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도 70여 만 명이 시험을 보는 대학입시를 위한 수능시험이 끝났다. 그 중에 재수생이 거의 네 명 중의 한 명꼴이다. 학생들은 시험을 보면서 발전해 간다. 정규 과정의 학교생활이 끝나고 나면 취직과 취업과 자격증 취득이나 국가고시 등을 위하여 또 다시 크고 작은 시험이 기다리고 있다. 공부하여 알고 있는 지식에 대한 시험도 있지만 상대방이 나의 인품이나 됨됨이를 살펴보는 면접과 인터뷰도 쉽지 않은 시험 중의 하나이다. 어른들은 공부하는 학생들에게“시험이 인생의 전부는 아니다.”혹은“행복은 성적순이 아니다.”라는 말을 하기는 하지만 사실 시험이 없는 인생살이가 그 어디에 있단 말인가.
최근에 간암 수술을 마치고 회복 중에 있는 친구 목사 문병을 위해서 서울아산병원을 방문한 적이 있다. 장갑을 낀 채 악수하고 마스크로 가린 채 잠시 대화하고 기도하고 돌아왔다. 23살 난 아들의 간 70%를 이식 받는 대 수술을 마친 것이다. 아들은 수술 후 장기에 천공이 생기는 사고로 중환자실에서 나흘 동안 사경을 헤매고 일반 병실로 겨우 옮겨졌다고 한다. 게다가 췌장염까지 겹쳤다고 했다. 이야기를 들을 때에 가슴이 찡한 감동이 전해 왔다. 아들을 사경의 위기로 몰아가면서 이렇게 간 이식을 받아야 하나 하는 생각에 마음이 착잡하였었다는 친구 목사의 당시 심정을 털어 놓는 이야기도 듣고 왔다.
질병은 인생이 겪는 시험 중의 큰 시험이 아닐 수 없다. 성적표로 받아 드는 시험이야 다시 준비해서 다음에 더 잘 치룰 수도 있고 재수나 삼수를 할 수도 있고 모르는 것은 배우면 된다. 그러나 인생을 살아가다 보면 교실에서 치는 시험 말고도 인생의 별의 별 시험들이 파도처럼 밀려온다. 대한민국 근대사의 경제발전의 기적을 일으킨 주인공 중의 한 분인 정주영(1915-2001) 회장의 상반신 동상이 아산 병원 동관의 일층 현관 정면에 설치되어 있었다. 그 거대한 의료 시설의 시작도 1989년에 착수한 그 분의 의학적 공헌의 하나였다. 그 곁에는 그의 유명 어록들을 담아 놓은 홍보지들이 수북하게 쌓여 있었다. 그 흉상 아래는 이런 말이 적혀 있었다.“시련은 있어도 실패는 없다.”강원도 통천의 평범한 농부의 가정에서 태어난 그는 거의 무에서 시작하여 1995년 당시 미국 포브스 잡지사가 선정한 세계 9위의 부자에 거론되기도 하였다. 16살에 아버지가 소를 팔아 두신 돈 70원을 꺼내 들고 집을 나선 소년의 86년 생애는 기적의 연속이었다. 그의 어록 중의 하나가“경제에는 기적이란 없다. 진취적인 기상, 개척 정신, 열정적인 노력으로 이루어지는 것이 경제의 성장이다. 기적의 열쇠는 바로 이것이다.”그는 나중에 57개 계열사와 70조 매출의 주인공이 되어 있었다. 그가 공부를 많이 했는가 아니면 명문학교를 나왔는가 아니면 우등생이었는가. 그렇다. 중요한 것은 무엇인가. 공부를 잘하는 것도 중요하고, 공부를 많이 하는 것도 필요하지만, 평생토록 분야마다에서 시련 극복의 의지적인 인간으로 살아가는 것이 소중한 것이다.
앞이 안 보이는 청소년기와 청년기를 거치면서 나중에 아내가 된 석은옥 여사의 손을 잡고 더듬거리면서 시작한 미국 유학 생활의 열매로 한국인 최초의 시각장애인 교육학 박사 학위를 받고 떳떳이 미국 주류 사회의 일원으로 살아 온 강영우 박사의 글에 보면 그런 강조가 많다. 1944년생인 강영우 박사는 덕수중학교 1학년 때에 축구를 하다가 공에 맞아 실명하는 어려움을 겪게 되었다. 그의 두 아들인 큰 아들 강진석 박사는 안과 의사요 작은 아들 강진영군은 버락 오바마 대통령 곁에서 최연소 특별보좌관 역할을 잘 소화해 내는 청년 정치인이요 법조인으로 성장했다. 그 배후에는 공부와 시험보다 더 중요한 것에 가치를 두고 살아 왔던 그의 가정 이야기가 분명히 있다. 진영 씨는 어머니에 대한 추억을 “늘 따뜻한 가슴으로 안아주시고 이웃을 향한 아름다운 마음으로 헌신과 열정의 본이 되어 주신 분”이라고 회상했다. 교육학자인 강영우 박사의 책 중에, <도전과 기회 3C혁명>에 보면 3가지 C란“ Competence, Character, Commitment”즉“실력과 인격과 헌신”이라고 설명해 주었다. 그렇다. 어려서부터 분야마다에서 시험을 잘 치루고 높고 좋은 성적을 받는 것이 기본적으로 참으로 중요하지만 그 이상으로 중요한 것이 인격을 도야하고 매사에 헌신적신 삶의 태도를 갖는 것이 아니겠는가. 결국은 한 인간의 가치관이 그의 삶의 질을 형성한다는 말이다.“공부해서 남 주자”혹은“돈 벌어서 남 주자.”는 식의 허황된 것 같지만 사실 그런 이타적인 인생관과 가치관을 가진 젊은이들이 늘어나야만 한다. 그래야 장래에 소망이 있는 것이다. 능력과 실력이 있는 자가 부족한 자를 돕고, 강한 자가 약한 자를 섬기고, 건강한 자가 병약한 자에게 진심으로 따뜻한 마음이 담긴 사랑의 마음으로 대해 나가는 그런 사회를 건설해 나가야 한다.
