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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연합 04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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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최고관리자
최고관리자
작성일 18-04-12 16:20 조회 11,499 댓글 0
 
아름다운 연합

며칠 전, 아침 9가 조금 넘은 시간에 울산 시내버스가 교통사고를 당했다. 과도하게 차선을 변경하며 달려드는 승용차를 피하려다가 일어난 사고였다. 버스 안에는 운전기사를 포함해서 출근길의 승객 39명이 타고 있었다. 2명이 숨지고 6명이 중상을 입고 31명이 부상을 당하였다. 중상자들 중에는 생명이 위중한 이들도 여럿이라고 한다. 길가에 있는 회사의 담벼락을 치고 쓰러질 것 같은 버스가 완전히 쓰러지지 않도록 막아 세운 것은 출근길의 시민들이었다. 약속이라도 한 듯이 출근 중이던 운전자들이나 시민들이 순식간에 모여들었다. 저들은 기울어져 금방 넘어질 것 같은 버스를 온 몸으로 밀쳐 가며 버텨내었다. 

인터넷 뉴스에 실린 그 사진은 가슴을 뭉클하게 하는 감동스러운 장면이었다. 한 두 사람의 힘으로 어떻게 넘어져 가는 버스를 밀어 세울 수 있을까. 그런데 열 댓 명의 남녀 시민들이 달려들어 치켜든 양 팔과 양손으로 10여분을 버티며 119 구조대가 도착하기를 기다렸던 것이다. 

힘을 합하는 연합의 힘은 무서운 위력이 있다. 2007년 12월 7일, 충남 태안군 앞바다에서 홍콩 선적의 유조선 '허베이 스피릿 호'와 삼성물산 소속의 '삼성 1호'가 충돌하는 사고가 발생하였다. 유조선 탱크에 있던 총 12,547킬로리터의 원유가 태안 인근 해역으로 유출된 사고였다. 사고가 일어난 날은 금요일이었다. 며칠 후 주일을 지낸 월요일 아침 일찍이 몇 십 명의 교우들과 함께 사건 현장을 찾아 갔다. 전국에서 모여든 자원 봉사자들이 걸레나 헌 옷가지를 가지고 해안가의 바위에 덮인 검은 원유를 닦아내고 원유 덩어리를 거두어 내는 힘겨운 일에 동참하였다. 나중에 발표된 통계로는 연인원 200여 만 명이 참여 하여 원유를 거두어 내고 닦아 내는 일에 참여하였다고 한다. 10여년 세월이 지난 오늘 날 태안 앞바다는 어떻게 되었는가. 물론 회복되어 가는 기간 동안에 주민들이 겪은 고통이나 경제적인 피해는 이루 다 설명할 수 없는 아픔이요 희생이었을 것이다. 

물론 상처가 남아 있기는 하지만 오늘 날의 태안 앞바다는 과거의 아름다움을 거의 다 회복하였다. 물론 세월이 지나면서 자연이 가져다주는 생태계의 신비한 복원력에 의해서이기도 하였겠지만 그 엄청난 양의 원유를 조금이라도 더 거두어 내려던 200여만 명의 국민들이 자원하여 참여한 연합된 손길의 힘은 무시할 수 없을 것이다. 

성경에 보면 이런 말씀이 나온다. “두 사람이 한 사람보다 나음은 그들이 수고함으로 좋은 상을 얻을 것임이라 혹시 그들이 넘어지면 하나가 그 동무를 붙들어 일으키려니와 홀로 있어 넘어지고 붙들어 일으킬 자가 없는 자에게는 화가 있으리라또 두 사람이 함께 누우면 따뜻하거니와 한 사람이면 어찌 따뜻하랴 한 사람이면 패하겠거니와 두 사람이면 맞설 수 있나니 세 겹줄은 쉽게 끊어지지 아니하느니라.”(전4:9-12)

1997년 말에 시작된 IMF 국제구제금융지원 요청 사태를 극복하고 오늘 날의 대한민국으로 발전해 가는 것 또한 기적 중의 하나이다. 그 당시 국민들은 집안에 가지고 있던 금붙이들을 내어 놓아 국가적인 금보유량 확보에 적극적으로 동참하였다. 그 때의 금 모으기 운동은 나라의 부채를 갚기 위해 국민들이 소유하고 있던 금을 나라에 자발적으로 내어놓은 운동이었다. 그 당시 대한민국은 외환 부채가 약 304억 달러였다. 전국에서 351만 명 이상이 참여한 이 운동으로 약 227톤의 금이 모아졌다. 그것은 약 21억 3천 달러어치의 금이었다. 이는 그 당시 국가가 겪는 경제적인 위기를 알게 된 국민들의 자발적인 헌신에 의한 역사적인 미담이 되었다. 

