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모와 실력
이 세상의 모든 사물에는 그 나름대로의 겉모양 즉 형태가 있다. 이는 식물이든 동물이든 혹은 사람이든 다 마찬가지이다. 돌멩이와 꽃의 색과 모양과 풀 한 포기나 나무의 이파리 하나에도 창조자의 손길이 배어 있다. 사람도 인종에 따라서 피부 색 뿐만 아니라 눈과 코와 입과 입술의 구께와 키와 체형이 서로 다 다르다. 그 서로 다른 것을 있는 그대로, 생긴 그대로 받아들이고 살아갈 줄 알아야 한다. 예수님도 “너희 중에 누가 염려함으로 그 키를 한 자라도 더 할 수 있겠느냐”(마6:27)고 하셨다. 물론 다이어트를 하고 헬스 트레이닝을 통해서 근육질의 몸매나 팔등신의 몸매를 얼마동안 가꾸어 갈 수도 있기는 할 것이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이 세상에 영원한 젊음이나 외모란 없다. 성경말씀 중에 ‘르무엘 왕이 훈계한 잠언’으로 제목 붙여져 있는 잠언 31장 30절에 보면, “고운 것도 거짓되고 아름다운 것도 헛되나...”라고 하였다. 그렇다. 인간의 외모가 아무리 곱고 아름다운들 그것이 과연 얼마나 가나. 엘리자베스 테일러(Elizabeth R. Taylor,1932-2011)도 노년기의 모습은 착잡하였다. 그녀의 청년기의 외모는 주변 사람들의 시선을 끄는 화려함 그 자체였다. 그러나 그녀의 삶은 평탄치 못하였다. 여덟 명의 남자와 아홉 번 결혼하였다. 그녀의 남편들 중의 하나였던 배우, 리차드 버튼과는 헤어지고 다른 남자와 살다가 헤어지고 또 다시 그와 만나 살게 되었기에 여덟 명의 남자와 아홉 번 결혼한 셈이다. 그녀는 30번의 크고 작은 성형 수술을 하였다고 전해진다. 그 뿐만 아니라 수면제 과다 복용과 극심한 다이어트로 인한 스트레스와 약물 중독을 비롯하여 노년기에 찾아온 비만 때문에 결코 자신이 기대하는 것만큼의 행복을 누리지 못하고 살다가 갔다. 며칠 전 대학입시를 위한 수능 결과가 발표되었다. 이 계절이 되면 강남의 성형외과에 예약이 넘쳐 난다고 한다. 그 이유는 설명을 하지 않아도 누구나 짐작으로 잘 알 것이다. 세계 언론이 서로 앞 다투어 다루는 내용처럼이나 대한민국은 성형 공화국이 된지 이미 오래다. 강남에 가면 성형외과 중에 한국말 간판과 함께 영어, 일어, 중국어를 나란히 표기한 간판들이 즐비하게 눈에 띈다. 과거에 볼 수 없었던 시대적인 변화를 읽게 하는 풍속도이다. 얼마 전에 일간 신문에 전면 대담 기사의 주인공으로 미국의 육군 사관학교인 웨스트포인트를 28/900 등의 우수한 성적으로 졸업하고 임관한 한국계 여성 장교에 대한 인터뷰 기사가 실렸다. 그 주인공인 세라 전(Sarah Jeon) 중위는 올해 24살이며 경기도 평택에 있는 주한 미군 기지에서 근무하는 아파치 헬기의 전투 조종사이다. 언론이 소개한 바에 따르면 그녀의 외모는 작은 키에 운동을 많이 한 근육질 몸매이고 쌍까풀 없는 눈에 얼굴에는 20대 답지 않게 기미와 주근깨가 잔뜩 있는 모습이라고 한다. 전투모를 눌러 쓰고 전투복 차림에 흑백 사진으로 실린 신문에서 볼 수 있는 그녀의 얼굴 모습은 마냥 활짝 웃는 환한 모습뿐이었다. 두 살 아래 남동생도 웨스트포인트 4학년이라고 한다. 그녀의 10대 생활은 남달랐다. 그녀는 남성 위주의 웨스트포인트에 15% 정도 뽑는 여성 생도들 중의 한 명으로 고난도의 체력 훈련과 군사 훈련과 학업 량을 소화하고 육군 항공의 최첨단 공격 헬기인 아파치의 조종사가 된 것이다. 그녀는“지금은 서울에 가 봐도 할 게 없어요. 오직 먹고 마기시만 해요. 여성들이 화장하고 비싼 옷과 가방을 사는데 관심이 많아요. 한국에서는 날씬한 몸매와 예쁜 외모가 중요한 것 같아요.”, “조금 못 생겨도 다른 것으로 멋있을 수 있는데, 한국 여성들은 그런 확신이 없는 것 같아요.”라고 말하며 조심스럽게 아쉬움을 피력하였다. 그녀의 아버지는 일찍이 미국에 이민하였고 미 해병대의 사병으로 자원입대하여 일 년 반 동안 군대 생활을 경험한 적이 있다고 한다. 