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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계석을 옮기지 말라 1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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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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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11-10-29 21:49 조회 20,923 댓글 0
 
잠언 22장 28절에,“네 선조가 세운 옛 지계석을 옮기지 말지니라.”는 말씀이 나온다. 지계석이란 개인 소유지를 금 그어 확정하는 표석(標石)이다. 오늘 날은 지적도에 근거하여 개인의 소유지가 명확하게 구분된다. 국가가 건설되고 행정과 제도가 정착되기 이전에는 조상 대대로 자리 잡고 살던 그 터전이 곧 개인의 소유 개념으로 묵인되던 시절이 있었다. 까마득한 조상들이 살아 왔던 농경 문화권에서는 초가삼간과 텃밭과 뒷동산과 들판의 논 몇 마지기가 선조 대대로 이어오며 땀 흘려 가꾸어온 삶의 터전이었다. 나의 고향 집도 그렇다. 아직도 지적도를 보면 고향 집이 터 잡고 있는 토지의 소유주는 이미 오래 전에 하늘나라로 가신 나의 고조부의 성함으로 되어 있다.

역사가 흘러가면서 국가에서 제도와 법에 따라서 개인의 사유 재산을 인정하고 보호하는 식으로 안정되어 가기 시작한 이후에는 적정한 대가의 지불이 없이는 소유를 더 할 수 없는 사회가 되었다. 더군다나 상반제도가 명확하던 시절의 머슴들은 종의 신분을 벗어나 집 한 칸 마련하고 결혼하여 가정을 이루고 아들딸 낳아 기르며 내 소유의 논과 밭을 마련하고 살아간다는 것은 꿈만 같은 일이었을 것이다. 어쩌면 이런 현상은 과거에나 오늘 날이나 마찬가지이다. 최근에 불고 있는 미국민의 1%의 상류층을 향한 쓴 소리의 바탕도 이와 같은데 뿌리 한다. 요즘 서울 시장 보궐 선거를 비롯한 각 지자체 선거의 출구 조사에서 드러난 민심도 이런 데 기인하고 있다.

최근에 대통령께서 앞으로 현직에서 물러 난 후에 머물 사저(私邸)를 짓기 위하여 아들 이름으로 새로운 땅을 마련하고 새 집을 지으려다가 그 매입 과정과 자금의 출처와 흐름이 법에 어긋난다고 하여 모든 것을 백지화 하는 사건이 벌어졌다. 나라의 최고 권력자를 지냈어도 한 국가의 법과 제도를 어길 수는 없는 법이다.

성경, 창세기 23장에 보면 믿음의 조상인 아브라함이 아내 사라가 가나안 땅 헤브론 기럇아르바에서 127살에 하나님의 품에 안겼다. 아브라함은 장례 준비를 위하여 급하게 그 지역을 터 잡고 살아가던 원주민인 헷 족속들의 땅 일부를 사 들여서 가족묘를 삼았다. 헷 족속은 무상으로 묘지를 제공해 줄 의사를 전해 왔지만 아브라함의 생각은 달랐다. 이미 원주민들 사이에서 아브라함의 입지는 만만하지 않았었음에도 말이다. 헷 족속들은 아브라함에 대하여“당신은 우리 가운데 있는 하나님이 세우신 지도자이시니”(창23:6)라는 극찬을 받을 정도였다. 결국 아브라함은 소할의 아들 에브론이 소유하고 있던 가나안 땅 마므레 앞 막벨라 밭의 일부와 장례를 위한 굴과 그 주변의 나무 많은 동산을 은 400세겔을 주고 사 들였다. 이곳은 나중 아브라함뿐만 아니라 이삭과 야곱과 요셉의 때에 이르도록 자손 대대로 이용하는 가족의 묘실이 되었다.

사람은 살아가면서 집 한 채와 전답과 사업의 터전과 나중 죽어서 묻힐 묘실에 이르기까지 그 모든 삶에 조상의 때부터 전해 오는 삶의 지계(地契)가 있다. 그 모든 것의 지계석을 경홀히 여기면 안 된다. 사람은 하나에서 시작하여 나중에 십, 백, 천, 만이 가능해 지는 것이니 말이다. 물론 오늘 날은 눈에 보이는 것 이상의 영향력을 통해서 세계 이백여 국가의 경쟁 구도가 움직여 가고 있다. 그러나 여전히 한 나라의 국경은 대단히 소중한 것이다. 우리나라와 일본 사이에 두고두고 독도에 대한 소유권 분쟁이 국제적으로 중요한 사안인 것처럼 말이다. 우리나라로 하면 고조선의 광개토왕(A. D. 374-412)시절의 삼국시대 때에 만주벌이 모두 다 우리의 땅이었던 때가 있었던 것처럼 말이다.

