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 이야기
며칠 전, 교통경찰들이 오후 3시 경에 뉴타운 길의 시내 진입로 두 차선을 막고 음주 측정을 하고 있었다. 대 낮에도 술을 먹고 운전하는 이들이 있다는 반증이 아닐까. 그대는 어떠한가.
이번에 중앙아시아 선교사 대회를 위해 방문했던 그루지아는 오랜 역사를 가진 기독교 국가이지만 대개의 남성들이 포도주를 즐겨 마신다고 한다. 하루 2,000CC는 보통이고 그 두 세배의 포도주를 날마다 마시는 이들이 적지 않다고 한다. 그러다 보니 남자들은 늘 술로 살고 여성들이 밭의 일과 살림살이를 도 맡아하는 희한한 문화를 갖고 있다. 심성도 좋고 범죄도 별로 없어 치안도 안정되고 다른 나라 사람들이 그 나라를 방문해도 여행하기에 두려움이나 불편이 거의 없는 나라들 중의 하나라고 한다. 비자 없이 1년을 체류할 수 있다고 하니 대단한 배려가 아닌가. 그러나 반면 국경을 마주 하고 있는 이슬람 국가인 아제르바이잔 사람들은 이슬람 문화가 그러하듯이 술을 마시는 사람들이 거의 없다. 아이러니하지 않은가. 기독교 국가인 그루지아 사람들은 늘 포도주로 살고 이슬람 사람들은 술을 멀리 하며 살아가니 말이다. 역사적으로 그루지아 사람들이 포도주를 즐겨 마신지는 8,000년도 더 되었다고 한다. 1미터쯤 높이의 나지막하게 자라나는 포도나무에 풍성하게 열리는 극상품의 포도 농사는 날마다 포도주를 마시고 싶은 유혹을 막지 못하게 하는가 보다.
장관이나 정부 요인들을 선택하는 청문회 과정을 지켜보면 과거의 음주 운전 경력이 문제가 되어 낙마하는 후보도 있다. 유대인의 탈무드에는 술과 동물을 비유한 이런 교훈이 있다. “사람이 술을 마시기 시작하면 양처럼 유순해 진다. 조금 더 마시면 사자처럼 용맹스러워진다. 더 많이 마시면 원숭이처럼 춤을 추고 재주를 부리고 노래를 한다. 절제 하지 못하고 더 많이 퍼 마시는 날에는 돼지처럼 되어 아무데나 토하고 싸며 드러눕고 만다.”
그리스의 철학자였던 아나카르시스는 “한 잔 술은 건강을 위해서, 두 잔 술은 쾌락을 위해서, 세 잔 술은 방종을 위해서, 네 잔 술은 광기를 위해서.”라고 말했다. 그는 이런 말도 했다. “포도 넝쿨은 세 종류의 포도를 키운다. 첫째는 쾌락이요 둘째는 도취요 셋째는 구역질이다.”성 어거스틴은 “술은 사람을 매료시키는 악마이고 달콤한 독약이며 기분 좋은 죄악이다.”라고 말했다. 명심보감에는“酒不醉人人自醉 色不迷人人自迷”(주불취인인자취 색불미인인자미)라는 말이 있다. “술이 사람을 취하게 하는 것이 아니라 사람이 스스로 취하는 것이요, 색이 사람을 미혹시키는 것이 아니라 사람이 스스로 미혹하는 것이다.”라는 뜻이다.
하긴 가톨릭 성직자들 중에도 알코올 중독 문제로 주어진 직분을 제대로 감당하지 못하고 불행해지는 이들도 없지는 않다. 러시아 속담에는 “남자가 술을 마시면 집이 반쯤 불에 타고 여자가 술을 마시면 온 집이 불타고 만다.”는 말이 있다.
성경에도 술에 관한 일화가 여러 번 등장한다. 노아는 홍수 후에 포도주를 잔뜩 퍼 마시고 벌거벗을 채로 장막 안에 누워 있었다. 둘째 아들인 함이 이 현장을 보고는 밖에 나가서 형제들에게 떠벌렸다. 그러나 큰 아들인 셈과 막내인 야벳은 달랐다. 저들 형제는 옷을 어깨에 메고 뒷걸음쳐 들어가서 아버지의 하체를 덮어 드렸다. 술에서 깨어난 아버지 노아는 세 아들들이 행한 일을 알게 되었다. 노아는 함에게 말했다. “너는 저주를 받아 형제의 종이 될 것이다.” 그리고 노아는 셈에게 축복하였다. “셈의 하나님을 찬송하리로다. 함은 너의 종이 될 것이다.”그리고 이어서 야벳에게도 축복하였다. “하나님이 너를 창대하게 하실 것이며 셈의 장막에 거하게 하시고 함은 너의 종이 될 것이다.”폭음을 하고 벌거벗고 잠이 들었던 것은 노아였지만 하나님은 이 사건의 현장을 대하는 세 아들들의 처세에 주목하셨다. 오늘 날 우리도 마찬가지가 아닐까. 남의 실수나 허물이 문제가 아니라 내가 문제이다. 가족이든 친척이든 남이 문제가 아니고 내가 문제이다. 주변을 대하는 나의 태도가 나의 장래를 결정하는 열쇠이다. 이는 교회 안에서도 마찬가지이고 세상을 살아가는 자세도 마찬가지이다. 타산지석(他山之石)의 교훈을 삼는 것이 더 중대한 것이니까 말이다. 소돔과 고모라 성 심판 후에 롯의 두 딸들은 아버지를 술에 취하게 한 후에 아버지를 통하여 모압과 암몬 자손의 조상인 모압과 벤암미를 낳지 않았나.
다니엘 서 5장에 보면 바벨론의 벨사살 왕이 큰 잔치를 벌인 장면이 나온다. 그 잔치자리에는 천명의 고관대작들이 초청을 받아 둘러앉았다. 흥이 깊어 가던 벨사살은 아버지 왕 느브갓네살 때에 예루살렘 성전에서 탈취해 간 금과 은그릇을 꺼내 오라고 명령하였다. 술에 취한 왕과 귀족들과 왕후들과 후궁들은 금, 은, 구리, 쇠, 나무, 돌로 만든 신들을 찬양하기 시작하였다. 그 때에 사람의 손가락들이 나타나서 왕궁의 벽에 글자를 쓰기 시작하였다. 그 장면을 목격한 왕은 갑자기 안색이 변했고 생각이 복잡해졌다. 당황한 왕은 넓적다리가 녹는 것 같았고 두 무릎이 덜덜 떨렸다. 왕은 급하게 술객과 점쟁이들을 불러 들여서 그 글자의 뜻을 해석하라고 하였다. 그러나 아무도 해석할 자가 없었다. 나중에는 다니엘이 부름을 받았다. 다니엘은 “메네 메네 데겔 우바르신”이라고 읽고 그 뜻을 해석하였다. “세어보다 달아 보니 부족하여 왕의 나라가 메대와 바사 사람에게 준 바 되었다.”벨사살은 그 밤에 다니엘에게 자주색 옷을 입혀 주었고 목에는 금 사슬을 걸어 주었다. 그리고 다니엘을 나라의 셋째 통치자로 삼는다고 조서를 내렸다. 그러나 벨사살 왕은 그 밤에 죽임을 당하고 말았다. 메대의 다리오 왕이 쳐들어 와서 바벨론을 삼키고 말았다. 술! 당신은 어떻게 생각하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