 자는 성을 빼앗는 자보다 나으니라.”(잠16:32)는 말씀도 성경에 있다. 어떤가. 성공하고 출세하고 높아지고 권력과 명예을 얻고 유명해지고 사업을 크게 하고 부자가 되는 것도 다 좋지만 사람다워져야 하지 않겠는가.
가나안 점령 전쟁 초기에 선택 받은 용사들 중의 한 사람이었던 아간은 전쟁 중에 전리품에 탐심을 갖고 금과 은과 시날 산의 아름다운 외투를 빼돌려서 자기 장막의 땅 속에 감추었다. 범죄 사실이 드러난 아간은 여호수아 장군 휘하에서 아골 골짜기의 심판을 피할 수 없었다. 생각하여 보라. 정상적인 군인의 길을 걸었다면 사랑하는 가족들과 함께 그 긴긴 광야 생활을 마치고 시작된 가나안 시대의 영광과 행복을 풍성하게 누릴 수 있었을 것이다. 탐심과 과욕은 죄이다. 청소부 밥 아저씨의 말에 진리가 담겨 있다. 그는 말한다. “투덜대지 말고 기도하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