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마의 삶
악마(惡魔)란 사탄(satan)을 일컫는 말이다. 성경은 사탄을 마귀(魔鬼) 혹은 귀신(鬼神)이라고도 했다. 하나님은 사람을 하나님의 형상대로 지으셨다. 이것이 창세기에 소개된 인간 창조의 모습이다. ‘하나님의 형상대로’(창1:27)라는 말은 하나님의 지정의(知情意)의 속성을 가진 존재로 지으셨다는 말이다. 아담과 하와를 타락시킨 것은 에덴 동산의 뱀이다. 성경은 에덴 동산의 뱀을 하나님이 지으신 들짐승 중에서 가장 간교(奸巧)하다고 설명해 주었다. 여기서 말하는 ‘간교하다’는 것이 악마의 속성이다. 간사하고 교묘하게 상대방을 속여서 악한 목적을 달성하는 것이 사탄의 속성이다.
‘코로나 19’ 바이러스의 감염으로 어수선한 우리나라 안에 열흘 전쯤, 충격적인 뉴스가 하나 더 전해졌다. 미성년자를 포함한 여성의 성 착취물을 만들고 공유한 이른바 ‘텔레그램 n번방 사건’이 그것이다. 사건의 주인공인 조주빈은 수사를 받기 위해 검찰에 송치되면서 “악마의 삶을 멈추게 해 줘서 감사하다”는 말을 했다. 그는 스스로의 그동안의 삶을 ‘악마의 삶’이라고 말했다.
성경, 공관복음(마태, 마가, 누가, 요한)에 보면 귀신에 들린 사람에게서 귀신을 내어 쫓아서 건강을 회복시켜 주신 예수의 축사(逐邪) 사건을 여러 번 기록하고 있다.
마가복음 5장에 보면 예수께서 갈릴리 호수 저 편의 거라사인의 지방에 가신 적이 있다. 예수께서 배에서 내리자 무덤 사이에서 지내던 더러운 귀신 들린 사람이 예수를 만났다. 귀신에 들린 그 사람은 얼마나 힘이 세던지 쇠사슬로 묶어 둘 수 조차 없는 참담한 지경이었다. 여러번 통제하려고 해 보았으나 그 때마다 쇠사슬을 끊고 쇠고랑을 깨트리고는 하였다. 더 이상 그 아무도 그를 제어할 수 없었다. 결국 그는 제 멋대로 행동했고 무덤 사이에서 지내는 불쌍한 신세가 되어 있었다. 무덤 사이에서나 산에서나 늘 소리를 지르며 돌로 자기의 몸을 해치고 있었다. 그런 그가 멀리서 예수를 보고 달려 와서 절했다. 그리고는 큰 소리로 말했다. “지극히 높으신 하나님의 아들이여 나와 당신이 무슨 상관이 있나이까 원하건대 하나님 앞에 맹세하고 나를 괴롭히지 마옵소서” 그 시점은 이미 예수께서 그에게 이르기를 “더러운 귀신아 그 사람에게서 나오라”고 말씀하신 후였다. 예수께서는 “네 이름이 무엇이냐”고 물으셨다. 그는 “내 이름은 군대니 우리가 많다”고 대답했다. 그 군대 귀신은 그 곳에서 떠나가길 원하지 않고 있었다. 마침 그 가까운 산 자락에서 돼지의 큰 떼가 먹고 있었다. 귀신이 예수께 “우리를 돼지에게로 보내어 들어가게 하소서”하고 요청하였다. 예수께서 허락하시자 귀신이 이천 마리의 돼지 떼에게 들어갔고 돼지 떼는 갈릴리 호수의 비탈로 내리 달아 몰사(沒死)하였다.
돼지를 치던 이들이 읍내와 마을에 들어가서 상황을 말하자 사람들이 와서 그 상황을 구경하게 되었다. 귀신이 나간 그 사람은 정신이 온전해 지고 옷을 단정하게 입고 예수 가까이에 앉아 있었다. 그 상황을 둘러 본 사람들은 두려운 마음을 갖게 되었다.
그 지역 주민들은 예수께 대한 두려운 마음을 갖고 그 지방을 떠나가 주시기를 바랐다. 예수께서 다시 배에 오르시자 그 회복된 사람이 예수와 함께 있기를 청하였으나 예수는 허락하지 않으셨다. 그리고 그에게 “집으로 가라 돌아가서 네게 어떻게 큰 일을 행하사 너를 불쌍히 여기신 것을 네 가족에게 알리라”(막5:19)고 분부하셨다. 예수의 말씀을 들은 그 사람을 자신이 겪은 지난 날의 군대 귀신 들렸던 불행한 삶과 예수를 만난 회복되고 새 사람이 된 간증을 데가볼리 지역에서 전파하였다. 이 일로 그 지역 주민들은 예수께서 하신 일을 소문에 듣고 놀라워 하였다.
