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 지키기
사람은 누구나 그 무엇인가를 지키며 살아간다. 어린아이라도 자기 분량의 먹을거리나 자기 몫의 장난감을 지키며 생활한다. 어린 자녀를 키우는 부모는 어린이의 생명을 위험한 환경이나 질병으로부터 지켜내는 노력을 계속하여야만 한다. 왜냐면 순간의 부주의가 평생의 불행을 부를 수도 있기 때문이다. 어른이 되면 스스로 지켜야 할 영역이 점점 넓어지고 다양해지고 부담스러울 만큼 자세해져 간다.
공부하는 학생은 일정한 성적을 유지하고 실력을 키워나가야만 한다. 그것도 일종의 지키기의 영역 중의 하나일 수 있다. 학생이 실력을 키워야 할 제 때에 키우지 못하면 나중에 후회하게 되기 때문이다. 음악이나 미술이나 체육 분야를 보아도 그렇다. 어려서부터 어느 일정한 분야에 집중적인 노력을 기울여 나가야만 때가 되어 대가(大家)가 되는 것이다. 요즘 뜨는 트로트의 신동들도 아주 어려서부터 그 실력을 갈고닦은 열매를 일찍이 보게 되는 것처럼 말이다. 그러나 대가를 키워낸다는 명목으로 스포츠 분야에서 벌어지는 구타나 폭행이나 비인격적인 가해 행위들로 인한 극단적이고 불행한 선택을 하는 유명 선수들의 사망 소식은 국민 모두의 마음을 우울하게 하고 분노하게 한다. 이는 우리가 무엇을 먼저 제대로 지켜나가야 할까에 대한 의식이 분명하지 않기 때문에 벌어지는 불행한 경우들이다.
일만 시간 법칙이란 것이 있다. 사람이 어느 분야에서 일만 시간 이상의 노력과 수고를 계속하면 그 분야의 일가견을 가진 전문가가 될 수 있다는 실험의 결과에 바탕을 둔 법칙이다. 물론 그렇게 노력하고 수고한다고 해서 누구나 다 그 어떤 분야의 대가가 될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말이다. 그러나 그 어떤 것들보다 더 중요한 것은 자기의 마음 지키기이다.
정치란 것은 특히 그런 것 같다. 독재자의 경우는 예외로 하고 국민이나 시민들로부터 일정한 지지를 받고 어느 분야에 지도자로 세움을 받는 것은 영광스러운 일이다. 거기에는 무한 부담과 책임이 따르게 마련이다. 그 대표적인 자리가 대통령직과 같은 일정 국가의 최고위직일 것이다. 그 정도는 아닐지라도 일천만 명 이상이 모여 사는 큰 도시의 시장에 당선되는 일은 누구나 가능한 일이 아니다. 얼마나 정당별 경쟁자도 많고 그 한 자리를 향하여 꿈을 키우는 상대가 많을 것인가.
대한민국 서울시 역사상 최장수 시장(2011. 10-2020. 7. 9)을 역임해 왔던 고 박원순(1956-2020)시장의 사망 소식은 그래서 시민들에게 주는 충격이 더욱 크다. 그가 그 자리에까지 오르고 그 직임을 십 년 가까이 맡아 오기까지 얼마나 각고의 노력을 기울여 왔겠는가. 그런데 어찌하다가 그의 마지막이 이렇게 되고 말았단 말인가. 안타깝고 참담한 사실이 아닐 수 없다. 성경의 잠언 4장 23절은,
“모든 지킬만한 것 중에
더욱 네 마음을 지키라
생명의 근원이
이에서 남이니라.”
고 교훈하고 있다. 사람이 한 생을 살면서 건강도 지켜야 하고, 명예도 지켜야 하고, 인간관계의 신뢰도 지켜야 하고, 마련한 재물도 잘 지켜나가야 한다. 그래야 이 무한 경쟁 사회에서 생존할 수 있을 것이다. 동물의 세계는 아니라지만 인간 세상도 약육강식의 원리에서 벗어난 적은 단 한 번도 없다. 남미 브라질의 아마존강을 중심으로 처처에서 부족(部族)을 이루고 살아가는 소수의 부족일지라도 부족의 생존을 지켜나가기 위해서 끊임없는 노력을 계속해 가는 것을 본다.
더군다나 요즘과 같은 최첨단 문명사회 속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일정한 분야의 실력을 키우고, 체력을 키우고, 경쟁력을 키워가며 자기를 지켜나가지 못하면 역사의 뒤안길로 밀려나게 되는 것이 엄연한 현실이다. 그 모든 것들이 사실은 지키기에 바탕을 둔 것이다.
