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번호판 이야기
며칠 전 해외의 뉴스 중에서 재미있는 기사를 보았다. 미국 켄터키주의 한 남성이‘나는 하나님이다'(IM GOD)라는 내용의 자동차번호판을 등록하고 억대의 소송비용까지 받을 수 있게 되었다. 베니 하트 씨는 2016년 그가 켄터키주로 이사하면서 자동차번호판 등록을 놓고 켄터키 주 정부와 소송전을 벌여 왔다. 그 당시에 그는 ‘IM GOD’(나는 하나님이다)라고 적힌 자동차번호판을 켄터키주에 등록하려 했으나 거절당했다. 다른 운전자들에게 혼동을 주고 감정적으로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는 이유였다. 그는 그전에 살던 오하이오주에서 12년 동안이나 같은 내용의 번호판을 사용해왔다며 항의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결국은 주 정부를 상대로 소송에 들어갔다. 이후 베니 하트 씨 측과 켄터키주의 기나긴 재판이 계속되었는데 결국은 지난해 11월에 법원이 베니 하트 씨 측의 손을 들어주었다. 이어 지난주 법원은 베니 하트 씨가 소송에 사용한 변호사 비용 491달러를 포함하여 15만 달러(한화 1억 8천만 원)를 주 정부가 부담하라고 판결하였다.
베니 하트 씨는 "다른 운전자와 마찬가지로 내 자동차번호판에 개인 메시지를 사용할 수 있도록 기회를 준 것에 감사한다. 종교적 신념은 개인적인 해석이라는 내 견해에 문제가 없다는 것이 증명됐다.”고 말했다.
아마도 베니 하트 씨의 경우에 자기 자신이 하나님이란 뜻으로 그런 자동차 번호판 내용을 선택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만약 그가 자동차번호판에 쓴 내용이 자신의 신앙관을 표현한 것이라면 정신이 좀 이상한 사람일 것이다. 동서고금에 자칭 하나님 운운했던 이단과 사이비 교주들이 없지 않았다. 이는 오늘날도 마찬가지이다. 그러나 그런 착각 속에 살았거나 그렇게 백성들을 혹세무민하려 했던 이들의 종말이 어떠하였는가. 그는 하나님이 말씀하신 “나는 하나님이다”라는 성경의 내용을 번호판에 사용했으리라고 여겨진다.
맞다. 하나님은 한 분이시다. 하나님은 우상 숭배자들이 말하는 ‘신들’(gods) 중의 한 분이 아니시다. 그는 유일무이(唯一無二)한 절대자(絶對者)이며 창조주(創造主)이시고 시대와 역사의 주관자(主管者)이시며 섭리자(攝理者)이시다. 이사야 46장 9절에 보면 “너희는 옛적 일을 기억하라 나는 하나님이라 나 외에 다른 이가 없느니라 나는 하나님이라 나 같은 이가 없느니라.”고 하였다. 신명기 6장 4절에 보면 “우리 하나님 여호와는 오직 유일한 여호와시니”라고 가르치라고 명령하였다. 출애굽기 20장에 실려 있는 십계명의 첫째는 “너는 나 외에는 다른 신들을 네게 두지 말라”고 하였다. 하나님은 호렙산의 떨기나무가 불붙는 듯한 환상 가운데서 모세에게 나타나셨다. 그리고 모세와 대화하셨다. 하나님은 자신의 이름을 “나는 스스로 있는 자니라.”(I AM THAT I AM))라고 가르쳐 주셨다. 그렇다. 우주 만물의 창조 이전부터 계셨던 하나님은 자존자(自存者)이시며 영원한 분이시다.
종교와 관련해 미국의 또 다른 운전자는 10여 년 전에 “Is No God”(하나님은 없다)는 번호판을 달려고 신청했으나 거절당한 후에 여러 차례 항소를 통해서 마침내 번호판을 달게 된 경우도 있다고 한다.
미국에서는 자동차번호판에 자신이 원하는 숫자와 문자를 넣을 수 있다. 각 주마다 디자인도 다르다. 이 때문에 미국에서 자동차번호판은 자신의 개성을 표현하는 상징적인 도구가 되기도 한다.
우리나라는 자동차 번호판을 앞뒤로 붙인다. 그러나 미국은 광활한 영토를 가진 연방국가답게 번호판의 종류도 상당히 다양하다. 주마다 각기 다른 번호판 체계를 가지고 있을 뿐만 아니라 주마다 서로 다른 디자인을 사용한다. 심지어는 같은 주 안에서도 여러 가지 디자인과 서체의 번호판을 사용한다. 또한 경찰차나 소방차의 번호판 같은 경우도 주마다 각기 다른 디자인을 가지고 있고 일반차량의 번호판과 구별시켜 사용하고 있다.
번호판의 기본적인 규격은 우리나라와 비슷한데 가운데에 한 줄로 번호를 찍고 그 위아래에 각각 주 명칭과 주의 별명 혹은 슬로건이 기입되어 있다. 가령 우리 가족이 십여 년 동안 살던 펜실베니아주는 미국 최초의 주이다. 그래서인지 번호판 중앙에 머릿돌 디자인이 들어 있고 상단이나 혹은 하단에 ‘머릿돌 주’(KEYSTONE STATE)라고 새겨 넣었다. 펜실베니주에는 번호판을 뒤에만 붙인다. 그러하다 보니 앞부분의 비어있는 공간에 자기만의 특색있는 디자인과 문구를 새겨 넣고 다니기도 한다. 가령 은퇴자들의 경우에 ‘은퇴’(RETIRE)라고 큰 글씨를 붙이고 다니는 노인도 보았다. 어떤 노인은 낡은 캐딜락 자동차 앞부분에 ‘은퇴’라고 쓰고 네 귀퉁이에다 ‘NO WORRY · NO HURRY · NO BOSS · NO PHONE’이라고 써 붙이고 다니는 이도 보았다. 고단한 세월을 이날까지 열심히 살아왔으니 “이제는 걱정할 일도 급할 일도 윗사람 모시느라 눈치 볼일도 없고 급하게 전화 걸고 전화 받을 일도 없다”는 뜻을 그렇게 표현하고 다니는 것이 아닐까. 목사들의 경우에 ‘목사’(PASTOR)라고 써 붙이고 다니는 이도 보았다.
일단 주별로 기본 발급해 주는 디자인이 여러 종류가 있는데 여기에 약간의 비용을 더 내면 주에서 인가한 개성적인 디자인을 골라 개인적인 번호판을 만들 수도 있다. 가령 20년 이상 근무한 퇴역군인 혹은 참전용사만 사용할 수 있는 번호판도 있다.
미국의 인디애나주는 지난 2007년 이후“우리가 믿는 하나님 안에서”(In God We Trust)라는 문구가 새겨진 자동차 번호판이 대대적으로 거리를 누비기 시작했다. 인디애나주 교통국은 몇 달 만에 25만 명 이상이 같은 내용의 문구를 달고 다니고 있다고 밝혔다. 그와 같은 자동차번호판의 디자인은 하원의원 우디 버튼이 몇몇 동료 의원의 동의를 거쳐서 2005년도에 제안했고 압도적인 지지를 받고 가결되었다. 특정종교를 옹호하는 것이 아니냐는 비판 여론도 있었으나 워낙 지지하는 이들이 많다 보니 잠잠해지고 말았다고 한다.
작은 부분에서까지도 표현의 자유를 누리며 자신의 취향이나 관심이나 종교적인 성향을 드러내는 저들의 여유로움이 느껴지는 것은 나만의 감정은 아닐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