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쌍둥이를 낳은 어미 소 08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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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최고관리자
최고관리자
작성일 20-09-08 22:51 조회 20 댓글 0
 

쌍둥이를 낳은 어미 소

 

올해 여름에 계속해서 내리는 많은 비는 나라마다 그 피해가 이만저만이 아니다. 우리나라도 수십 명이 아까운 목숨을 잃었다. 댐이 터지고 범람하여 온 마을과 재래시장이 물바다가 되어 버린 곳도 여러 곳이다. 수십 년 살던 집이 산사태로 거대한 흙더미에 뒤덮여 버린 속에서 목숨을 잃은 노인의 시신을 수습하는 안타까운 소식도 전해졌다. 엄청난 면적의 논과 밭이 폐허가 되었다. 소나 돼지나 닭이나 개와 같은 가축들이 입은 피해도 적지 않다. 수재민의 수가 헤아릴 수 없을 정도다. 제천시의 생활 폐기물 5만여 톤이 충주호로 다 유입되어 버렸다고 한다. 그렇게 인심이 묻어나고 정답던 경남 하동군의 화개 장터도 거대하게 덮친 물로 난장판이 되고 말았다.

 

불로 무섭지만, 물의 위력 앞에서 인간은 속수무책이다. 노아의 홍수가 옛이야기가 아니라 눈 앞에 펼쳐지는 재앙으로 다가온 듯하다. 이런 와중에 우사(牛舍)에 있던 소들이 불어 나는 물을 피하여 지붕 위로 올라간 장면도 뉴스에 소개되었다. 무너져 내릴 듯한 지붕 위에 간신히 피신해 있던 어떤 암소는 구조대의 다양한 구조 방법으로도 어찌할 길이 없었다. 결국은 마취총을 쏜 후에 억지로 크레인에 묶어 땅바닥으로 이동시켜야 했다. 그런데 그 암소가 그 밤 중에 쌍둥이 송아지를 순산하였다고 한다. 어미 소의 모성애가 절절하게 느껴지는 장면이 아닐 수 없다.

 

어느 나라나 소는 사람과 가장 친근한 짐승이다. 닭이나 돼지나 개도 사람 곁에서 함께 생활하는 가축들 중의 하나이긴 하지만 그 중의 으뜸은 역시 소다. 힌두교인들이 주류인 인도 같은 나라에서는 소가 우상이다. 차량이 이동하는 길거리 한가운데에 소가 있으면 지나가는 차의 운전자들이 천천히 서행하며 신()으로 숭배하는 소를 존귀하게 여긴다. 말로만 듣던 그런 장면을 네팔의 수도인 카트만두의 시내에서 본 적이 있다.

 

소는 그 기질이 말과 다르고 당나귀와도 또 다르다. 춘원 이광수(1892-1950)<우덕송>1925, 을축년(乙丑年)을 맞이하며 새해맞이 글로 쓴 것이다. 그 내용을 길게 인용하면 이렇다. 외모로 사람을 취하지 마라 하였으나, 대개는 속 마음이 외모에 나타나는 것이다. 아무도 쥐를 보고 후덕스럽다고 생각은 아니할 것이요, 할미새를 보고 진중하다고는 생각지 아니할 것이요, 돼지를 소담한 친구라고는 아니할 것이다. 토끼를 보면 방정맞아는 보이지만 고양이처럼 표독스럽게는 아무리 해도 아니 보이고, 수닭을 보면 걸걸은 하지마는, 지혜롭게는 아니 보이며, 뱀은 그리만 보아도 간특하고 독살스러워 구약(舊約) 작자의 저주를 받은 것이 마땅스러워 보인다. 개는 얼른 보기에 험상스럽지마는 간교한 모양은 조금도 없다. 그는 충직하게 생겼다. 말은 깨끗하고 날래지마는 좀 믿음성이 적고, 당나귀나 노새는 아무리 보아도 경망꾸러기다. 족제비가 살랑살랑 지나갈 때에는 아무라도 그 요망스러움을 느낄 것이요, 두꺼비가 입을 넓적넓적하고 쭈그리고 앉은 것을 보면, 아무가 보아도 능청스럽다. 이 모양으로 우리는 동물의 외모를 보면 대개 그의 성질을 짐작한다. 벼룩의 얄미움이나 모기의 도심질이나 다 그의 외모가 말하는 것이 아닌가.

 

그런데 소는 어떠한가. 그는 말의 못 믿음성도 없고, 여우의 간교함, 사자의 교만함, 호랑이의 엉큼스럼, 곰이 우직하기는 하지마는 무지한 것, 코끼리의 추하고 능글능글함, 기린의 외입쟁이 같음, 하마의 못 생기고 제 몸 잘 못 거둠, 이런 것이 다 없고, 어디로 보더라도 덕성스럽고 복성스럽다.‘음매'하고 송아지를 부르는 모양도 좋고, 우두커니 서서 시름없이 꼬리를 휘휘 둘러, "파리야, 달아나거라, 내 꼬리에 맞아 죽지는 말아라.”하는 모양도 인자하고, 외양간에 홀로 누워서 밤새도록 슬근슬근 새김질을 하는 모양은 성인이 천하사(天下事)를 근심하는 듯하여 좋다.

