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족하는 마음
최근에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전 세계의 15살 된 학생 54만 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연구 자료를 발표하였다. 한국의 학생들의 삶의 만족도가 48개국 중에서 47위였다고 한다. OECD 28개 국가들 중에서도 터키 다음으로 꼴찌였다. 상위권은 핀란드, 네덜란드, 아이슬란드, 스위스 등 유럽 국가들이었다. 우리나라 학생들의 학업 성취도는 OECD 회원국 35개국 중 읽기, 수학, 과학 등 모두 최 상위권이었다. 한국 학생들은 OECD 국가의 학생들이 공부하는 평균 공부 시간보다 거의 갑절이나 많은 시간동안 공부한다. 한국 학생들은 운동을 비롯한 신체 활동을 하는 시간이 OECD 국가들 중에서 꼴찌였고 뿐만 아니라 부모와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도 다른 나라에 비하여 상대적으로 몹시 짧았다. 우리나라의 청소년들은 자나 깨나 ‘공부’에 갇혀서 살아간다.
물론 자신에게 주어진 상황에 대하여 불만족을 갖고 생활하는 것이 도약과 발전의 지렛대 역할을 하는 것이 사실이기는 하지만 아쉬움이 적지 않다. 초고속열차를 타고 달리다 보면 빨리 가는 것까지는 좋지만 바깥 풍경이 전혀 눈에 들어오지 않는다. 저 지난 해 종교 개혁지 탐방 길에 프랑스 파리에서 스위스 까지 고속열차를 이용하였다. 그 때 경험한 일이다. 기차가 총알같이 빨리 달리다 보니까 창 밖에 펼쳐지는 아름다운 풍경들을 전혀 볼 수가 없었다. 아마도 우리나라의 상위 1%의 학업 성적을 갖고 국가고시에 합격한 후에 아주 젊어서부터 나라의 요직을 맡아 온 이들 중에서 이런 이들이 있지 않나 하는 씁쓸한 관찰을 하게 된다. 인생을 너무 빨리 너무 높게 달려 왔기 때문에 정작은 성장기에 보아야 할 것을 보지 못하고 한 가지 목표만을 갖고 달려온 사람들에게서 드러나는 비정상적인 안타까운 현상 말이다. 그러다 보니 국민을 개와 돼지에 비유하는 해프닝이 생기기까지 하지 않나.
생각해 보라. 인생이란 것이 빨리 달리고 남들과 경쟁하고 더 잘하려고 노력하고 최고가 되려고 씨름하는 것도 필요하지만 자신에게 주어진 생의 의미를 누리며 살 줄 알아야 하지 않겠는가. 선택하라면 참새보다야 독수리가 좋겠지만 이 세상에 모든 새들이 다 독수리뿐이라고 상상해 보라. 그렇다고 남들에게 독수리가 될 기회를 양보하기 위해서 일부러 내가 참새가 될 필요는 없겠지만 말이다.
어느 대학의 교수가 “아프니까 청춘이다.”라는 책을 써서 꽤나 그의 이름이 알려져 있다. 그런데 그 대학교의 학생들이 만든 포스터 문구에는 “아프면 환자이지 무슨 청춘...”이라는 설명을 붙여 놓았다고 한다. 맞다. 물론 긍정적으로 해석하면 아픔과 고독과 번뇌와 궁핍과 실패와 실의와 좌절과 한계 체험과 수 없는 절망의 늪을 지나서 자기 색깔을 내며 세파를 이기며 살아가는 것이 청춘에게 주어진 과제이긴 하지만 말이다. 그 어느 누구이든 청소년기나 청년기에 고민과 불만과 장래에 대한 불확실과 무한 경쟁의 높은 벽 앞에서 우울해 하거나 점점 왜소하게 느껴지는 자신의 능력의 한계를 경험해 보지 않은 이들이 이 세상에 몇이나 되겠는가.
최근에 “좋은 생각”이란 월간 잡지에 양 면 분량으로 실린 짧은 만화 내용을 읽어 보았다. 어느 노인이 큰 바위를 쉽게 두 쪽으로 가르는 장면을 보면서 한 청년이 물었다. “어르신! 어떻게 이 어마 어마하게 큰 바위를 한 번에 두 쪽으로 가르실 수가 있습니까.” 그 때에 그 노인이 대답하였다. “이보게 젊은이! 나는 지금 이렇게 큰 바위를 두 쪽으로 쪼개기 위해서 그 동안 눈에는 잘 보이지 않지만 천 번도 넘게 정(釘)으로 이 바위를 쪼아 왔다네...”
지난 1월 16일, 마산 조선소에 설치되어 있던 128미터 높이의 7560톤짜리 골리앗 크레인이 해체되었다. 중형차 2200대를 동시에 들어 올릴 수 있는 힘을 가진 거대한 크레인이었다. 이 크레인은 30년 동안 스웨덴의 말뫼에 위치한 코쿰스 조선소에서 75척의 배를 생산하는데 쓰였던 것이다. 그러나 스웨덴은 이 크레인을 지난 2002년에 단 돈 1불에 우리나라에 팔았다. 그 당시 스웨덴은 나랏돈 4조원을 쏟아 부었지만 기울어 가는 조선업을 회생시킬 수가 없었다. 그 후 우리나라 조선업은 이웃나라 일본을 앞지르며 세계 최고의 조선업을 발전 시켜 왔다. 그러나 10년을 이어 오지 못했다. 따라서 국내에서는 이 크레인을 인수하겠다는 다른 기업이 없었다. 결국은 루마니아에 넘기기로 한 것이다. 최근에 마산 조선소에 관련된 일자리는 사라졌다. 다시 과거로 돌아가 보자. 스웨덴은 골리앗 크레인을 우리나라에 넘길 당시에 2만 7천명이 일자리를 잃었다. 그 후 스웨덴은 IT와 신재생에너지와 바이오에너지 등의 미래 산업에 힘을 쏟았다. 그 결과 스웨덴의 ‘말뫼’는 퇴락해가던 조선업에서 오늘 날 유럽을 대표하는 생태도시 ‘말뫼’로 탈바꿈하는데 성공하였다. 스웨덴의 개인당 국내 총생산은 1990년의 29,000불에서 지난 해 말에는 48,000불로 발전되었다. 15년 전, 스웨덴의 국영방송은 장송곡을 연주하며 생중계로 말뫼의 조선업의 끝을 알리며 하체되어 한국으로 실려 가는 골리앗 크레인의 모습을 방영하였다. 그리고 오늘 날 스웨덴은 달라졌다. 현실에 대한 불만족은 오히려 삶을 바꾸는 동력이 된다. 2016년도 유엔이 발표한 “세계행복보고서”(World Happiness Report)의 행복지수는 157개국 중 대한민국은 58위이다. ‘자살율’은 9년째 세계 1위이다. ‘노인빈곤율’도 여전히 1위이다. 반면 어린이의 '삶의 만족도'는 최하위이다. 국내총생산 대비 ‘사회복지지출비율’도 OECD 28개국 중 최하위이다. 어찌해야 할까. 그러므로 사도 바울이 말하는 ‘자족하는 마음’이란 하나님 안에서 예수 그리스도를 만나 복음의 진리를 깨닫고 경건한 삶을 살아가는 구원 받은 믿음의 사람만이 누릴 수 있는 신앙의 경지임이 분명하다. 거룩한 불만족의 경지를 뛰어 넘은 은혜의 사람 사도 바울은 “자족하는 마음이 있으면 경건은 큰 이익이 되느니라.”(딤전6:6)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