이는 교회이든 국가이든 기업이든 가정이든 다 마찬가지이다. 힘과 지혜와 역량을 함께할 때에 얻게 되는 시너지 효과는 상상을 초월한다. 아름다운 목소리를 가진 어느 한 주인공의 독창이 기가 막히게 아름답다. 그러나 수 백 명이 합창으로 부르는 헨델의 오라토리오 ‘메시아’의 대 합창‘할렐루야’의 감동 같은 감흥을 느끼기에는 아쉬움이 있다. 

베토벤의 교향곡 제 9번 ‘합창’중의 합창곡을 만 명의 합창단원이 부르는 것을 유튜브에서 접한 적이 있다. 그와 같은 웅장한 대 합창을 현장에서 경험한다면 그 감동이 어떠하겠는가.  베토벤의 교향곡 9번은 1824년에 완성된 베토벤 최후의 교향곡으로 교향곡에 합창을 등장시킨 혁신적인 작품으로 평가받는다. 베토벤이 남긴 최고의 걸작으로 꼽히는 이 곡은 실러의 시에 곡을 붙인 ‘환희의 송가’로 절정을 이룬다. 베토벤은 24살 때에‘환희의 송가’를 읽었고 그 감동을 30년 후에야 곡을 붙여내었다. 

‘합창’ 교향곡을 쓸 당시 이미 베토벤의 귀는 거의 들리지 않았다고 한다. 소리를 들을 수 없는 상태에서 그는 천부적인 내면의 소리에 귀를 기울이면서 작곡을 완성해 갔다. 소리를 들을 수 없는 베토벤을 대신해서 케른트너토어 극장의 카펠마이스터인 미하일 움라우프가 지휘봉을 잡았다. 악장인 이그나츠 슈판치히가 단원들과 눈빛을 교환하면서 호흡을 맞춰갔다. 가만히 있을 수만은 없었던 베토벤은 지휘자 옆에 자리를 잡고 앉아서 악보를 넘겨가면서 연주자와 교감하고 초연 무대를 함께 만들어갔다. 그러나 그가 악보를 넘기는 순간은 실제 연주의 진행과는 전혀 맞지 않았다. 이처럼 완전히 귀가 멀었던 베토벤은 모든 연주가 끝나고 청중들의 박수갈채가 쏟아져 나왔을 때도 이를 알아채지 못했다. 결국 알토 독창자가 알려줘 간신히 청중들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는 에피소드도 전해진다. 그러나 생각하여 보라.  누군가가 누군가와 힘을 합하는 아름다운 연합이 없이 이루어진 빛나는 역사란 없다. 봄이다. 꽃의 아름다움도 그렇다. 화병에 꽂아 장식한 한 송이의 꽃이 주는 느낌도 귀하지만 온 산을 뒤 덮은 진달래와 산철쭉의 장관을 상상하여 보라. 겨우 내내 서해 바다의 차디찬 해풍을 온 몸으로 맞고 있던 강화 고려산의 진달래나무들마다 요즘 꽃이 한창이란다. 어렸을 적 추억이 아련하다. 진달래 꽃잎 하나를 따서 입에 물던 그런 기억 말이다. 김소월(1902-1934)은 그의 시, ‘진달래 꽃’에서 이렇게 노래하였다. 

나 보기가  역겨워  가실 때에는
말없이 고이 보내 드리오리다.
영변(寧邊)에 약산(藥山)
진달래꽃,
아름 따다 가실 길에 뿌리오리다.

가시는 걸음 걸음
놓인 그 꽃을
사뿐히 즈려밟고 가시옵소서.

나 보기가 역겨워
가실 때에는
죽어도 아니 눈물 흘리오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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