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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하고 잊지 말라 1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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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지성래
지성래
작성일 13-10-11 21:11 조회 15,023 댓글 0
 
이곳 뉴욕 시내인 맨해튼에도 가을이 깊어 가고 있다. 캐나다에서부터 시작된 형형색색의 아름다운 단풍이 이곳에도 처처에 물들기 시작하였다. 화요일 낮에 찾아 간 센트럴 팍 central park에는 여기저기에서 다람쥐들이 도토리를 주워 모으며 월동 준비를 하기에 분주한 모습이었다. 사람들이 뛰고 달리고 걷고 자전거를 타고 스케이팅 보드나 롤러블레이드를 타고 말을 타고 자전거 수레에 몸을 싣고 애완견을 데리고 산책하고 한창 연애하느라 남들의 시선을 의식하지 않는 젊은 남녀가 꼭 끌어안고 벤치에 앉아 사랑을 속삭이고 유모차를 밀며 아기와 함께 걷고 병으로 고생하는 가족을 휠체어에 모시고 가을 햇볕을 쪼여 드리고 공원 벤치에 앉아 책을 읽고 길거리에 앉아 구걸을 하고 지나가는 산책객들에게 과자나 아이스크림이나 음료수 등의 간식거리를 팔기도 하고 잔디밭에 드러누워 있거나 한가로이 모여 앉아 기타를 연주하고 모여드는 비둘기 떼에 모이를 나눠 주는 등의 그 모든 광경은 한 폭의 수채화 같았다. 이처럼 평화로워 보이는 도시인 맨해튼에 가공할만한 테러가 있었다는 것은 믿어지지 않는 기억이다.
 
 필라델피아 교외에서 목회하며 공부를 계속하며 교회 건축 준비에 분주하던 우리내외는 모처럼 뉴욕 방문 계획으로 마음이 분주한 날이었다. 맨해튼에서 멀지 않는 도시인 플러싱에서 열리는 세미나에 참석하려고 출발을 준비하는 응접실 TV의 CNN 뉴스에서는 테러 공격을 받아 불바다가 되어 버린 세계무역센터의 화염에 휩싸인 장면과 내용을 생방송으로 전하고 있었다. 2001년 9월 11일 날의 사건이다. 그래도 혹시나 하고 출발한 뉴욕 방문 일정은 뉴욕으로 진입하는 뉴저지 고속도로에서 차단되어 되돌아오고 말았다. 삼천 명 이상의 사상자를 낸 테러의 현장은 폐허가 되었고 미국과 세계에서 애도의 물결이 넘쳐 났다. 시간에 지나며 이슬람의 알카에다와 오사마 빈 라덴이라는 테러 범죄 조직이 드러나게 되었다. 이로 인하여 당시의 미국 대통령이었던 조지 W. 부시 대통령은 아프가니스탄과 이라크에 집중 반격을 개시하였고 오랜 기간의 참담한 보복 전쟁은 계속되었다. 지난주일 밤 비행기로 도착한 미국, 뉴욕의 케네디 공항에는 둘째 아들과 며느리와 사돈 내외께서 우리 부부의 미국 도착을 기다리고 있었다. 고마운 사돈 내외분과 짧게 인사하고 헤어져서 맨해튼에 마련된 숙소에 여장을 풀고는 그리 멀지 않은 거리에서 신혼 생활을 하는 둘째아들 부부의 집에 처음으로 방문하였다. 결혼한 부부를 위한 학교 기숙사인데 안전하고 깨끗하고 적당한 공간의 신혼 살림집이었다. 이미 현지 시간으로는 밤이 깊은 때였다. 도착하자마자 며느리는 주방에 들어가서 무엇인가를 덜그럭 거리며 준비하더니 그 늦은 밤중에 식사를 차려 내는 것이었다. 음식의 대부분이 한 시간 거리쯤에 사시는 안사돈의 음식 솜씨인 것이 분명했지만 무언가 대접하려는 며느리의 마음이 느껴져서 좋았다. 따끈한 육개장 국물에 금방 지은 하얀 쌀밥을 말아서 한 그릇을 해 치우고 나니 긴 여정의 여독이 금방 풀리는 것만 같았다. 비행기 안에서 제공하는 끼니를 잘 챙겨 먹었는데도 역시 우리는 김치가 좋고 우리식 음식이어야 입안이 개운하다. 자정이 다 된 시간에야 따로 숙소로 돌아 와서 하룻밤을 묵고 일찍 잠에서 깨어난 나는 ‘생명의 삶’ 사사기로 새벽 묵상을 마치고 기도를 드렸다.
 