청국장과 순두부를 좋아해서 영내 숙소에서 된장국이나 김치찌개를 끓여 햇반과 함께 먹는다는 그녀의 모습은 실력을 갖춘 젊음과 주어진 외모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자신감으로 넘쳐 났다. 이십대 초반의 그녀를 만들어 온 힘은 ‘절대로 포기 하지 마’(Never give up)라는 평소의 소신 때문이라고 하였다. 성경 창세기에 보면 브엘세바에 살던 야곱은 아버지 이삭으로부터 형 대신에 먼저 축복 기도를 받았다. 이러한 사실을 뒤 늦게 알게 된 형 에서는 동생을 미워하여 죽이려고 하였다. 형의 살기등등한 분노를 피하여 외삼촌 라반의 마을이 있는 하란에까지 찾아간 야곱은 먼 길을 가느라 지쳐 있었다. 아들이 없이 두 딸만 있던 외삼촌 라반의 양떼를 돌보는 몫은 두 딸들인 레아와 라헬의 몫이었다. 물론 양을 치는 종들이 있기는 했겠지만 말이다. 그날 그 우물곁에는 세 떼의 적지 않은 양떼들이 모여 있었다. 얼마큼 시간이 지나자 라반의 양떼를 이끌고 라헬이 나타났다. 야곱과 라헬이 만나는 역사적인 장면이다. 그 날은 들판에 언니 레아는 없고 라헬뿐이었다. 라헬은 날마다 뙤약볕이 내려 쪼이는 들과 산허리에서 양떼를 몰고 다니며 목축 일을 돌보았다. 우물가에 다가오는 자매가 외삼촌 라반의 딸인 라헬이라는 것을 알게 된 야곱은 그녀에게 입을 맞추고 소리 내어 울기 시작하였다. 그리고 나서야 자신이 누구인지를 그녀에게 설명하였다. 라헬을 서둘러서 집으로 달려갔고 이 사실을 아버지 라반에게 알렸다. 라반은 우물가에 까지 달려 나가서 야곱을 반겼다. 라반은 기쁜 마음으로 조카인 야곱을 영접하고 안고 입 맞추었다. 야곱이 라반의 가정에 한 달 쯤 머물던 때에 라반이 제안하였다. “네가 비록 나의 조카이긴 하지만 어찌 거저 내 일을 하겠느냐. 네 품삯을 어떻게 할지 정하라.” 이미 야곱은 언니 레아 보다는 동생 라헬에게 마음을 빼앗긴 상태였다. 성경은 저들 자매의 외모에 대하여 말하기를 레아는 주변 사람들의 시선을 끄는 외모가 못되었으나 “라헬은 곱고 아리따우니라.”고 하였다. 야곱은 라헬에게 장가들기 위하여 라반의 집에서 칠년간을 더 일하겠다고 하였다. 야곱의 요구를 받아들인 라반은 장래에 라헬을 야곱의 아내로 허락하겠다고 말했다. 야곱은 라헬을 사랑하는 기쁨 가운데 칠년을 며칠 같이 여기며 지냈다. 창세기 29장 전후를 읽어 보면 라헬은 외모와 실력을 골고루 갖춘 시대 여성이었다. 야곱이 라헬을 처음 만난 곳은 고급 레스토랑이 아닌 땀을 흘리며 흙먼지를 날리며 양떼를 치던 하란 들판의 우물가였다. 일찍이 세계적으로 발레계의 신화를 개척한 발레리나 강수진 씨나 피게 스케이팅 계의 김연아 자매나 한 창 성장해 가고 있는 손연재 자매 등의 발 모양을 사진으로라도 본 적이 있는가. 선교회 관련 모임에 참석하기 위해 시내에 갔다가 돌아오는 길에 조선일보사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는‘민경찬 화백’의 산수화와 소나무 그림 백여 점의 전시회를 둘러보았다. 해방 되던 해에 10살이던 그는 그해 10월 어느 날 태어나서 자라나던 인천항에 정박 중인 미군 함정에 몰래 숨어 들아 갔다가 내리지 못하고 중국에 도착하여 절강성 항주시에서 40년을 지내면서 미술 공부할 기회를 가졌다. 당대의 중국 3대 화가 중의 한분이었던 주창곡 선생에서 배웠고 반천수, 육엄소와 같은 대가들을 만나 사사 받을 기회를 얻었다. 그래서인지 그의 그림에는 대륙적인 화풍과 호방한 운필이 압도적이었다. 그 후로 한국과 중국을 넘나들며 자기만의 작품 세계를 개척해 오는 노력 끝에 웅장하면서도 섬세한 작품을 완성해가는 정상에 서게 되었다. 그는“화가는 먹고 입고 자고 생각하고 말하고 행동하는 그 모든 것이 미술의 한 부분이다.”라고 말했다. 그의 산수화를 들여다보고 있노라면 웅장한 폭포 소리가 들리고 계곡 물 흐르는 소리가 들려오는 것만 같고 소나무 숲에서 바람 소리가 들려오는 것만도 같다. 팔순을 맞은 노 화백의 화혼(畵魂) 앞에 서니 숨이 멈추는 듯한 엄숙한 마음이 들었다. 주님의 생애가 그러하셨고 베드로 후서에서 만나는 사도 베드로나 사도 바울의 나중이 그러하였던 것처럼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