중국 길림성 지역의 선교지를 방문하면서 그 곳에 보존되어 오는 광개토대왕비를 둘러 본 적이 있다. 39살에 세상을 떠난 그가 왕으로 재위할 당시의 권력과 남북을 향한 외교의 역량은 막강하였다. 그의 왕릉과 비문에는“나라가 부강하고 백성이 편안하였으며 오곡이 풍성하게 익었다.”는 기록이 남아 있다. 그 배후에 도우시는 분의 크신 손길이 없었다면 어찌 그런 거국적인 복이 가능했으랴.

북미주의 큰 땅을 차지하고 발전해 온 미국이란 나라도 그 곳이 원래는 원주민 인디언들의 삶의 터전이 아니었던가. 1620년 9월, 102명이 영국을 떠나 메이플라워호를 타고 66일 간의 대서양 항해 끝에 같은 해 12월 26일에 도착한 플리머스 항구에서 무릎을 꿇고 하나님께 기도드리며 시작한 저들의 이민 생활은 오늘 날의 미연합중국(USA)을 건설하는 시작이었다. 그 청교도 이민자들 중에 1636년에 세상을 떠나기 2년 전에 존 하버드(John Harvard, 1607-1638)목사가 남긴 책 400권과 가진 것의 절반인 779파운드의 유산이 오늘 날 미국과 세계 최고의 대학 하버드대학교의 시작이라고 하니 역사에 지계석을 세우는 것은 참으로 소중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첫 해에는 학생 아홉 명을 강사 한 명이 가르치기 시작한 신학교로 출발하였다. 원래 북 미주를 터 잡고 살아가던 인디언들의 입장에서 보면 황당한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러나 이와 같은 인류문화사적 발전 원리는 한 두 마디로 규정할 수 없는 복잡다단한 역사 해석의 줄다리기를 거치지 아니할 수 없다. 과거나 오늘 날이나 인류의 삶은 철저하게 약육강식의 힘의 원리에 의하여 지배를 받아 왔다.

지난주 중에 65세 이상 어른들을 모시고 창덕궁의 후원인 비원을 산책하였다. 그 곳이 과거에는 왕족들이 아니면 감히 기웃거릴 수조차 없던 곳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그 곳에서 대대로 천하를 호령하던 왕들과 왕족들은 흔적이 없고 세계 관광객들이 즐겨 찾는 명소 중의 한 곳이 되었다. 창덕궁은 경복궁의 오른 편에 위치하여 창경궁과 함께 동궁이라 불리며 조선시대의 역대 왕들 중에서 가장 많은 왕들이 거처로 삼고 나라를 살림하던 곳이다. 태종 때에 시작하여 후대에 짓고 늘리어 갔으나 임진왜란을 겪으면서 많은 건물들이 불타고 후대에 다시 짓는 우여곡절을 계속해 왔다. 최근에 신문에 재미있는 통계 자료가 실렸다. 조선의 궁궐이나 왕릉을 돈으로 매기면 그 경제 가치가 어떻게 될까. 문화재청이 국회에 제출한 국유재산대장에 의하면 경복궁이 1,220억이고 창덕궁이 그 다음인 651억이다. 경복궁에는 국왕의 즉위식을 행하던 국보 223호인 근정전을 비롯하여 자그마치 166개의 크고 작은 건물들이 있다고 하니 그 가치가 가히 예상을 초월한다. 그 다음이 196억의 덕수궁이고 그 뒤에 195억의 창경궁의 가격이 매겨진다. 왕릉 중에는 홍릉과 유릉이 45억에 이른다. 그렇게 인걸은 가고 역사의 흔적만 남는 것이다.

성경은 철저히 소유의 바탕이 하나님께 있음을 반복하여 선포하고 있다. 개인과 가정과 나라와 민족의 소유가 어디까지는 자신의 노력의 열매일 수도 있지만 대개는 하나님이 공급하고 보존해 주셔야 하는 분량이다. 하나님은 그를 믿는 자들에게 조상들과의 언약을 지키기 위해서 재물을 얻는 능력을 주셨다. 성서적으로는 땅을 차지하고 번성하는 바탕은 하나님의 말씀에 대한 순종이 그 기준이다.

영국 유학 생활을 마치고 귀국해서 성경 통독운동의 선봉에 서 있는 조병호 박사는 그의 책, <성경과 5대 제국>에서 앗수르, 바벨론, 페르시아, 헬라 그리고 로마의 흥망성쇠를 성경에 비추어서 연구하였다. 흥왕해진 제국과 통치자들은 한결같이“제국이여 영원하라.”는 구호를 외쳐 댔으나 그 권력이 역사 속에 영원한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는 결론이다. 잘 되고 높아지고 나면 누구나 교만해 졌고 그 다음은 패망의 길을 가는 역사의 공식이 적용되었다. 그렇다. 지금 이룩한 개인과 가정과 기업과 나라와 민족의 지계석에 만족하지 말고 그 분 앞에서 겸손하여야만 한다. 그래야 그 나중이 영화롭고 복되게 되어 있다. 지혜서인 잠언은 분명하게 교훈한다.“많은 재물보다 명예를 택할 것이요 은이나 금보다 은총을 더욱 택할 것이니라.”(잠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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