하나님의 아들 예수 그리스도께서 이 땅에 오셔서 머무시는 동안에 하신 일이 바로 그러한 일들이 아니신가. 그는 육신의 아버지인 요셉의 고향 마을인 나사렛에서 성장기를 보내면서 회당에서 하나님의 말씀인 율법을 공부한 것이 전부였다. 그러나 그는 이미 12살 때에 예루살렘 성전에서 서기관들과 영의 세계에 대하여 토론할 만한 지혜와 은총이 넘쳐 났다. 그리고 그의 나중 삶도 병든 자를 고치고, 귀신을 쫓아내고, 죽은 자를 살리고, 바람과 파도라도 잔잔하게 하고, 벳세다 광야의 배고픈 무리들에게 물고기 두 마리와 보리떡 다섯 개로 배 불리 먹고도 열 두 광주리가 남게 하는 치유와 회복과 생명과 평안과 풍성한 떡의 공급자로 사시다가 하나님 아버지 곁으로 돌아 가셨다.
우리도 예수처럼 살다가 가야 한다. 공부도 열심히 하고 이왕이면 잘해서 어려운 시험도 통과하고 세상을 살아가면서 만나는 별의별 예측하지도 못했던 불같은 고난의 시험들도 넉넉히 이기면서 부활의 능력을 우리에게 선물로 주신 주님 안에서 지혜롭고 권세 있는 하나님의 사람들로 살아가야만 한다. 공부하고 시험 잘 보고 자기 하나 잘 되어서 잘 먹고 잘 입고 잘 사는 것으로 만족해하지 말고 가족과 지역 사회와 나라와 민족과 열방의 천하 만민들 한 가운데서 고난 받는 이들을 돌보고 사랑을 필요로 하는 이들을 섬기면서 살아가는 삶의 활력의 공급자들이 되어야만 한다. 이것이 성경이 말씀하는 복음이요 주 예수 그리스도께서 모범을 보이셨고 제자의 삶을 살아가는 성도들에게 기대하시는 바가 아니겠는가. 롯처럼 살지 말고 아브라함처럼 살고, 삼손처럼 살지 말고 기드온처럼 살아가야 할 것이다. 이왕 가나안 땅에 들어갔으면 아간처럼 살다가 죽지 말고 여호수아처럼 살아가야 좋지 않겠는가. 같은 임금이라도 사울보다는 다윗처럼 살고 같은 왕후라도 다말처럼 살지 말고 아비가일처럼 처세해야 하지 않겠는가.
같은 시대를 살았으나 엘리사 같은 시대적인 영적 거장이었던 하나님의 사람도 있고 나병을 고침 받고 제 나라로 돌아가는 나아만 장군 뒤로 쫓아가서 거짓말을 하고 주인도 속이고 나아만 장군도 속여서 은 두 달란트와 옷 두 벌을 얻어 내던 종 게하시 같은 인생도 있다. 게하시는 나중에 주인 엘리사 선지자로부터 책망을 받고 나병에 걸리는 불행의 주인공이 되고 말았다. 아무나 부르시는 것도 아닌데 12명의 제자로 부름을 받았다면 베드로처럼 나중이 점점 존귀해져 가고 성령 충만해져 가야지 가롯 유다처럼 살아가 비참하게 끝내서야 되겠는가. 사람이 백범 김구나 도산 안창호 선생처럼 살아가는 길도 있고 이완용 같은 매국노로 살아가는 길도 있다는 것이 교훈은 교훈이다. 예수는 사십일 금식 후에 다가온 사탄의 세 가지 시험을 기록된 하나님의 말씀으로 일일이 대적하여 이겼다. 인간은 시험을 통하여 발전하고 성장하고 성숙해져 간다. 예수의 동생 야고보는 교훈한다.“내 형제들아 너희가 여러 가지 시험을 당하거든 온전히 기쁘게 여기라. 이는 너희 믿음의 시련이 인내를 만들어 내는 줄 너희가 앎이라.”(약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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