 

장난꾼이 아이놈의 손에 고삐를 끌리어서 순순히 걸어가는 모양이 예수께서 십자가를 지고 가시는 것 같아서 거룩하고, 그가 한 번 성을 낼 때에 으앙' 소리를 지르며 눈을 부릅뜨고 뿔이 불거지는지 머리가 바수어지는지 모르는 모양은 영웅이 천하를 취하여 대노(大怒)하는 듯하고 좋다. 들판의 나무 그늘에 등을 구부리고 누워서 한가히 낮잠을 자는 양은 천하를 다스리기에 피곤한 대인(大人)이 쉬는 것 같아서 좋고, 그가 사람을 위하여 무거운 멍에를 메고 밭을 갈아 넘기는 것이나 짐을 지고 가는 양이 거룩한 애국자나 종교가가 창생(蒼生)을 위하여 자기의 몸을 바치는 것과 같아서 눈물이 나도록 고마운 것은 물론이거니와, 세상을 위하여 일하기에 등이 벗어지고 기운이 지칠 때에, 마침내 푸줏간으로 끌려 들어가 피를 쏟고 목숨을 버려 내가 사랑하던 자에게 내 살과 피를 먹이는 것은 더욱 성인(聖人)의 극치인 듯하여 기쁘다. 그의 머리에 쇠매가 떨어질 때, 또 그의 목에 백정의 마지막 칼이 푹 들어갈 때, 그가으앙'하고 큰소리를 지르거니와, 사람들아! 이것이 무슨 뜻인 즐을 아는가, "아아! 다 이루었다.” 하는 것이다.​」

 

우덕송을 읽다 보면 춘원 이광수의 섬세한 관찰과 남다른 표현력에 절로 감탄하게 된다. 역시 당대 최고의 문인 중의 한 사람임이 분명하다. 그는 19506. 25 한국전쟁으로 인해 7월 납북되었다가 1025일 사망한 것으로 전해진다.

 

그는 27살 때인 19191월 일본에서 조선청년독립단에 가담해 2·8독립선언서를 작성한 뒤 상하이로 넘어가 신한청년당에 가담하였다. 그 같은 해 7월에 대한민국 임시정부 사료편찬위원회 주임을 맡았다. 8월에는 대한민국 임시정부에서 발행한 독립신문의 사장 겸 편집국장이 되었다. 19204월에는 흥사단에 입단하였다. 45살 때인 19376월 수양동우회 사건으로 안창호(安昌浩)와 함께 투옥되었다가 6개월 후 병보석으로 풀려났다. 34살에 동아일보 편집국장, 41살에 조선일보 부사장까지 지낸 그가 193811월 수양동우회 사건의 예심을 받던 중 전향하여 창씨개명을 지지하고 징용과 정신대 제도를 환영하는 등의 친일 행각을 계속한 것은 쉽게 이해가 되지 않을 뿐만 아니라 민족적인 크나큰 손실이며 착잡한 아쉬움이 아닐 수 없다.

 

평북 정주에서 태어난 그는 10살 때인 1902년에 콜레라로 부모를 모두 잃었고 고아가 되었다. 어린 누이동생 둘과 함께 외가와 재당숙 집에서 어렵게 자라났다. 그런 그가 쓴 글, <우덕송>의 소처럼 스스로 실천하며 살고자 하였고 <우덕송> 마지막 표현처럼 도살장으로 끌려가는 어린 양처럼, “. 다 이루었다고 선포하시던 예수의 십자가 정신을 계승한 신자의 한 사람으로 살다가 공의를 위해 죽어간 순교자의 길을 택했다면 대한민국 현대사에 길이 남는 역사적인 인물이 되었을 것이다.

 

사무엘상 6장에 보면 블레셋 사람들은 송아지를 억지로 떼어 집에 두고 두 암소를 끌어다가 법궤의 수레를 끌게 하였다. 벧세메스 사람들은 수레의 나무를 화목으로 삼아 두 암소를 번제물로 여호와 앞에 드렸다. 온 백성들이 코로나 19 바이러스의감염에 대한 두려움이 더해가며 너무나 많은 비가 내려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게다가 좌표를 잃은 배처럼 정의의 궤도에서 점점 벗어나고 있는 듯한 나라를 오히려 국민들이 염려하는 요즈음 벧세메스로 끌려가는 젖이 나는 두 암소와 같은 우직한 일꾼들이 처처에 세워지기를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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