월요일 아침 일찍 출발해서 우리 내외간에 지하철을 타고 폐허화된 현장에 재건축되고 있는 세계무역센터 World Trade Center의 건축현장과 유대인 역사박물관과 크라이스트처치 Christ Church를 비롯한 몇 곳의 교회를 방문할 기회를 가졌다. 허드슨 강 하구가 대서양으로 이어 흐르는 맨해튼 남단의 저만치에 자유의 여신상이 바라다 보이는 해변에 위치한 유대인 역사박물관을 찾아 갔다. 금주에 발표된 2013년 노벨상 수상자 8명 중에서 6명이 유대인들이라는 뉴스를 접하면서 말이다. 도대체 유대인들의 심장에는 어떤 피가 흐르고 저들의 뇌 구조는 무엇이 다르기에 이다지도 역사를 주름 잡는 것일까. 그 넓은 각 층의 전시 공간에는 유대인의 의식주를 비롯한 풍습과 언어와 하나님을 믿는 종교의 특색과 600만 명이 넘는 유대인들을 학살했다는 히틀러의 나치 학정에 의한 그 참혹한 현장의 사료들을 비롯한 전시물들과 해설 자료들이 넘쳐 났다. 고난과 비극과 슬픔과 처절한 죽음을 뒤로하고 죽은 자들 사이에서 살아남은 생존자들이 미국을 비롯한 세계 열방에 흩어진 유대인들의 삶을 고증한 장면마다에는 참담한 폐허를 딛고 재기한 선민(選民)의 독특한 신앙 문화와 남 다른 기질과 열정이 면면히 배어 있었다. 박물관 한편의 흰 벽면에 새겨진 성구가 바로 이것이었다. “REMEMBER․NEVER FORGET”(기억하라․잊지는 말라) 그리고 그 아랫줄에 DEUTERONOMY 25:17,19 라고 신명기의 두 성경 구절에 근거한 하나님의 명령인 것을 표시해 놓았다. 신명기의 성경 전문은 이렇다. “너희는 애급에서 나오는 길에 아말렉이 네게 행한 일을 기억하라…….그러므로 네 하나님 여호와께서 네게 기업으로 주어 차지하게 하시는 땅에서 네 하나님 여호와께서 사방에 있는 모든 적군으로부터 네게 안식을 주실 때에 너는 천하에서 아말렉에 대한 기억을 지워 버리라 너는 잊지 말지니라.” 그리고 그 아래에 나란히 써 놓은 성경 구절인 “THERE IS A HOPE FOR YOUR FUTURE"(너의 장래에 소망이 있을 것이라)는 예레미야 31장 17절의 말씀이 눈길을 끌었다.
 
인류의 역사에는 그 어느 시대 그 어느 현장이든지 어둠과 악과 고난은 있었다. 하나님의 완전한 창조의 동산이었던 에덴동산에 조차도 뱀의 유혹과 사탄으로 인한 인간의 타락이 스며든 것처럼 말이다. 그러므로 인간의 역사는 개인이든 가정이든 국가이든 그 어떤 민족이든지간에 선과 악, 정의와 불의, 진리와 거짓의 싸움과 갈등은 언제나 계속되어 왔다. 내년, 2014년에 완공을 목표로 한창 마무리 공사가 진행되고 있는 세계무역센터의 신축 제 1 빌딩은 미국이 건국된 해를 기념하는 1,776피트의 높이인 541미터에 104층이라고 한다. 열흘째 계속되는 미국연방정부 폐쇄(shutdown)와 미국 정부의 국가부도 사태의 위기 극복을 위한 부채한도조정협상이 한창 진행되고 있는 가운데 공화당과 민주당의 힘겨루기인 기(氣) 싸움의 팽팽한 내용들로 가판대의 신문마다 도배를 하고 있었다. 뉴욕의 최고층인 세계무역센터의 신축 빌딩 꼭대기가 구름에 가려서 제 모습을 숨긴 장면은 마치도 안개 정국을 달려가고 있는 불안한 미국과 세계의 정세와도 같아 보였다. 어찌 해 아래 새 것이 있겠으며 하나님의 말씀 이외에 영원한 것이 그 어디에 또 있겠는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하나님을 두려워하는 인생과 나라와 민족들마다 다시 흥왕(興旺)하기를 소원하는 것은 비록 나만의 마음은 아닐 것이다. 폐허의 현장을 단장한 두 개의 거대한 낙수(落水) 조형물이 교훈하는 바가 적지 않았다. 쉬지 않고 거대한 지하의 검은 대리석 흡입구로 빨려 들어가듯 쏟아져 들어가는 폭포수의 장엄한 물줄기는 그 현장에 배어 있는 삼천 명을 넘어 서는 희생자들의 죽음을 슬퍼하며 쏟아내는 가족들의 눈물이요 이 시대의 비극의 현장을 둘러보는 세계에서 모여든 모든 관광객들의 애도(哀悼)의 마음과도 같았다. 불타서 녹아내리는 빌딩 내부로 한 사람이라도 더 구해 보려고 뛰어 들어 갔던 소방관들 중의 사상자만도 343명이라고 한다. 그 거대한 낙수 조형물 바로 곁에 마무리 공사를 단장하고 있는 기념관의 투명 유리벽 내부에는 12년 전에 불에 타 녹아내린 건물의 쇠기둥의 잔해가 시뻘겋게 녹슨 몸채의 뼈아픈 슬픔의 속살을 숨김없이 그대로 드러내고 있었다. 유대인 역사박물관 안에서 보았던 또 다른 문구 하나가 뇌리에서 다시금 맴돌았다. 그것은 “우리의 날들을 지난날들처럼 새롭게 하소서”라는 기도와 염원이 새겨진 “Renew Our Days as of Old”라는 내용이었다. 고난과 역경 극복의 대표자였던 성경의 사람 다윗은 이렇게 기도하였다. “환난 날에 여호와께서 네게 응답하시고 야곱의 하나님의 이름이 너를 높이 드시며 성소에서 너를 도와주시고 시온에서 너를 붙드시며…….네 마음의 소원대로 허락하시고 네 모든 계획을 이루어 주시기를 원하노라. 우리가 너의 승리로 말미암아 개가(凱歌)를 부르며 우리 하나님의 이름으로 우리의 깃발을 세우리니 여호와께서 네 모든 기도를 이루어 주시기를 원하노라.”(시20:1-2, 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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