현대 문명 사회와 국가를 지탱하는 힘은 법과 제도와 규범이다. 그 모든 것은 상식과 윤리와 도덕에 기초한다. 그 ‘상식’ 혹은 ‘윤리나 도덕’의 바탕은 ‘사람다움’이다. 사람이 사람답게 살아가는 길을 ‘도리’(道理)라고 한다. 시인 김용택의 어머니는 아들에게 “사람이 그러면 못써”라는 말씀을 그가 어렸을 적부터 자주 하였다고 한다. 맞다. 사람이 사람답게 사는 길을 따라 살면 자신도 행복하고 가족도 행복하고 사회도 행복해지게 마련이다.
동양에서는 이것을 삼강오륜(三綱五倫)으로 교훈해 왔다. 여기서 벗어나면 임금이든 평민이든 추해지고 초라해지는 법이다. 발 디딜 곳이 없어지고 만다. 인간의 욕망이란 식욕(食慾), 성욕(性慾) 그리고 수면욕(睡眠慾)이 그 기본이다. 그러나 그 누구라도 그 모든 욕망을 다 채우며 살아가는 길이란 없는 법이다. 자기를 절제하며 자신의 욕망을 다스리며 살아갈 줄 알아야만 한다.
불교의 석가모니(B.C. 563-483)는“성(性)을 위한 삶이 아니라 삶을 위한 성(性)”에 대하여 교훈하였다. 석가모니는 “쾌락의 맛은 짧고도 고통스러운 것이며 애욕과 환락의 삶은 결코 삶의 진정한 보람과 즐거움에 이르지 못하게 한다.”고 일깨워 주었다.
중국 춘추전국시대 제(齊)나라의 선왕은 재물과 여색을 좋아하였다. 맹자는 선왕에게 이렇게 조언하였다.“임금께서 재물을 좋아하시는 것이 백성들과 함께한다면 무슨 문제가 되겠습니까”(王如好貨 與百姓同之 於王何有) 군주가 백성에게 이로움을 주기 위해서 재리에 밝은 것은 잘못이 아니라고 충언한 것이다. 선왕은 또 다른 고민거리인 호색(好色)에 관해서도 질문하였다. 그러자 맹자는“임금께서 여색을 좋아하신다 해도 백성들과 함께하신다면 훌륭한 임금이 되는데 무슨 어려움이 있겠습니까”(王如好色 與百姓同之 於王何有)하고 대답해 주었다. 이성(異性)을 대할 때에 선남선녀로 서로를 대하고 일부일처의 부부끼리 서로 사랑하며 지내라는 가르침이다.
그런데 요즘 우리나라는 성(性)의 수호 벽이 무너져 버린지 오래다. 성희롱, 성폭력, 성학대, 성매매, 성에 관한 불법 촬영과 유포, 강간, 공권력에 의한 성착취 등등 성에 관한 일탈 행위가 온 나라를 병들게 하고 있다.
성(性)은 거룩한 것이다. 하나님은 아담이 혼자 지내는 것을 좋지 않게 여기시고 돕는 배필인 아내 하와를 그의 곁에 만들어 주셨다. 이것이 부부 즉 가정의 시작이다.
그러므로 부부의 성은 삶의 원천이며 창조보존을 위한 하나님의 선물이다.
공자는“배부르고 따뜻한 곳에서 호강하게 살면 음탕한 마음이 생기며 굶주리고 추운 곳에서는 도를 닦고자 하는 마음이 일어난다”(飽煖思淫慾 飢寒發道心)고 경책하였다.
성경은 십계명을 통해서 사람답게 사는 길을 교훈하고 있다. 그 중에서 “살인하지 말라, 간음하지 말라, 도둑질하지 말라, 거짓 증거하지 말라, 탐내지 말라.”는 교훈의 바탕은 “하나님 안에서 하나님의 사람답게 살아가라.”는 가르침이다. 그 앞에 “네 부모를 공경하라”는 계명도 뒤에 이어지는 계명을 자녀들이 하나씩 잘 지키며 살아갈 때에 그를 낳은 부모가 기쁘고 즐겁게 살아가며 공경을 받을 것이니 말이다.
사람이 젊어서도 사람답게 살아야 하지만 나이 들어가면서 점점 더 사람다운 삶을 살 줄 알아야 한다. 사람은 나중까지 살아봐야 그 사람을 알 수 있다. 더군다나 사람이 그에게 주어진 생을 마지막까지 다 살아봐야 그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를 알 수 있다. 우리가 지키며 살아야 할 것이 많지만 그중에 특히 ‘자기 마음 지키기’를 잘하며 살아야 할 것이다. 잠언 16장 32절에는 이런 교훈의 말씀이 있다.
“.....자기의 마음을 다스리는 자는
성을 빼앗는 자보다 나으니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