사람은 하나님의 영인 성령의 이끌림을 받으면 성령의 사람답게 살수 있게 된다. 그러나 그 반대로 사탄의 지배를 받으면 사탄이 그 한 사람의 생을 악마적인 일상으로 끌고 가 버린다. 올해 나이 25살인 조주빈은 인천의 한 전문대학에서 정보통신학을 정공하면서 학보사 편집부장을 지냈다. 여러 차례 학보에 칼럼을 쓰는 등 돋보이는 대학 생활도 하였다. 성적 관리도 잘해서 학점이 4. 17이었다. 교내 독후감 쓰기 대회에서 1등 상을 타기도 했다. 50여 차례의 봉사 활동도 했고 상도 탔다. 교우 관계도 원만한 것 같았다.
그는 그런대로 모범생이었고 봉사심도 적지 않은 선량한 청년기를 보내고 있었다. 경찰은 조주빈이 2018년 12월쯤부터 범행을 시작한 것으로 보고 있다. 조주빈은 텔레그램에서 ‘박사방’이라는 단체 채팅방을 운영하면서 미성년자 등을 대상으로 한 성착취물을 제작하거나 유통해 사적 이득을 챙긴 혐의를 받고 있다. 그는 아르바이트 등을 미끼로 피해자들을 유인해 얼굴이 나오는 나체사진을 받아낸 뒤 이를 빌미로 성 착취물을 찍어 판매해 왔다. 경찰은 피해 여성이 최소 74명이며 이 중 16명이 미성년자인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그가 스스로를 표현한대로 이 얼마나 악마적인가. 코로나19 바이러스에 감염된 후 면역력을 갖고 이겨 내지 못하면 그 누구라도 죽는다. 이처럼 내 속에 악마가 찾아 들어 올 때에 그 악마의 간교를 막지 못하면 우리는 누구나 악마의 지배를 받게 되고 말 것이다.
내 머리 위로 날아가는 새가 배설을 한 것이 내 머리 위에 떨어질 수 있다. 확률적으로 흔한 일은 아니지만 그럴 수 있다. 그러나 날아가는 새가 내 머리 위에 내려 앉아 둥지를 틀도록 허락해서 안 된다. 죄와 악에 대한 인간의 태도는 최소한 그러해야 한다. 그것이 정상이다. 그러나 하와가 뱀의 유혹 앞에 무너지고 아담이 아내인 하와의 요청 앞에 무너지듯 인간은 죄의 속성 앞에 누구나 다 취약하다. 나중에 하나님의 책망을 듣던 아담이 자신의 범죄를 합리화 하며 아내에게 핑계를 대는 장면을 보면 인간이 얼마나 나약한 존재이며 부끄럽고 죄 앞에 무기력한 존재인가를 여실히 드러낸다.
기사에 보니 언론노조는 ‘성 노리개’, ‘씻을 수 없는 상처’ 등의 표현은 삼갈 것을 요청했다. 이런 표현은 성폭력 피해를 ‘순결을 훼손하며 회복이 불가능한 수치스러운 일’로 잘못 인식하게 하거나 피해자를 물건 취급함으로써 피해자가 느꼈을 감정에 대해 공감할 수 없게 한다는 이유에서였다. 또 가해자를 ‘짐승’, ‘늑대’, ‘악마’ 등으로 표현하면 가해 행위를 축소하거나 가해자를 비정상적인 존재로 타자화해 예외적인 사건으로 인식하게 한다며 사용하지 않아야 한다고 평했다. 저들의 주장에 따르면 성범죄는 비정상적인 특정인에 의한 예외적인 사건이 아니라는 것이다. 어느 언론 제작자는 “조주빈은 악마이기 이전에 비열한 범죄자일 뿐이다.”라고 말했다.
“쉽게 종교에 귀의해서 구원받으려는 생각은 하지도 말아라. 신앙이 범죄자의 방패가 되는 것이 오히려 두렵다. 너는 쓰레기의 집합체다. 너는 자기를 악마에 빗대던데 단순한 사회의 최하층 쓰레기 인생이다. 축생(畜生) 금수(禽獸) 폐식용유같은 썩은 인성을 가진 범죄자일뿐이라는 걸 스스로 인정하고 거세해라.”는 등 매서운 혹평도 언론에서 보았다. 그가 범죄를 속속들이 시인하고 법의 심판을 받는 것은 마땅한 일이다. 그러나 더 큰 숙제는 그를 이 악마적인 삶에서 누가 건져 내어 주고 누가 구원해서 건강한 인격이 되게 해 줄 수 있을까. 이 사건에 관련된 자가 25만 명이 넘는다고 하니 명단이 공개되면 조주빈 이상으로 부끄러움 당할 인생이 어찌 한둘이랴.
예수께서는 말씀하셨다.
“너희 중에 죄 없는 자가 먼저 돌로 치라.”
“나도 너를 정죄하지 아니하노니 가서 다시는 죄를 범하지 말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